[이코노미세계] 학교 현장에서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은 수년 전부터 강조돼 왔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는 늘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바이올린·기타 등 악기부터 음향·영상 장비에 이르기까지, 문화예술 수업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물적 기반이 필요하지만, 그 부담은 대부분 개별 학교에 맡겨져 있었다. 이런 구조 속에서 학교 간 문화예술교육 여건의 격차는 자연스럽게 확대돼 왔다.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전환점이 마련됐다.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는 김일중 도의원이 대표 발의한 '경기도교육청 학교문화예술교육 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제388회 임시회에서 통과시켰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학교문화예술교육에 필요한 장비와 시설의 구입 또는 대여 비용을 교육청이 지원할 수 있도록 명시적인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김일중 의원은 상임위 제안설명에서 학교문화예술교육이 갖는 교육적 의미를 분명히 했다. 그리고 “문화예술교육은 학생들의 창의성과 심미적 감수성, 문화적 소양을 기르는 데 핵심적인 교육 활동”이라며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교육을 위한 최소한의 장비조차 확보하지 못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학교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문화예술교육은 단순한 이론 수업이 아니라 체험과 실습을 전제로 한다. 음악 수업에는 악기와 음향 장비가, 미디어·영상 교육에는 촬영·편집 장비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학교 예산 구조상 이러한 장비를 상시로 구비하기는 쉽지 않고, 외부 강사나 단기 프로그램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 과정에서 학교별 재정 여건에 따라 교육의 질과 범위가 달라지는 문제가 발생해 왔다.
김 의원은 “장비 확보 부담이 학교마다 다르다 보니 문화예술교육의 접근성과 지속성에도 차이가 생긴다”며 “교육감이 장비와 시설을 직접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례 개정안은 교육감이 추진할 수 있는 학교문화예술교육 지원 사업에 ‘학교문화예술교육 장비·시설 지원’ 항목을 새로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학교는 문화예술교육에 필요한 장비를 구입하거나 대여할 경우, 교육청의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그동안 관련 조례에는 프로그램 운영이나 교육활동 지원에 대한 포괄적 규정은 있었지만, 장비·시설 지원을 명시적으로 규정한 조항은 없었다. 이로 인해 교육청 차원의 적극적인 예산 투입이 쉽지 않았고, 현장에서는 “조례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이번 개정은 이런 제도적 공백을 보완했다는 평가다. 학교가 직접 장비를 구입하지 않더라도 공동 활용이나 대여 방식 등을 통해 보다 효율적인 문화예술교육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가 작지 않다.
교육 현장에서는 이번 조례 개정을 통해 학교 간 문화예술교육 격차가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일부 학교에서는 학부모회나 지역 후원에 의존해 악기나 장비를 마련해 왔지만, 이러한 방식은 지속 가능성이 낮고 지역·학교 간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요인이었다.
조례 개정을 통해 교육청이 제도적으로 장비·시설을 지원하게 되면, 문화예술교육이 특정 학교나 일부 학생의 ‘특권’이 아니라 보편적 교육 활동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예술 교육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이나 소규모 학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일중 의원은 “이번 개정은 학교문화예술교육을 형식적으로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한 제도적 장치”라며 “학생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문화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조례 개정이 곧바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예산 확보와 집행 방식에 대한 후속 논의가 필요하다. 장비를 일괄 구매할 것인지, 학교 간 공동 활용 체계를 구축할 것인지, 또는 대여 중심으로 운영할 것인지에 따라 정책 효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또한 문화예술교육 장비 지원이 단발성 사업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운영 계획과 평가 체계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히 장비를 지원하는 데서 그칠 경우, 관리 부실이나 활용 저조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이번 조례 개정은 방향 설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향후 예산과 행정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뒷받침되느냐가 정책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조례안은 앞으로 경기도의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경기도교육청은 조례 취지에 맞춰 구체적인 지원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김일중 의원은 “앞으로도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교육 여건 개선과 학생들의 교육 기회 확대를 위한 입법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문화예술교육은 단기간에 성과가 드러나는 영역은 아니지만, 학생들의 감수성과 창의성을 키우는 데 있어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분야다. 이번 조례 개정이 ‘의미 있는 선언’에 그치지 않고, 현장의 변화를 이끄는 실질적인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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