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생존수영·주민 생활체육 결합한 학교복합시설
공휴일 개방·추가 프로그램 검토…안전·운영비가 관건
‘폰 프리 스쿨’ 연계해 소통·체험 중심 교육환경 조성
김포시·경기도교육청, 공간과 교육문화 혁신에 협력
[이코노미세계] 학교 안에 있지만 학생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이 돌아간 뒤에는 지역 주민이 건강을 돌보는 생활체육시설로 변한다. 교실에서는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친구와 대화하거나 책을 읽고 운동하는 시간을 늘린다. 학교의 공간과 일상을 지역사회에 연결해 교육의 범위를 넓히려는 새로운 실험이 김포에서 시작되고 있다.
이기형 김포시장은 6일 안민석 경기도교육감과 함께 고촌중학교에 있는 고촌도담수영장을 찾아 시설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학생들의 교육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시민 이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현장 논의의 핵심은 분명했다. 학생들이 사용하지 않는 유휴시간을 활용해 시민 대상 프로그램을 늘리고, 현재 문을 닫는 공휴일에도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 방식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학교시설을 수업 시간에만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민과 공유하는 생활권 공공시설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학교와 지역사회를 물리적으로 연결하는 동시에 교육·체육·복지 기능을 한 공간에 담겠다는 의미도 있다.
이 시장은 “좋은 시설은 더 많은 시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을 때 그 가치가 더욱 커진다”며 “학생들의 교육활동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유휴시간에는 시민들이 도담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고촌도담수영장은 김포시 최초의 학교복합시설이다. 학교 부지와 시설을 학생 교육뿐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 개방하는 방식으로 조성됐다. 2022년 11월 시범운영을 거쳐 2023년 1월 정식 운영에 들어갔다.
학생들이 이용하는 시간에는 생존수영과 체육교육이 진행되고, 교육과정이 끝난 시간에는 시민을 위한 수영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하나의 수영장을 학생 교육시설과 주민 생활체육시설로 함께 사용하는 구조다.
생존수영은 물에 빠졌을 때 일정 시간 동안 스스로 생명을 지키고 구조를 기다릴 수 있도록 가르치는 안전교육이다. 일반적인 수영 영법 교육과 달리 물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위기 상황에서 호흡을 유지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학생들에게 수영장은 단순한 체육시설이 아니라 안전을 배우는 교육 현장인 셈이다. 시민에게는 집과 가까운 곳에서 운동하고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생활체육 공간이다.
도담수영장과 같은 학교복합시설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심에서 새로운 공공시설을 건립하려면 부지 확보부터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학교가 보유한 공간과 시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별도의 부지를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면서 주민의 공공서비스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생활권 안에 있는 학교시설을 개방하면 주민들이 먼 거리를 이동하지 않고도 체육·문화·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학교 역시 지역사회와 단절된 공간에서 벗어나 주민과 함께 사용하는 공동체의 중심으로 기능할 수 있다.
이 시장이 “교육시설이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공간이 될 때 시민의 삶의 질도 한층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한 배경이다.
김포시는 도담수영장의 활용도를 한 단계 더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학생 교육시간을 우선 보장하면서 비어 있는 시간대에 시민 프로그램을 추가하고 공휴일 개방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
도담수영장은 정식 운영 당시 평일과 토요일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법정 공휴일에는 휴관하는 체계로 출발했다. 공휴일 개방이 이뤄지면 직장인과 가족 단위 이용자 등 평일에 시설을 찾기 어려운 시민들의 이용 기회가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간대별 이용 수요를 분석해 어린이·청소년·성인·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학생 생존수영을 비롯해 초급 수영, 건강관리, 가족 참여형 프로그램 등을 적절하게 배치하면 시설 활용도와 시민 만족도를 함께 높일 수 있다.
다만 시민 개방 확대가 곧바로 이용시간 연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학교복합시설은 학생의 학습권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장해야 한다. 시민 이용 동선과 학생 이동 동선을 구분하고, 외부인 출입 관리와 응급상황 대응체계를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
공휴일 운영에 필요한 인력과 비용도 풀어야 할 과제다. 수영장은 수질 관리와 안전요원 배치가 필수적인 시설이다. 운영시간이 길어지면 인건비와 전기·수도요금, 시설 유지관리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교육지원청, 학교, 운영기관이 역할을 명확히 나누지 않으면 시설 개방의 책임이 학교에 집중될 우려도 있다. 개방 확대에 앞서 운영비 분담과 안전사고 책임, 시설 보수 주체 등을 구체화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 현장 간담회에서도 참석자들은 학생과 시민의 이용시간 조정, 안전요원 배치, 시설 유지관리와 비상상황 대응체계 등을 점검했다. 교육활동과 시민 이용이 충돌하지 않도록 기관 간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해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학교복합시설의 성패는 시설을 얼마나 크게 짓느냐보다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시민 이용률을 높이는 동시에 학생 안전과 교육활동을 보호하는 정교한 운영 기준이 필요하다.
학교시설 개방은 단순히 남는 시간을 활용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학생 수 감소와 지역별 공공시설 부족 문제가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에서 학교를 생활권 중심의 복합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은 도시의 공간 운영 방식을 바꾸는 정책이 될 수 있다.
낮에는 학생이 공부하고, 방과 후와 주말에는 주민이 운동하거나 문화활동에 참여하는 공간으로 학교의 역할을 확장하는 것이다. 체육시설뿐 아니라 도서관, 돌봄교실, 공연장, 주차장 등으로 공유 영역을 넓힐 수도 있다.
이 같은 모델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면 학생과 주민이 같은 공간을 시간대별로 나눠 쓰는 것을 넘어 학교가 세대 간 교류의 장으로 변화할 수 있다. 주민이 학교시설을 공동체 자산으로 인식하면 학교 주변의 안전과 환경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지역 주민의 수요만 강조해 학교의 부담을 키워서는 안 된다. 학교는 무엇보다 교육공간이다. 시설 개방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하며, 교육활동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지역마다 학생 수와 시설 여건, 주민 수요가 다른 만큼 일률적인 개방 기준보다 학교별 상황을 반영한 운영 모델도 필요하다. 도담수영장의 운영 경험과 이용자 만족도, 안전관리 사례를 축적해 다른 학교복합시설에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이 시장과 안 교육감은 도담수영장 점검에 이어 김포교육지원청에서 열린 ‘폰 프리 스쿨 정책설명회’에도 참석했다. 한쪽에서는 학교시설의 문을 시민에게 열고, 다른 한쪽에서는 학생들이 스마트폰 화면에서 벗어나 사람과 직접 소통하도록 돕는 방안을 논의한 것이다.
‘폰 프리 스쿨’은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무조건 금지하는 정책과는 결이 다르다. 학교 일과 중 교육활동과 관계없는 휴대전화 사용을 줄이는 대신 독서와 예술, 체육활동, 친구와의 대화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도록 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다.
안 교육감은 지난 7월 취임 첫날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에 대응하는 ‘폰 프리 스쿨’ 추진안을 1호 과제로 결재했다. 학교가 일방적으로 휴대전화를 제한하는 방식이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논의해 학교별 운영 방향을 정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학생 스스로 스마트폰 사용에 관한 규칙을 만들고 실천한다면 규제에 대한 반발을 줄이면서 자율성과 책임감을 기를 수 있다. 스마트폰을 빼앗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화면을 보던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까지 교육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시장도 “스마트폰을 단순히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친구, 가족과 더 많이 소통하며 자신의 꿈을 키울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드는 것이 정책의 취지라는 점에 깊이 공감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줄이는 정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대안 활동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휴대전화만 거둬 놓고 남는 시간을 방치하면 정책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독서와 토론, 음악, 미술, 체육, 동아리 활동 등을 다양하게 제공하고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도담수영장 같은 학교복합시설과 ‘폰 프리 스쿨’은 서로 연결된다.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시간에 수영과 체육활동에 참여하고, 친구들과 몸을 움직이며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디지털 과의존을 줄이는 동시에 신체적·정서적 건강도 높일 수 있다. 학교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는 정책이 교육문화 개선을 뒷받침하는 기반이 되는 셈이다.
스마트폰 사용 제한 과정에서 학생의 기본권과 긴급 연락 필요성도 고려해야 한다. 휴대전화 보관 중 분실이나 파손이 발생했을 때의 책임, 보호자가 자녀에게 긴급히 연락해야 할 때의 방법, 장애학생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학생에 대한 예외 기준도 세밀하게 마련해야 한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는 교사에게 과도한 관리 책임이 전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휴대전화 수거와 보관, 반환을 교사 개인의 업무로 맡기면 새로운 갈등과 부담이 생길 수 있다. 학교 구성원의 합의를 바탕으로 보관 방식과 책임 범위를 명확하게 정하고 필요한 행정·인력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
김포시가 이날 제시한 교육도시 구상은 두 갈래로 요약된다. 학교시설을 지역사회와 공유해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에 끌려가기보다 스스로 사용을 조절하며 관계와 경험에 집중하도록 돕는 것이다.
도담수영장 개방 확대는 시민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다. 시민 이용시간과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공휴일에도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학교복합시설의 효용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폰 프리 스쿨’은 학생과 교실의 문화를 바꾸는 일이다. 성과를 내려면 학생·학부모·교사의 공감과 자율적인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 학교별 합의 과정과 대안 프로그램, 교사의 업무 부담을 함께 살펴야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결국 교육도시는 학교를 많이 짓거나 시설 규모를 키우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학생이 안전하게 배우고 시민이 가까운 곳에서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며, 학교와 지역사회가 서로의 필요를 연결할 때 비로소 시민이 체감하는 교육도시가 된다.
이 시장은 “김포시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 경기도교육청과 함께 교육의 대전환을 만들어가겠다”며 “아이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시민이 체감하는 교육도시 김포를 만들기 위해 계속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고 말했다.
도담수영장 개방 확대와 ‘폰 프리 스쿨’은 각각 공간과 교육문화를 바꾸는 정책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현장의 제안을 구체적인 운영계획으로 옮기는 일이다. 공휴일 개방 시기와 프로그램 구성, 안전인력 및 비용 분담, 학교 구성원의 참여 방식까지 세부 기준을 얼마나 치밀하게 마련하느냐에 따라 김포형 교육협력 모델의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okna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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