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도권 내 ‘책임 행정’과 ‘합리적 인사’ 체계 마련

[이코노미세계] 경기도의회가 출자·출연기관장의 임기를 도지사 임기와 일치시키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이번 제도는 인사 갈등 해소와 정책 연속성 확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치적 종속성 강화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경기도정의 인사 구조와 공공기관 운영 방식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이 조례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짚어본다.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는 9월 11일 열린 제386회 임시회에서 이혜원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경기도 출자·출연기관의 장의 임기에 관한 조례안'을 수정 가결했다.
조례안은 기관장의 임기를 도지사와 맞추어 도지사 교체 시마다 반복되던 인사 갈등을 막고 정책 집행의 일관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본래 2025년 4월 공포를 목표로 했으나, 공공기관 운영 안정성을 고려해 2026년 1월 1일 시행으로 조정됐다.
조례에 따르면 기관장의 임기는 2년으로 하되 연임이 가능하다. 다만 도지사가 새로 선출되면 기존 기관장의 임기는 남은 기간과 관계없이 도지사 임기 개시 전날 종료된다. 인수위원회 요청 시 한시적으로 임기를 연장할 수도 있다.
이혜원 의원은 “이번 조례 제정은 경기도정의 인사 구조를 합리화하고 책임 행정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라며 “기관장 임기와 도지사 임기의 불일치로 발생하던 정책 단절과 갈등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찬성 측은 정책 연속성과 행정 효율성 강화를 강조한다. 도지사가 직접 임명한 기관장이 임기 내내 호흡을 맞출 수 있어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특히 경기도 산하기관은 지역경제, 사회복지, 문화사업 등 도정 핵심 사업을 수행하는 만큼, 집행부와의 보조는 필수라는 논리다.
반면 반대 측에서는 기관의 독립성 훼손을 우려한다. 새 도지사와 정치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기관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게 되면, 기관 운영이 정치 논리에 좌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기관장은 전문성과 안정성이 중요한 자리인데, 선거 결과에 따라 수시로 교체된다면 장기적 비전 수립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조례 적용 대상은 16개 산하기관이다. 한국도자재단을 제외한 대부분 기관장의 임기는 2026~2027년에 만료될 예정이라, 제도 시행에 따른 공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제도 시행 초기 혼란을 최소화하며 안착시킨다는 계획이다.
도민들의 시선은 엇갈린다. 수원시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도지사와 기관장이 같은 시기에 임기를 시작하면 책임 소재가 명확해져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안양의 대학생 이 모 씨는 “정치 논리로 기관장이 교체되는 구조가 되면 전문성보다 줄 세우기가 우려된다”며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행정학 전문가인 박정호 경기대 교수는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지방정부와 산하기관의 임기를 맞추는 방식은 드물다”며 “정책 효율성을 위한 장점은 분명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기관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어떻게 보장할지가 핵심 과제”라고 분석했다.
이번 조례 제정은 ‘정책 연속성과 책임 행정’이라는 명분과 ‘권력 집중과 정치 종속성’이라는 비판이 교차하는 사안이다. 제도가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되면 경기도정과 산하기관의 관계, 나아가 지방행정 전반의 운영 방식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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