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왕시의회 “정밀 조사부터 다시 해야”
[이코노미세계]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의왕시 구간을 따라 형성된 주거지와 상권에서는 수년째 같은 민원이 반복되고 있다. 차량 통행량 증가로 인한 소음과 진동, 분진 피해는 물론, 낙하물로 인한 안전 불안까지 겹치면서 주민들의 일상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특히 야간 시간대에는 창문을 열기 어렵고, 상가 밀집 지역에서는 대화조차 힘들다는 호소가 이어진다. 고속도로 개통 당시 설치된 방음시설이 시간이 흐르며 실효성을 잃었지만, 근본적인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 같은 문제를 공론화한 것은 의왕시의회다. 시의회는 지난 19일 제316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의왕시 구간 방음터널 설치 촉구 건의안’을 의결했다.
건의안을 대표 발의한 김태흥 부의장은 “현재 방음시설은 법적 기준만 간신히 충족할 뿐, 실질적인 소음 저감 효과는 매우 부족하다”며 “단순 개보수로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주민의 건강권과 안전권을 고려할 때, 방음터널이나 고성능 방음벽 설치 등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관리 주체인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2023년 의왕시 구간 방음시설 증설 요구에 대해 “기존 구조물의 하중 한계로 방음터널 설치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시의회는 이 같은 설명이 문제 해결을 미루는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 부의장은 “주민 민원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적 어려움만을 이유로 대응을 멈춰서는 안 된다”며 “정밀한 실태조사와 대안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왕만의 문제는 아니다. 수도권을 관통하는 제1순환고속도로 인접 지역 곳곳에서 유사한 민원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는 중앙정부 권고를 계기로 실질적인 개선에 나섰다.
수원시와 하남시, 서울 송파구 등에서는 국민권익위원회 권고 이후 방음벽 높이 상향, 소음감쇠기 설치, 방음재질 개선 등이 단계적으로 추진됐다. 그 결과 체감 소음이 줄고, 주민 민원도 감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의회는 “의왕시 역시 타 지역 사례를 참고해 현실적인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에 의결된 건의안은 단순히 방음터널 설치를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주요 내용은 ▲고속도로 인접 지역 소음·진동·분진 실태 전면 조사 ▲방음터널 및 고성능 방음벽 설치 검토 ▲소음감쇠기와 저소음 포장 도입 ▲주민 의견 반영과 유지·관리 체계 강화 등이다.
즉, 일회성 시설 확충이 아니라 장기적 관리 체계를 갖추자는 것이다. 건의안은 국회와 국토교통부, 한국도로공사 등에 이송될 예정이다.
방음터널 설치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이다. 그럼에도 이번 논의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 문제가 단순한 예산 논쟁을 넘어 ‘주민의 기본권’ 문제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가 성장하면서 교통 인프라는 확대됐지만, 그 부담을 특정 지역 주민이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가 계속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의왕시의회는 이번 건의안을 시작으로 중앙정부와 도로 관리기관의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법적 기준을 지켰다는 말로는 주민의 밤을 되돌려줄 수 없다.” 의왕 구간 방음터널 논의는, 수도권 교통 인프라가 어디까지 시민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지 묻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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