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현 의원 “정책 변경 이유를 시민과 숫자 앞에 밝혀야”
[이코노미세계] 구리시의 서울 편입 추진이 민선 9기 출범과 함께 중단되면서 지역사회에서 정책 전환의 타당성과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방정부의 주요 정책은 시장 교체에 따라 수정될 수 있지만, 장기간 행정력과 예산이 투입된 사업을 철회할 때는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판단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쟁점의 중심에는 서울 편입과 경기주택도시공사(GH) 구리 이전이 구리시의 재정과 도시 경쟁력에 각각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자리 잡고 있다. 단순히 서울 편입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두 정책의 비용과 편익을 객관적인 수치로 비교하고 시민에게 선택의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리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연주현 의원은 7월 30일 열린 제361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민선 9기 취임 직후 서울 편입 사업을 공식 철회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정책 철회에 앞서 시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는지, GH 이전이 서울 편입보다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오는지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 의원은 이날 “행정의 방향은 시장이 바뀌면 달라질 수 있지만, 그 방향을 바꾸는 절차와 판단의 근거는 언제나 시민을 향해 있고 숫자 위에 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정의 정책 선택 권한은 인정하되, 그 결정에 이르는 과정과 자료가 공개돼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과 맞닿아 있는 구리시는 생활권과 교통망, 주거·경제 활동에서 서울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서울 편입론이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배경도 이 같은 지리적·생활권적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서울 편입은 행정구역을 변경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방세 체계와 재정 구조, 교통 인프라, 도시계획, 복지서비스 등에 광범위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안이다. 지역의 정체성과 자치권, 경기도와의 관계, 서울시와 중앙정부의 입장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연 의원은 서울 편입 추진이 특정 정치세력만의 구호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민선 8기 시절 추진해 온 구리시의 서울 편입은 특정 정파의 구호가 아니라 범시민적 흐름 속에서 추진돼 온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기존 전문 연구용역에서 서울 편입에 따른 연간 약 877억원 규모의 세출 절감과 가용재원 확대, 교통 인프라 개선 등의 효과가 제시됐다고 밝혔다. 다만 이 수치는 연 의원이 인용한 연구용역상의 추산인 만큼 산정 기준과 전제 조건, 실현 가능성에 대한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서울 편입에 따른 재정 효과를 정확히 판단하려면 단순한 추계 금액뿐 아니라 행정구역 개편 과정에서 발생할 비용과 지방세 구조 변화, 국·도비 지원 변동, 서울시와의 재정 조정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용역 결과가 어떤 조건을 전제로 산출됐는지, 실제 편입이 이뤄질 경우에도 같은 효과가 발생하는지 시민이 확인할 수 있도록 원자료와 분석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 편입 철회 논란은 GH 이전 효과와도 맞물려 있다. 구리시로서는 GH 유치를 통해 세수를 늘리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을 추진할 수 있다. 공공기관 이전은 지방소득세 증가뿐 아니라 직원과 관련 기업의 유입, 상권 활성화, 도시 인지도 상승 등의 부수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 의원은 GH 이전에 따른 지방소득세 증가만으로 구리시의 재정 여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GH 이전으로 기대되는 지방소득세는 연간 약 80억원이다. 이는 2026년 구리시 일반회계 예산의 약 1.2%에 해당하며, 현재 27.1%인 재정자립도를 28%대 초반으로 높이는 수준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연 의원은 “연 80억원의 GH 세수만으로는 구리시의 재정난을 해소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연간 877억원의 효과가 제시된 서울 편입을 포기할 만큼 압도적인 대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두 수치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서울 편입의 연간 877억원은 세출 절감과 가용재원 확대 등을 합산한 추계인 반면, GH 이전에 따른 연간 80억원은 지방소득세 증가분을 중심으로 산정된 수치다. GH 이전이 가져올 고용과 소비, 기업 유치, 부동산 및 상권 활성화 등 간접적인 경제 효과가 반영됐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결국 구리시는 동일한 기준과 기간을 적용한 비교분석 자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서울 편입과 GH 이전을 각각 추진했을 때 예상되는 직접 세입과 세출 변화, 간접적인 경제 효과, 사업 추진 비용과 위험 요인까지 함께 제시해야 시민이 두 정책의 실익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
서울 편입과 GH 이전이 반드시 양자택일의 관계인지도 검토 대상이다. GH 이전을 추진하면서 서울 편입 논의를 병행할 수 없는 제도적 이유가 무엇인지, 두 정책이 상충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에서 충돌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연 의원이 이날 가장 비중 있게 제기한 문제는 서울 편입 자체의 찬반보다 정책 철회 과정이었다. 시장에게 정책을 변경할 권한이 있더라도 시민 생활과 도시의 장기적 진로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충분한 공론화 없이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서울 편입은 민선 8기 동안 연구용역과 행정 검토가 진행된 사업이다. 이미 관련 예산과 인력, 행정력이 투입된 만큼 민선 9기가 사업을 철회하려면 정책 효과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주민 여론조사나 공청회, 토론회 등 시민 의견을 확인하는 절차도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선거를 통해 시장이 교체됐다는 사실만으로 이전 시정의 주요 정책에 대한 시민의 의사까지 자동으로 확인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선거에는 복지와 교통, 개발, 교육 등 다양한 현안이 동시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서울 편입처럼 도시의 행정적 소속과 미래 발전 방향을 바꾸는 사안은 별도의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연 의원은 시정에 세 가지 사항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첫째, 서울 편입 철회를 최종 확정하기 전에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정책 철회가 시민의 뜻과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공론화 과정을 통해 지역사회의 갈등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GH 이전이 서울 편입보다 재정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한 근거를 정량적인 자료로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정치적 구호나 추상적인 전망이 아니라 세수와 재정자립도, 행정비용, 지역경제 파급효과 등을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라는 주문이다.
셋째, 서울 편입 추진 과정에 투입된 예산과 행정력, 연구용역 등 성과물의 향후 활용 방안을 시민과 시의회에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핵심 정책이 중단되거나 방향을 바꾸는 일은 지방행정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다. 새 시장은 선거에서 제시한 공약과 시정 철학에 따라 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전 시정에서 추진한 정책을 모두 정치적 유산으로 규정하고 폐기할 경우 예산 낭비와 행정의 연속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구리시가 서울 편입을 최종적으로 추진하지 않더라도 그동안 축적한 연구 결과와 행정 자료까지 사장시킬 이유는 없다. 서울과의 교통 연계 강화, 생활권 통합, 재정 효율화, 광역행정 협력 등 연구용역에서 제시된 내용은 다른 정책을 설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기존 용역의 분석 결과 가운데 실현 가능한 과제는 무엇인지, 서울 편입을 전제로 하지 않아도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은 무엇인지 선별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이미 투입된 비용을 단순한 매몰비용으로 남기지 않고 향후 도시정책의 자산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동시에 민선 8기 당시 서울 편입 추진 과정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시민적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됐는지, 중앙정부 및 서울시와 실질적인 협의가 이뤄졌는지, 법적·행정적 절차를 통과할 가능성이 있었는지 등을 냉정하게 점검해야 한다.
찬성 측이 제시한 경제적 효과만 강조하거나 반대 측이 제기한 현실적 한계만 부각해서는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하기 어렵다. 공개된 자료를 토대로 정책의 장점과 위험을 함께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번 논란은 구리시가 서울에 편입돼야 하는지를 넘어 지방정부의 정책 전환이 어떤 원칙과 절차를 따라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시민에게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지 않은 채 정책을 중단하면 행정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시정이 바뀔 때마다 주요 사업이 뒤집히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구리시가 우선 내놓아야 할 것은 명확한 비교자료다. 서울 편입 연구용역의 전체 내용과 연간 877억원 효과의 세부 산정 근거, 그동안 투입된 예산과 행정력, GH 이전에 따른 직접·간접 효과를 같은 기준에서 공개해야 한다.
이후 시민 여론조사와 공청회, 전문가 토론회 등을 거쳐 지역사회의 의견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숙의 과정을 거친 뒤 서울 편입을 철회한다면 정책 결정의 정당성을 높일 수 있고, 반대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시정도 이를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연 의원은 “책임 있는 행정과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시민의 뜻을 다시 묻고, 그 판단의 근거를 숫자로 증명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책은 시대와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을 바꾸는 이유와 과정마저 불투명해서는 안 된다. 민선 9기 구리시정이 서울 편입 철회 논란에 어떤 자료와 절차로 답할지 지역사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은주 기자 sweetmom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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