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출근할 때마다 2km 가는 데 40분이 걸린다. 기술 혁신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건 도로다. 판교 2·3테크노밸리 입주 기업 근로자 A씨는 매일 반복되는 교통 혼잡을 이렇게 표현했다.
‘한국형 실리콘밸리’로 불리며 스타트업과 글로벌 ICT 기업들의 핵심 거점으로 성장한 판교는 대한민국 혁신 성장 모델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그 겉면의 화려함과 달리, 내부에서는 심각한 교통 인프라 부족 문제가 계속해서 쌓이고 있다.
이 문제는 단순한 불편의 차원을 넘어, 인재 유입·기업 유지·산업 경쟁력 약화로 직결되고 있다. 11월 6일, 경기도의회 문승호 의원은 제387회 정례회 5분 자유발언에서 이를 공식적으로 지적하며 경기도의 정책적 개입을 촉구했다.
2023년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판교 현장을 방문해 “제3 테크노밸리를 혁신의 심장으로 만들겠다”며 대학교 유치, 연구시설 확충, 직주락학(職住樂學) 생태계 구축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 핵심 사업 중 하나였던 대학교 유치는 결국 무산됐다. 지난해 사업설명회는 17개 대학 참여했다. 그러나 실제 신청 대학은 0곳이다. 표면적으로는 여러 조건이 거론됐지만, 핵심은 하나였다. 교통이다.
입주를 검토하던 대학들은 “학생·교수·연구 인력 이동의 기반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 계획을 철회했다. 문 의원은 “꽃을 심기 전에 화분이 먼저 있어야 한다”며 교통 인프라 개선 없이 성장만 기대하는 경기도 정책 방향을 비판했다.
판교를 오가는 인구는 이미 수만 명을 넘어섰지만 도로망은 그대로다. 제2판교 근로자는 약 1만 2천 명, 출퇴근 혼잡도는 F등급(최하 등급), 최근 5년간 교통 민원은 약 1,500건이다.
광역버스는 경기 전역에서 오지만, 전체 노선은 20개, 115대에 그친다. 기업들은 자체 비용으로 지하철역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으며, 연간 유지비는 수억 원에 달한다.
GTX-A 성남역 개통, 경부고속도로 확장, 판교 ex-HUB 등 대규모 교통사업이 계획돼 있으나, 착공·협의·예산 배정이 지연되며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대표 사업인 경부고속도로 판교 EX-HUB 확장 공사는 올해 5월 착공해 준공은 2027년 예정이다.
판교 기반 스타트업 창업자 B씨는 최근 사무실 이전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출퇴근 환경이 나쁘면 좋은 인재가 오지 않는다. 인재가 없으면 연구·개발 역량도 무너진다.” 현재 이미 다수 기업이 판교에서 판교 외곽(용인·광주·송도·분당서현) 이전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문 의원은 발언에서 상황을 이렇게 요약했다. “교통 문제로 기존 인력이 퇴사를 고민하고, 기업은 이전을 검토하는데, 새로운 기업과 인재가 어떻게 이곳으로 들어올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
문 의원은 경기도와 중앙정부, 성남시, LH, 경찰청 등 이해주체가 참여하는 협력형 해결방식을 제안하며 세 가지 대책 방향을 제시했다. 내용에는 △진출입로 확장, 판교 ex-HUB 개선, 용서고속도로 연결로 신설 △광역버스 증차·집중배차, 순환 셔틀 증편, 배차 간격 단축 △경기도 주도 협상, 주민·기업 대상 소통체계 마련 등이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남부권 광역철도 신설을 국가철도망계획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곳의 교통 문제는 한 지역의 불편이 아니라, 국가 혁신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는 구조적 리스크다. 문 의원의 마지막 발언은 경기도정뿐 아니라 정책 설계자들에게도 강한 경고였다.
“판교가 정말 중요하다면 출퇴근 시간에 한번 현장에 서보시길 바란다.” “지금의 교통은 산업을 돕는 것이 아니라 가로막고 있다고 항변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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