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도가 2021년 전국 최초로 도입한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보편지원’ 사업이 시행 4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예산 부담 문제로 여전히 곳곳에서 삐걱거리고 있다. 현재 수원·용인·고양·성남·부천·남양주·파주 등 7개 시군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사업에 불참, 해당 지역 여학생들은 월경용품 지원에서 배제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재원 분담 구조다. 경기도가 30%를 부담하고, 기초지자체가 나머지 70%를 책임지는 현행 방식이 지속 가능성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호준 경기도의원이 최근 제출한 '경기도교육청 교육복지 운영·지원 조례' 개정안은 이 같은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다. 경기도교육청이 기존 시군 분담분(70%) 중 일부인 20%를 부담하는 경우, 연간 약 113억 원이 소요된다고 추산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올해 상반기 추가경정예산에서만 3,066억 원을 재정안정화기금으로 적립했다. 이를 근거로 유 의원은 “교육청의 재정 여력은 충분하다”며 “결국 참여 여부는 임태희 교육감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학적으로 볼 때, 경기도교육청이 일정 부분을 분담하면 기초지자체의 예산 압박을 줄이고, 정책의 보편성을 강화할 수 있다. 반면 교육청 입장에서는 새로운 항목이 늘어날 경우 장기적 재정 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생리용품 지원은 단순한 복지가 아닌 경제적 효율성과 형평성의 문제로 이어진다. 지역별로 지원 여부가 갈리면서, 지원을 받는 청소년과 받지 못하는 청소년 간의 ‘복지 격차’가 발생한다.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에는 불참 지역을 지역구로 둔 의원이 14명 중 5명이나 포함돼 있다. 그러나 동시에 8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해, 재정 효율성과 형평성 사이의 균형점이 어디에 놓일지가 관건이다.
남양주 시 관계자는 “청소년 복지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연간 수십억 원 규모의 부담을 단독으로 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교육청이 참여한다면 정책 지속성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경제학자는 “교육청의 참여가 단기적 해법이 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중앙정부 차원의 재원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며 “복지 정책이 지자체 재정 여력에 좌우되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은 ‘월경권 보장’이라는 인권 의제를 넘어, 지방재정 구조와 복지정책 지속 가능성이라는 경제적 과제로 확장된다.
정책이 안정적으로 지속되려면 △재원 분담 구조의 합리화 △중앙·광역·기초자치단체 간 역할 재정립 △보편적 지원의 사회적 비용 대비 효과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
경기도교육청의 참여 여부는 단순히 113억 원의 추가 지출 문제가 아니다. 이는 지방정부와 교육청이 복지 재정을 어떻게 나누고, 청소년 인권을 경제적 관점에서 어디까지 보장할 것인가에 대한 시험대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학생들이 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지금, 이번 조례 개정 논의는 복지의 지속 가능성과 형평성을 동시에 담보할 수 있는 경제적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나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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