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안성시의 한낮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점심시간, 시청 인근에서 도시락이나 커피 대신 문화 공간을 찾는 발걸음이 늘고 있다. 그 중심에 문화창작소가 있다.
김보라 안성시장은 2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점심시간을 이용해 잠깐 ‘뚱랑이’를 보고 왔다”고 전하며 시민과 같은 동선에서 전시를 즐긴 경험을 공유했다. 짧은 게시글이었지만, 이 메시지는 안성시 문화정책의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안성 문화창작소에서는 29일까지 ‘뚱랑이와 안성공예의 만남’을 주제로 한 작품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통통하고 친근한 캐릭터 ‘뚱랑이’는 관람객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매개다. 캐릭터를 따라 전시장에 들어서면, 그 뒤에는 안성의 공예 자산이 자연스럽게 배치된다. 전통과 현대, 산업과 취미의 경계가 부드럽게 허물어진다.
전시장은 ‘보는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은 직접 손을 움직이며 공예의 과정을 경험한다. 이는 결과물보다 ‘과정’에 가치를 두는 최근 문화 소비 흐름과 맞닿아 있다. 김 시장 역시 점심시간에 방문한 시민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행정의 주체가 소비자의 위치에서 문화를 체험하는 장면은 정책의 언어보다 강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번 프로그램의 또 다른 특징은 도시 전반을 무대로 확장된다는 점이다. 안성 시내 명소에서 셀카를 세 번 찍으면 ‘뚱랑이’ 캐릭터를 활용한 티셔츠를 제작할 수 있는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전시는 건물 안에서 끝나지 않고, 도시 곳곳으로 퍼진다. 이는 체류 시간을 늘리고, 자연스러운 동선 속에서 지역 상권과 관광을 연결하는 구조다.
김 시장은 게시글 말미에 “크리스마스에 구경 오세요”라고 덧붙였다. 연말이라는 시점 역시 전략적이다. 가족 단위 방문객, 청년층, 연인 등 다양한 수요가 한꺼번에 움직이는 시기다. 문화창작소는 이 흐름을 흡수해 ‘연말 문화 명소’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안성은 그간 공예 도시라는 정체성을 꾸준히 강조해 왔지만, 다소 무겁고 전문적인 이미지가 앞섰던 것도 사실이다. ‘뚱랑이’라는 캐릭터는 이 틀을 흔든다. 친근함과 유머, 사진 찍기 좋은 요소는 젊은 세대의 감각과 맞닿아 있다. 이는 공예의 가치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접근 방식을 넓히는 시도다.
이번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는 규모가 아니라 방식이다. 대규모 예산이나 화려한 무대 대신, 점심시간 30분이면 다녀올 수 있는 문화 경험을 제안한다. 시장이 먼저 그 길을 걷고, 시민에게 “같이 가보자”고 말한다. 행정의 언어가 보고서가 아닌 사진과 체험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안성 문화창작소의 ‘뚱랑이 안성공예’ 전시는 지역 문화정책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실험이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