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부당하고 부정의한 것을 바로잡아 시민의 소중한 혈세를 지킬 수 있기를 한가위 보름달에 빌어본다. 성남시 신상진 시장이 10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한 문장이 지역사회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신 시장이 언급한 ‘부당한 일’은 전임 시절 진행된 대왕저수지 매입 계약이다. 성남시는 2022년 3월 30일, 청계산 인근 대왕저수지를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1,183억 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과 중도금을 합쳐 약 450억 원을 선지급했다.
신 시장은 이 과정에서 감정평가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감정가 산정 시 표준지가 저수지 인근이 아닌, 멀리 떨어진 전답으로 지정돼 330억 원이 과도하게 책정됐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감정가 산정에서 ‘표준지’는 핵심 기준이다. 감정평가사는 대상 토지와 가장 유사한 인근 토지를 표준지로 삼아 가격을 산정한다. 하지만 이번 경우, 대왕저수지 인근 유사 지형이 아닌 수 킬로미터 떨어진 전·답이 표준지로 지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감정 결과가 실제 시세보다 20~30% 이상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공공기관 간 거래에서조차 평가 기준의 적정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면, 지방재정법상 ‘재정상 손해’로 볼 여지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 부동산 감정 전문가는 “표준지를 잘못 잡으면 감정 결과는 얼마든지 왜곡될 수 있다”며 “330억 원 차이는 단순 오차가 아니라 제도적 허점의 결과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왕저수지는 청계산 자락에 위치한 자연형 저수지로, 시민 산책로와 생태공원 조성 계획이 함께 추진돼왔다. 이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공원화 자체에 대해서는 환영하면서도, “세금이 투명하게 쓰였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성남시청 민원 게시판에는 ‘저수지 매입가격 재조사 요구’, ‘공공감정 절차 공개 촉구’ 등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대왕저수지 매입 계약은 민선7기 후반부, 즉 전임 시장 시절 이뤄졌다. 당시 시는 “청계산권 도시공원 확대”를 명분으로 빠른 계약을 추진했으나, 감정 절차의 적정성에 대한 검증 절차는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신 시장 취임 이후, 성남시는 해당 건을 포함한 주요 부동산 매입·개발 사업의 감사 재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지방정부의 재정 관리 시스템 부실로 해석한다. 감정가 산정 오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단지 행정 실수에 그치지 않고 감정 평가사의 책임, 내부 검토 절차 부재, 농어촌공사의 대응 문제까지 확산될 수 있다.
신 시장의 이번 발언이 단순한 행정적 문제 제기를 넘어 시민 신뢰 회복의 메시지로 읽히는 이유는 명확하다. 대장동, 백현동 등 부동산 관련 논란으로 성남시는 그동안 시민 신뢰 회복에 큰 과제를 안고 있었다. “이번 소송은 단순한 법적 다툼이 아니라, 공정한 행정을 바로 세우기 위한 절차”라고 강조했다.
성남시는 이미 관련 소송을 제기했으며, 감정 절차의 합법성과 계약 적정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시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환수 조치 또는 계약 조정 가능성이 열리지만, 반대 결과가 나온다면 행정 책임 공방도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공공감정 절차 전반의 제도 개선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왕저수지 매입 논란은 결국 한 가지 질문으로 귀결된다. “지방정부는 시민의 세금을 얼마나 투명하게 쓰고 있는가” 성남시의 이번 소송은 단순한 계약 분쟁이 아닌, 공공행정의 윤리와 신뢰 회복의 시험대다.
신 시장이 언급한 ‘시민 혈세’라는 단어는 행정의 본질을 상기시킨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번 사건은 앞으로 지방정부가 공공자산을 다루는 방식에 새로운 기준과 경각심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세계 / 김나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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