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제조업 중심 산업도시’로 인식되던 경기 안산시가 첨단기술을 앞세운 도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 시범운행지구 지정, 로봇 배달 서비스 상용화, 경제자유구역 지정, 산업단지의 인공지능 전환(AX)까지 잇따라 가시화되며 도시의 정체성 자체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기술이 산업을 바꾸고, 산업이 다시 시민의 일상을 바꾸는 흐름이 안산 전역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산시의 전략은 단순한 신기술 도입에 머물지 않는다. 행정·교통·산업·생활 영역 전반에 기술을 접목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율주행과 인공지능, 로봇과 스마트 기술을 도시 운영의 기본 도구로 삼아 ‘기술 친화적 도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민근 안산시장은 “안산의 기술혁신은 산업 경쟁력 강화에 그치지 않고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며 “AI와 자율주행, 디지털 혁신을 통해 안산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산업 첨단도시로 키워가겠다”고 강조했다.
안산시는 이달 9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자율주행 자동차 시범운행지구’로 신규 지정됐다.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촉진하고 지역 교통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제도로, 지정 지역에는 도로·교통 관련 규제 특례가 적용된다. 안산시는 그동안 스마트도시 기반 구축과 교통데이터 센터 운영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 실증 여건을 꾸준히 마련해 왔다.
특히 올해 강소형 스마트도시 공모사업에 선정되며 도입 기반 예산과 운영비를 확보한 점이 주효했다. 시는 서류심사와 현장실사 과정에서 신안산선 개통 예정 노선과 공단 지역, 안산사이언스밸리(ASV) 경제자유구역을 연결하는 자율주행 계획을 제시해 교통수요 대응과 환승 편의성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시범운행지구는 단원구 초지동과 상록구 사동 일대를 잇는다. 산업단지와 주거지역, 상업지구, 대학·연구기관을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하는 구조다. 내년 중 자율주행 자동차가 본격 시범운행에 들어갈 예정이며, 안산시 도시정보센터를 출발해 한양대 ERICA 캠퍼스,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안산호수공원, 원시역·초지역 등을 잇는 약 11km 구간이 주요 노선으로 설정됐다.
안산시는 이를 통해 대중교통 혁신과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 미래 일자리 창출이라는 파급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산업단지 물류 실증 확대, 시민 체감형 모빌리티 서비스 도입, 자율주행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 유치도 병행할 방침이다.
자율주행 기술은 이미 시민의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안산시는 이달 초 한양대 ERICA 캠퍼스에 실외 자율주행 로봇 배달 서비스를 도입했다. 로보티즈 AI가 개발한 배송 로봇 ‘일개미’ 10대가 캠퍼스 일대에서 상가와 연계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66~70㎏급 로봇 ‘일개미’는 실외 자율주행 기술을 기반으로 캠퍼스 보행 환경을 스스로 인식하며 움직인다. 소상공인에게는 배달 수수료 부담을 줄여주고, 학생과 지역 주민에게는 무료 배달이라는 편익을 제공한다. 첨단 기술이 추상적 미래가 아닌, ‘지금의 편리함’으로 체감되는 사례다.
안산 산업정책의 핵심 축은 반월·시화스마트그린산단의 ‘AX(AI Transformation)’ 전환이다. 안산시는 올해 산업통상부 공모사업인 ‘AX 실증산단 구축사업’에 선정돼 국비 140억 원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노후 산업단지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고, 생산성과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본격 착수했다.
AX는 단순 자동화가 아닌, 업무 방식과 제품·서비스 전반을 AI로 재설계하는 개념이다. 안산시는 AX 인프라 구축과 기업 실증 지원을 통해 중소 제조기업의 고부가가치 전환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한양대, 고려대 안산병원, 한국산업단지공단 등과 함께 AI 공동정책 실무협의체를 구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향후 산단 내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AI 공급기업과 수요기업,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실증 환경을 조성하고, 기술 상용화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안산시는 국토교통부 ‘2025년 강소형 스마트도시 조성사업’ 대상지로도 선정돼 국비 80억 원을 포함한 총 160억 원을 투입, 2027년까지 시민 체감형 스마트도시 사업을 추진 중이다.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통합교통서비스(MAAS), 상권 활성화, 맞춤형 교육 서비스 등 생활 밀착형 혁신이 핵심이다.
여기에 지난 9월 안산사이언스밸리지구가 수도권·역세권을 모두 갖춘 전국 최초의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며 도시 전환의 퍼즐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상록구 사동 일원 약 50만 평 규모로 조성되는 이 지역은 첨단 로봇과 제조 산업을 핵심 전략으로 하는 첨단산업지구로 개발된다.
한양대 ERICA를 중심으로 경기테크노파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등 산학연 기관이 집적된 이 클러스터는 약 8조 원 규모의 경제 효과와 3만 명 이상의 고용 창출이 기대된다.
이민근 시장은 “스마트도시는 기술을 많이 도입하는 도시가 아니라, 시민의 일상과 산업 현장을 함께 바꾸는 도시”라며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계기로 산업단지 AX를 가속화하고 중소기업 경쟁력을 높여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지겠다”고 말했다.
안산의 실험은 아직 진행형이다. 그러나 자율주행, AI, 로봇이라는 키워드가 산업단지와 캠퍼스, 주거지와 도심을 동시에 관통하며 도시의 방향을 분명히 가리키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기술이 산업을 바꾸고, 산업이 다시 도시를 성장시키는 선순환 구조. 안산은 지금, 그 미래를 가장 앞에서 시험하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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