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부천의 기적은 계속된다. 15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자신의 SNS에 남긴 짧은 문장은 최근 부천에서 연이어 벌어지고 있는 변화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창단 18년 만에 첫 K리그1 승격을 이뤄낸 부천FC의 쾌거, 대기업들이 잇따라 입주를 확정한 부천대장 R&D클러스터, 주민 숙원사업이던 대장홍대선 착공까지. 부천은 지금 ‘도시의 운명’을 다시 쓰는 전환점에 서 있다.
성과는 우연이 아니라 축적의 결과다. 산업, 교통, 문화, 시민 삶의 질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전략적 선택들이 맞물리며 도시의 체질이 바뀌고 있다.
부천FC의 K리그1 승격은 단순한 스포츠 성과를 넘어 도시 정체성의 회복을 의미한다. 시민 구단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출발한 팀이 18년 만에 최상위 리그에 오르기까지, 부천의 이름은 늘 ‘가능성’과 함께 언급돼 왔다.
승격 소식이 전해진 뒤 부천 도심 곳곳에는 자발적인 축하 현수막과 온라인 응원이 이어졌다. 지역 상권 역시 들썩였다. 홈경기 유치에 따른 유동 인구 증가, 미디어 노출 확대는 체감 가능한 경제 효과로 연결될 전망이다. 스포츠가 도시 브랜드를 견인하는 대표적 사례로, 부천은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부천의 변화는 산업 지형에서도 뚜렷하다. 부천대장 R&D클러스터에는 대한항공,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DN솔루션즈 등 굴지의 기업들이 둥지를 틀었다. 항공·반도체·에너지·첨단 제조 분야를 아우르는 기업군은 단순 입주를 넘어 연구개발과 고급 일자리 창출의 핵심 거점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 서부는 그동안 동남권에 비해 산업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부천대장 클러스터는 이러한 지형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기업 집적 효과는 인근 도시로 확산되며, 주거·교육·문화 인프라 확충까지 연쇄적으로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교통은 도시 경쟁력의 바로미터다. 주민들의 오랜 염원이었던 대장홍대선이 착공되면서, 부천에서 홍대까지 이동 시간은 20분대로 대폭 단축될 예정이다. 고양 덕은지구, 마곡, DMC 등 주요 거점과의 연결성도 강화된다.
이는 단순한 ‘시간 단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통근·통학권 확장, 기업 활동의 효율성 증대, 문화·상업 접근성 향상 등 일상 전반의 질을 끌어올리는 구조적 변화다. 부천이 ‘베드타운’이 아닌 자족형 도시로 도약하는 데 교통망은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부천의 경쟁력은 산업과 교통에만 머물지 않는다. 만화와 웹툰으로 대표되는 문화 콘텐츠, 시민들의 삶이 켜켜이 쌓인 제일시장 같은 전통 상권은 도시의 얼굴이자 정체성이다.
김 지사가 ‘달달버스’를 타고 부천을 찾아 시민들과 소통하며 귀 기울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화는 정책의 장식이 아니라 시민 삶의 기반이다. 콘텐츠 산업과 전통시장이 공존하는 구조는 부천만의 차별화된 도시 서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부천에서 이어지는 성과를 두고 일각에서는 ‘운이 겹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스포츠, 산업, 교통, 문화가 동시에 움직이는 흐름은 우연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중장기 도시 전략과 주민 요구, 기업 선택이 맞물린 결과다.
과제도 남아 있다. 급격한 개발에 따른 주거 부담, 교통 혼잡, 원도심과 신도시 간 격차 해소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부천은 이제 ‘가능성의 도시’에서 ‘현실을 증명하는 도시’로 옮겨가고 있다.
부천의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K리그1 승격의 함성, R&D클러스터의 불빛, 철도 공사의 굉음은 각각 다른 소리처럼 들리지만, 하나의 메시지로 수렴된다. 도시가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겠다는 선언이 수사가 아닌 정책과 성과로 이어질 때, 도시는 경쟁력을 갖는다. 부천이 보여주는 ‘기적’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수도권 서부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