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지역 중소 건설업체의 경영난이 깊어지는 가운데, 의왕시의회가 공공건설사업과 지역경제의 연결고리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 의왕시가 발주하는 공사에 지역 건설업체와 근로자, 자재·장비의 참여를 확대하고 관련 실적을 매년 공개하도록 해 공공사업의 경제적 효과가 지역 안에서 순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김태흥 의왕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왕시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촉진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15일 열린 제321회 임시회 조례등심사특별위원회에서 원안 가결됐다. 개정안에는 공동도급 때 지역건설산업체의 참여 비율을 49% 이상으로 하고, 하도급 비율은 60% 이상으로 확대하도록 권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관급공사의 도급·하도급 참여 현황과 지역건설근로자 고용 현황 등을 매년 공표하도록 의무화했다. 기존 조례가 지역 건설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원이라는 원칙을 제시하는 데 머물렀다면, 개정안은 참여 실적을 구체적으로 관리하고 공개하는 방향으로 한 단계 나아갔다는 평가다.
의왕시에 따르면 2026년 6월 기준 지역에는 지반조성, 조경, 철근콘크리트 분야 등의 전문건설업체 173곳과 종합건설업체 32곳, 건설기계대여업체 5곳이 등록돼 있다. 모두 합하면 210곳에 이른다.
이들 업체는 지역에서 사업장을 운영하고 근로자를 고용하며 지방세를 납부하는 지역경제의 한 축이다. 그러나 건설경기가 위축되면 자금력과 수주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 건설업체부터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신규 공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외지 대형 업체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되면 지역업체가 체감하는 수주난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공공건설사업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도로·공원·공공시설 등의 건설사업은 시민 생활 기반을 확충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역업체가 공동도급이나 하도급에 참여하고, 지역에서 생산된 자재와 장비를 사용하며, 지역근로자를 고용하면 투입된 예산의 상당 부분이 다시 지역의 소비와 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공사비 대부분이 외지 업체와 외지 인력, 외부 자재 구매에 쓰이면 공공투자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조례 개정의 핵심은 공공사업 예산을 단순한 시설 건립 비용이 아니라 지역산업과 일자리를 뒷받침하는 경제정책 수단으로 활용하자는 데 있다.
김 의원은 조례 개정 배경에 대해 “건설경기 침체로 관내 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의왕시 관내 자재·장비·인력 활용을 극대화해 지역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도록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우선 ‘공동수급체’에 대한 정의를 신설해 조례 적용의 법적 명확성을 높였다. 공동수급체는 여러 건설업체가 공동으로 공사를 맡기 위해 구성하는 사업 형태다. 지역 중소 업체는 단독으로 대규모 공공공사를 수주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동도급은 공공시장 진입 기회를 넓히는 중요한 통로가 될 수 있다.
개정안은 공동도급을 추진할 때 지역건설산업체의 참여 비율을 49% 이상으로 확대하도록 권장했다. 하도급에서도 지역업체의 참여 비율을 60% 이상으로 높이도록 했다. 외지 업체가 공사를 수주하더라도 실제 시공 과정에서 지역 전문건설업체가 참여할 가능성을 넓히려는 조치다.
공동도급의 방식도 다양화했다. 업체들이 공사 구간이나 분야를 나눠 책임지는 ‘분담이행방식’, 출자 비율에 따라 공동으로 계약을 수행하는 ‘공동이행방식’, 종합건설업체가 주계약자가 되고 전문건설업체가 공동수급체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주계약자 관리방식’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사업의 성격과 공사 규모에 적합한 공동도급 방식을 선택하면 지역업체의 전문성을 살리면서도 사업 수행 능력을 보완할 수 있다. 발주기관과 대형 건설업체, 지역 중소 건설업체가 역할을 나눠 협력하는 구조를 마련함으로써 민관 상생을 촉진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조례에 제시된 지역업체 참여 비율과 하도급 비율은 강제 규정이 아니라 권장 사항이다. 계약 관련 법령과 입찰 조건, 업체의 시공 능력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례가 실제 지역업체의 수주 확대로 이어지려면 발주 단계부터 참여 가능한 업체를 파악하고, 원도급 업체에 지역업체 정보를 제공하는 등 세부적인 실행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
이번 개정안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관급공사의 지역 기여도를 매년 공개하도록 한 점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의왕시는 관급공사의 도급 및 하도급 참여 현황과 지역건설근로자 고용 현황 등을 해마다 공표해야 한다.
김 의원에 따르면 기존 조례에도 지역건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도록 규정돼 있었다. 그러나 의왕시 공공발주 건설사업에서 지역 생산자재와 장비가 얼마나 사용됐는지, 지역건설근로자가 얼마나 고용됐는지, 지역 건설기계의 사용률은 어느 정도인지 등이 별도로 관리되지 않았다.
정책의 성과를 평가하려면 먼저 정확한 실적을 집계해야 한다. 지역업체 참여를 독려하더라도 연도별 도급·하도급 규모와 고용 인원 등이 관리되지 않으면 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참여 실적이 낮아도 원인을 분석하거나 보완 대책을 세우는 데 한계가 생긴다.
매년 관련 현황이 공개되면 정책의 투명성과 책임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시민과 지역 건설업계는 공공사업이 지역경제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 객관적인 수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시 역시 부서별·사업별 실적을 비교해 참여율이 낮은 분야의 문제점을 점검할 수 있다.
실적 공개가 정착되면 의왕시 공공건설정책의 평가 기준도 달라질 수 있다. 지금까지는 공사를 예정된 기간과 예산 안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핵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지역업체 참여와 지역근로자 고용, 지역 자재·장비 활용까지 공공사업의 주요 성과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기존 조례에 지역건설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도록 돼 있었지만, 관내 생산자재와 장비 사용률, 지역건설근로자 고용률, 건설기계 사용률 등은 별도로 관리되지 않았다”며 “이번 개정안을 통해 지역 기반 건설사업자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공공사업 참여 기회를 실질적으로 확대하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우수 건설인’ 선정 대상에 지역건설근로자를 포함했다. 지역건설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업체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도 공식적인 평가와 포상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수 건설인의 선정 기준도 구체화했다. 이에 따라 지역건설산업 발전과 안전한 시공, 지역사회 기여 등에 공로가 있는 업체와 근로자를 보다 폭넓게 발굴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이는 지역건설산업을 기업의 수주 문제로만 바라보지 않고,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까지 정책 대상으로 포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건설산업의 경쟁력은 업체의 기술력뿐 아니라 숙련된 현장 인력과 안전관리 역량에 좌우된다. 우수 근로자를 발굴하고 예우하는 제도가 정착되면 현장 종사자의 자긍심과 안전의식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지역근로자 고용 확대는 시민 체감도가 높은 정책이기도 하다. 공공공사에 지역 주민이 참여하면 사업비가 임금소득으로 전환돼 지역 상권의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 건설업체와 장비업체, 근로자, 소상공인이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조례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더라도 지역업체의 참여가 저절로 확대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업체가 공공사업에 참여하려면 어떤 사업이 언제 발주되는지 알 수 있어야 하고, 필요한 면허와 시공 능력, 기술인력 등을 사전에 갖춰야 한다. 발주기관 역시 지역에 어떤 업체가 있고 어느 공종을 수행할 수 있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따라서 의왕시는 등록된 건설업체와 장비업체의 면허·전문 분야·시공 실적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발주 부서와 원도급 업체가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연간 공사 발주계획을 지역업계에 미리 알리고 공동도급 및 하도급 참여 절차를 안내하는 방안도 요구된다.
실적 공개의 범위와 기준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단순히 참여 업체 수만 밝힐 것이 아니라 전체 계약액 가운데 지역업체가 차지하는 금액과 비율, 지역근로자 고용 인원과 근무 기간, 지역 자재·장비 사용 실적 등을 함께 제시해야 정책 효과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지역업체 보호와 공사의 품질·안전을 조화시키는 일도 중요하다. 지역업체 참여 확대가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나 형식적인 지분 참여로 흐르지 않도록 공정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적정한 시공 능력을 갖춘 업체가 투명한 절차를 통해 참여하고, 부실시공이나 불공정 하도급을 예방할 관리 체계도 병행돼야 한다.
이번 개정안은 공공공사를 지역산업 육성 및 고용 확대와 연결하려는 의왕시의 제도적 출발점이다. 참여 비율을 권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도급·하도급과 고용 현황을 매년 공개하도록 한 만큼, 시행 이후에는 구체적인 수치로 정책 성과를 평가받게 된다.
김 의원은 “이번 조례 개정이 위축된 지역건설산업을 활성화하는 마중물이 돼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개정조례안은 오는 24일 본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될 예정이다. 조례가 최종 시행되면 의왕시 공공건설사업이 지역업체의 수주와 근로자의 일자리, 자재·장비업체의 매출로 얼마나 이어지는지가 핵심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okna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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