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청년정책은 오랫동안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반복돼 왔다. 각종 수당과 프로그램은 늘어났지만, 정책이 끝난 뒤 청년이 다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선뜻 답하기 어려웠다.
오산시가 최근 청년정책의 방향을 재설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편적 지원이 아니라, 청년이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도시 전체의 구조를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오산시는 청년을 특정 정책 대상이 아닌 ‘도시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주체’로 바라본다. 취업과 창업의 출발선부터 주거, 복지, 역량 강화, 사회 참여까지 청년의 일상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 정책이 끝나도 도시 안에서 다음 선택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행정이 준비한 프로그램을 나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청년의 생활 반경 속에 정책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설계했다.
정책 전환의 출발점은 실행력 확보였다. 오산시는 2023년 청년업무 전담팀을 신설하며 조직 체계를 정비했고, 2024년에는 '오산시 청년일자리창출 촉진에 관한 조례'를 제·개정해 정책 추진의 법적 근거를 강화했다.
조직과 조례는 형식적 장치에 그치지 않았다. 전담팀을 중심으로 일자리, 복지, 주거, 참여 정책이 부서 간 칸막이를 넘어 연계되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오산시는 일자리 창출과 고립청년 지원, 취업·창업 프로그램을 현장 중심으로 촘촘히 엮으며 정책 성과를 가시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오산 청년정책의 현장 거점은 청년일자리센터 ‘이루잡’이다. 이루잡은 취업특강, 직무 멘토링, 면접 스피치 교육, 창업 지원 프로그램 등을 단계별로 운영하며 청년의 준비 과정을 체계적으로 돕는다. 단순한 정보 제공이 아니라, 개인의 상황에 맞춘 맞춤형 설계를 지향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같은 운영 성과는 외부 평가로도 확인됐다. 이루잡은 경기 청년공간 운영평가에서 2년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되며 현장 중심 정책의 효과를 입증했다. 청년이 ‘한 번 들렀다 가는 공간’이 아니라, 취업과 진로 전환의 과정 전반을 함께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오산시의 창업 지원 정책도 방향이 다르다. ‘꿈틀가게’는 청년 외식 창업가에게 실제 점포 운영 기회를 제공하고, 1대1 맞춤형 컨설팅을 통해 창업 초기의 시행착오를 줄인다. 교육을 듣고 끝나는 방식이 아니라, ‘직접 해보는 경험’ 자체를 정책으로 설계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구직 의지가 꺼진 청년을 다시 사회로 연결하는 사업도 병행한다. 장기간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도전지원사업’은 참여수당과 인센티브를 통해 자신감 회복과 사회 재진입을 지원한다. 여기에 자격시험 응시료 지원사업은 수요 증가를 반영해 2025년 예산을 전년 대비 38% 증액하며 참여 문턱을 낮췄다. 청년이 다시 첫 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다.
정책의 완성도는 참여 구조에서 갈린다. 오산시는 청년의 의견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넓히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2월 열린 청년소통 간담회에는 100여 명의 청년이 참여해 일자리, 생활, 공간, 참여 전반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고, 이 중 일부는 실제 정책에 반영됐다.
또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평택지청과 지역 복지관 등 13개 기관이 참여하는 지역청년고용협의체를 출범시켰다. 구직단념청년, 자립준비청년, 시설 퇴소 청년 등 기존 정책에서 포착하기 어려웠던 대상까지 함께 발굴하고, 취업 연계 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하는 구조다. 전국 최초로 체결된 5개 기관 연합 청년 자원봉사 활성화 협약 역시 청년 사회참여를 제도적으로 확장한 사례로 평가된다.
청년이 도전한 뒤 도시를 떠나지 않도록 하는 장치는 주거와 복지다. 오산시는 매년 1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행복기숙사 입주를 지원하고 있으며, 세교2지구에는 청년·신혼부부 2천500세대 규모의 주택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
이어 출산·육아 지원금 확대, 국가자격증 상설시험장 운영 등 생활 밀착형 정책도 병행한다. 취업과 창업이라는 ‘일’의 문제를 넘어, 청년의 일상이 도시 안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는 전략이다.
이권재 오산시장은 “청년은 도시의 미래이자 오늘의 동력”이라며 “오산이 청년이 머물고 싶고, 도전하고 싶은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일자리·주거·복지 전 영역에서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오산시의 청년정책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러나 분명한 변화는 있다. 정책이 흩어진 지원 목록이 아니라, 한 도시 안에서 이어지는 구조로 설계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얼마를 지원했는가’보다 ‘청년이 다시 움직였는가’를 묻는 정책. 오산의 실험이 다른 지방정부의 청년정책에도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나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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