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미세계] 로컬푸드는 도농복합도시 파주에 꼭 맞는 모델이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최근 문산읍에 문을 연 ‘파주로컬푸드 직매장 문산점’ 개장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단순히 농산물 판매장을 하나 더 늘린 것이 아니라, 도시와 농촌이 함께 살아가는 ‘순환경제 도시’로의 전환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파주는 수도권 서북부의 대표적인 도농복합도시다. 운정·문산·금촌 등 도심권에는 50만 명에 달하는 시민이 거주하고, 교하·법원·파평 등 농촌 지역에서는 여전히 대규모 농업 활동이 이어진다. 김 시장은 이러한 지리적·사회적 특성을 ‘파주만의 강점’으로 보고, 농민과 도시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로컬푸드 정책을 시정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문산점은 파주시가 오랜 기간 준비해온 로컬푸드 2호점이다. 지난 두 달간의 시범 운영(가오픈) 기간 동안 이용객이 꾸준히 증가했고, 정식 개장일에는 평일 오전에도 시민들이 줄을 서는 모습이 연출됐다.
이곳에서는 파주시 내 농가들이 직접 생산한 신선 채소, 과일, 가공식품 등을 ‘생산자 실명제’ 형태로 판매한다. 제품에는 생산자 이름과 연락처, 재배 방식 등이 표시되어 있어 소비자가 생산자를 신뢰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시장은 이를 “얼굴 있는 먹거리”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로컬푸드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며, 그 자체가 지역 공동체의 힘을 키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신뢰의 경제’가 단순한 유통 구조 개선을 넘어, 지역 내부의 자본 순환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고 분석한다. 로컬푸드 직매장 매출의 상당 부분이 다시 지역 농가와 중소 가공업체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로컬푸드의 경제적 파급력은 숫자보다 훨씬 크다. 농민은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고, 소비자는 신선하고 저렴한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 지역 내 소비가 늘어나면 파주시 경제는 ‘안에서 도는 구조’로 전환된다. 김 시장은 “로컬푸드는 파주에서 돈이 돌게 만드는 경제 활성화 모델”이라며 “농업과 소비를 동시에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문산점의 성공적인 개장은 파주시가 추진 중인 ‘운정 로컬푸드 복합센터’ 건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내년 하반기 완공 예정인 이 복합센터는 단순한 판매장을 넘어, 지역 농산물 가공·체험·교육을 결합한 ‘6차 산업형 로컬푸드 거점’으로 조성될 계획이다.
문산점 개장식에는 시민 자원봉사자, 소비자 협동조합 관계자, 농민 단체 등 다양한 주체가 함께 참여했다. 이날 김 시장은 “이 매장은 행정이 만든 공간이 아니라, 시민이 함께 키워온 결과물”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시민들이 이 공간을 지역의 자부심으로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민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문산읍에 거주하는 한 소비자는 “마트보다 신선하고 믿을 수 있다”며 “생산자 이름이 적혀 있어 아이들과 함께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농가는 “그동안 중간 유통에 밀려 제값을 받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직접 판매로 수익이 늘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김경일 시장이 강조하는 ‘로컬푸드 철학’의 핵심은 단순히 농산물 직거래에 있지 않다. 그것은 파주가 가진 도농복합도시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고, 지역민이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도시’로 발전하자는 방향성에 가깝다.
그리고 “농촌과 도시가 완벽히 공존하는 도시는 많지 않다. 파주는 그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라며 “로컬푸드는 그 균형을 유지하는 가장 파주다운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로컬푸드는 단순한 경제정책이 아닌, 도시의 정체성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담은 철학적 실천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문산점의 개장은 하나의 매장이 아닌, 하나의 선언이다.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도시’, ‘지역 안에서 순환하는 경제’, ‘시민이 신뢰로 연결되는 공동체’. 파주는 이 세 가지를 로컬푸드라는 키워드로 묶어냈다.
이제 남은 과제는 확산이다. 로컬푸드 복합센터가 완성되고, 각 읍면동의 생활권에서도 생산자-소비자 연결망이 촘촘히 구축된다면 파주는 명실상부한 ‘로컬푸드 선도 도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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