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가장 높은 산 하나를 넘었다. 김보라 안성시장이 1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동신산업단지가 경기도 농정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남긴 말이다.
2023년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로 선정된 이후, 2년 가까이 이어진 행정 절차의 핵심 관문이 마침내 열렸다. 동신산단 조성의 최대 난제로 꼽혀온 ‘농업진흥구역 해제’ 문제가 경기도 단계에서 일단락되면서, 사업은 이제 최종 관문인 농림축산식품부 농지관리위원회 심의만을 남겨두게 됐다.
동신산업단지는 안성시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내건 대표적 산업 프로젝트다. 정부의 반도체 초강국 전략에 맞춰, 소부장 기업을 집적화하고 연구·생산·물류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수도권 남부에 위치한 안성은 평택·용인·이천 등 기존 반도체 벨트와의 접근성이 뛰어나고, 물류망 확장 가능성도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입지의 강점만으로 산업단지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동신산단 예정지에는 상당 부분이 농업진흥구역으로 묶여 있었다. 이 구역은 국가 식량 안보 차원에서 보전 가치가 높아, 산업단지 조성을 위해서는 까다로운 심의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실제로 다수의 산업단지 계획이 이 단계에서 좌초되거나 장기 표류해 왔다.
경기도 농정심의위원회는 농지 전용과 해제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기구다. 산업단지 조성 과정에서 가장 넘기 어려운 문턱으로 꼽힌다. 농업 보호와 지역 개발이라는 상충 가치가 정면으로 맞부딪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김보라 시장은 “특화단지 조성 과정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 바로 농업진흥구역에 대한 경기도 농정심의위와 농식품부 심의”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심의 과정에서는 농지 보전 필요성, 대체 농지 확보 방안, 지역 농업에 미치는 영향 등이 집중적으로 검토됐다.
이번 가결은 안성시 단독의 성과라기보다, 경기도와 중앙 정치권, 지자체가 역할을 분담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종군 국회의원실이 중앙부처와의 소통 창구 역할을 맡았고, 경기도는 정책적 판단과 조율을 담당했다. 안성시는 사업 필요성과 지역경제 파급 효과를 수치와 자료로 설득했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행보다. 김 지사는 ‘달달버스’ 현장 방문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동신산단 예정지를 찾았다. 주민들과 마주 앉아 우려와 기대를 듣고, 산업단지가 지역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시장은 SNS를 통해 “김동연 지사님이 직접 현장을 찾아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힘을 주셨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대규모 개발 사업에서 행정 수장의 현장 소통은 단순한 상징을 넘어, 심의 과정 전반에 신뢰를 쌓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평가가 많다.
경기도 단계를 넘었다고 해서 모든 절차가 끝난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농림축산식품부 농지관리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중앙정부 차원의 판단인 만큼, 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경기도 농정심의위 가결은 중요한 선례다. 광역단체 차원에서 농지 전용의 필요성과 공익성이 인정됐다는 점에서, 중앙 심의에서도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안성시는 농지 보전 대책과 함께, 산업단지 조성이 지역 농업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보완해 최종 심의에 대응할 계획이다.
김보라 시장은 “이제 농식품부 심의만을 남겨두고 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동신산단이 완성될 경우, 안성은 단순한 산업단지 유치 도시를 넘어 반도체 소부장 생태계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 유치에 따른 일자리 창출, 인구 유입, 주거·교육·교통 인프라 확충 등 연쇄 효과도 기대된다.
반면 농지 전용에 따른 환경·농업 영향, 교통 혼잡, 난개발 우려 등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전문가들은 “산업단지 조성의 성패는 인허가 통과가 아니라, 이후의 관리와 도시 전략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동신산업단지를 둘러싼 이번 결정은 한 지역의 개발 사업을 넘어, 국가 전략산업과 농지 정책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농지의 벽’을 넘은 안성의 선택이 어떤 미래로 이어질지, 이제 마지막 관문을 앞두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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