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적 피해 217조 원… 시민이 직접 나선다
 
[이코노미세계] 10월 1일 열린 제31회 남양주시민의 날은 단순한 기념행사가 아니었다. ‘희망의 도시, 기회의 도시’를 내세운 이날의 무대는 화려한 공연보다 규제 철폐의 의지로 뜨거웠다. 남양주시의회와 남양주시가 함께 추진한 ‘한강법 폐지 서명운동’이 본격적으로 시민 앞에 공개된 것이다.
조성대 남양주시의회 의장은 “우리 남양주는 지난 50여 년간 불합리한 규제로 너무 큰 희생을 치렀다”며 “이제는 시민과 함께 잃어버린 50년을 되찾을 때”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은 축제의 인사말이라기보다, 시민과 함께하는 정치 선언문에 가까웠다.
남양주는 수도권에서 보기 드문 성장 잠재력을 지닌 도시다.서울과 인접하고, 교통망이 확충되며, 산업 기반도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남양주의 발목을 잡은 것은 ‘한강법(한강수계 상수원수질개선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을 비롯한 각종 중첩규제였다.
현재 남양주시 면적의 75%가 개발 제한과 환경 규제 등에 묶여 있으며, 그로 인한 지가 손실만 누적 217조 원, 연간 피해액은 9조 8천억 원에 이른다는 것이 시의 분석이다.
조성대 의장은 “그 피해는 시민의 재산권 침해로 이어졌고, 도시의 성장 기회를 빼앗아왔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시는 정부에 규제 완화 건의를 수차례 제출했지만, 국가수도권정책조정위원회와 환경부 등의 반대로 번번이 좌절됐다. 이제 남양주는 행정의 문턱을 넘어 ‘시민이 직접 목소리를 내는 방식’을 선택했다.
조성대 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인정승천(人定勝天)’, 즉 “사람의 노력이 하늘의 뜻을 이긴다”는 문구로 시민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면서 “불합리한 규제를 철폐하는 것은 행정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와 상식의 문제”라며 “우리의 노력 하나하나가 모여 반드시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남양주시의회는 서명운동을 시작으로 국회와 중앙정부를 상대로 한 정책 건의 및 입법 청원 활동을 예고했다.
남양주 시민사회 역시 적극 동참하고 있다. 지역 주민단체와 상공인연합회, 청년 네트워크 등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시민이 직접 바꾸는 도시운동’이라는 새로운 시민운동 모델이 형성되고 있다.
한강유역 내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남양주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하남, 양평, 가평 등 한강법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도시들에서 ‘공동 대응체제’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남양주가 촉발한 서명운동이 수도권 동부의 연대형 규제개혁 운동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
조성대 의장은 인터뷰에서 “의회는 언제나 시민 곁에 서 있을 것”이라며 “규제 철폐뿐 아니라 주거, 교통, 산업, 문화 모든 분야에서 시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남양주는 74만 인구를 넘어 100만 메가시티를 향한 도약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인구 규모의 확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도시의 자율권 회복이다. 시민의 권리 위에서 성장하는 도시, 그것이 조성대 의장이 그리는 남양주의 미래 청사진이다.
‘한강법’은 1999년 제정된 이후 한강수계의 수질 보호를 목적으로 상류지역의 개발을 강하게 제한해왔다. 그러나 지난 25년간 환경기술의 발달과 도시 확산으로 당시 기준이 현실과 괴리되어 있다는 지적이 많다.
환경부가 최근 실시한 평가에서도 남양주시 대부분 지역의 수질이 1급수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동일한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수질 개선 효과는 정체되고, 지역 발전만 정지된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단순 폐지보다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차등 규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올해 시민의 날은 단순히 남양주시의 생일이 아니었다. 그날의 함성은 남양주가 ‘규제의 도시’에서 ‘자율과 기회의 도시’로 거듭나겠다는 시민의 선언이었다.
조성대 의장은 마지막 메시지에서 이렇게 적었다. “우리의 노력이 모이면 반드시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남양주가 다시 일어서는 길, 그것은 시민과 함께 가는 길이다.” 남양주의 새로운 50년은 그렇게, 시민의 손에서 다시 쓰이기 시작했다.
이코노미세계 / 김나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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