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태·평화의 가르침, DMZ 정책 담론 속 살아 있다
 
[이코노미세계] 10월 3일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세계적 동물행동학자이자 환경운동가였던 제인 구달 박사의 별세 소식을 전하며 “구달 박사님, 감사했습니다. 편히 쉬시길 빕니다”라는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김 지사는 “구달 박사님은 2년 전 경기도가 주관한 ‘DMZ 오픈 페스티벌’에 오셔서 생태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해주셨다”며 그녀의 발자취를 되새겼다.
당시 구달 박사는 비무장지대(DMZ)에서 “자연의 위대한 회복력을 실감했다. 한반도도 자연처럼 평화롭게 회복해, 언젠가 DMZ에서 북측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는 말을 남겼다. 이는 단순한 환경 메시지를 넘어 분단의 상징인 DMZ를 ‘평화와 생태 공존의 장’으로 재조명하게 한 발언이었다.
제인 구달 박사는 1960년대 탄자니아 곰비 국립공원에서 침팬지를 장기간 관찰하며,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허무는 혁신적 연구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특히 도구 사용, 사회적 교류, 감정 표현 등에서 침팬지가 인간과 닮아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며 과학적·윤리적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이후 구달 박사는 연구자에서 활동가로 방향을 넓혀, 전 세계를 돌며 환경보호·지속가능성·동물복지 문제를 설파했다. 그녀가 설립한 ‘제인 구달 연구소’와 ‘루츠 앤 슛츠(Roots & Shoots)’ 프로그램은 수많은 청소년과 지역사회를 생태운동에 참여하게 만든 글로벌 네트워크로 성장했다.
구달 박사의 한국 방문은 단순한 축사가 아니었다. DMZ는 70년간 인간의 출입이 통제되면서 오히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생태계 보고가 됐다. 멸종위기종 두루미, 산양, 희귀식물들이 살아남았고, ‘자연의 역설적 성소(聖所)’로 불린다.
구달 박사는 이곳을 두고 “인간의 전쟁과 대립이 만든 공간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연은 스스로를 치유하며 되살아나고 있다”며 “이 회복의 힘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평가했다.
김 지사가 이번 추모글에서 굳이 DMZ 경험을 언급한 것은 단순한 회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첫째, 경기도가 추진하는 ‘접경지역 평화·생태벨트’ 구상이 구달 박사의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 김 지사는 취임 이후 DMZ 생태관광, 국제 생태포럼, 접경지역 환경 복원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구달 박사가 남긴 ‘DMZ 평화 생태지대’의 상징성은 경기도 정책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둘째, 국제적 연대의 메시지다. 구달은 과학자이면서 동시에 세계적 인권·환경운동가였다. 김 지사가 그녀의 언어를 인용한 것은 경기도 정책을 단지 지역 차원이 아닌 글로벌 연대 담론 속에 위치시키려는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구달 박사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 학계와 환경단체들 사이에서도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서울대 생명과학부의 한 교수는 “구달 박사는 과학적 연구를 넘어서 생명 존중의 가치를 몸소 실천한 인물”이라며 “그녀가 DMZ에서 던진 메시지는 한국 사회가 환경과 평화를 통합적으로 사고해야 함을 일깨운다”고 평가했다.
시민단체들도 “DMZ 생태 보존은 한반도 평화의 선결 조건”이라며 “경기도와 중앙정부가 함께 국제적 보존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구달이 남긴 유산이 한국 사회의 환경·평화 담론을 다시 자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인 구달 박사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가 DMZ에서 남긴 발언은 여전히 울림을 준다. 자연은 인간이 떠난 자리에서 회복했고, 인간 사회도 언젠가 화해와 평화로 회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김동연 지사의 추모글은 단순한 애도의 표시가 아니라, DMZ를 매개로 한 생태와 평화의 의제를 다시 꺼내든 정치적 행위로 볼 수 있다. ‘구달의 DMZ 발언’은 앞으로도 경기도의 정책, 한국 사회의 평화 담론, 나아가 국제 환경운동 속에서 중요한 상징으로 남을 것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나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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