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모든 일이 잘 풀릴 때야말로 가장 위험한 신호일 수 있다. 경기교육이 전국 최고 성적표를 받아든 바로 다음 날, 교육 수장의 메시지는 의외로 냉정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2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성과에 취해 판단이 흐려지는 순간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 최대 교육청이라는 ‘규모의 부담’을 안고도 정부 평가에서 종합 최우수 등급을 받은 직후 나온 발언이다.
경기도교육청은 교육부가 주관한 ‘2025년 시·도교육청 국가시책 추진실적 평가’에서 종합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평가 대상은 디지털 교육, 학력 향상, 학생 마음건강 증진 등 총 21개 정량지표. 경기도는 이 모든 지표를 통과하며 이른바 ‘ALL PASS’를 기록했다.
전국 최다 학생 수, 광범위한 행정 구역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고려하면 이 성적은 더욱 눈길을 끈다. 교육 정책은 규모가 커질수록 획일화의 위험이 커지고, 현장 전달력은 떨어지기 쉽다. 그럼에도 경기도교육청은 학생 개개인에 초점을 맞춘 정책 설계를 통해 ‘양적 규모와 질적 성과의 병행’이라는 난제를 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 교육감은 이번 성과를 두고 “특정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경기미래교육 체제로의 전환이 만들어낸 집단적 성과”라고 강조했다. 특히 성과를 개인의 리더십이나 판단력으로 환원하는 순간을 위험 신호로 규정했다.
“성과를 개인의 능력으로 해석하고, 현장의 소리를 외면하면 누구라도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경고는 단순한 겸양의 표현이 아니다. 대규모 조직일수록 성공 경험이 누적되면 내부 견제 장치가 느슨해지고, 비판적 목소리는 ‘성과를 가로막는 소음’으로 취급되기 쉽다.
임 교육감이 직접 언급한 ‘휴브리스 증후군’은 권력과 성공이 결합될 때 나타나는 판단 오류를 뜻한다. 정치·행정 영역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돼 온 현상이다. 문제는 선한 의도와 높은 전문성을 갖춘 인물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경기교육의 성과가 주목받는 지금, 이 경고는 내부를 향한 메시지이자 동시에 다른 시·도 교육청을 향한 간접 화법이기도 하다. ‘최우수’라는 수식어는 목표가 아니라, 오히려 더 엄격한 자기 점검을 요구하는 출발선이라는 의미다.
이번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디지털 교육과 학력 향상 정책 역시 ‘지속 가능성’이라는 질문 앞에 서 있다. 디지털 인프라는 구축보다 활용이 더 어렵고, 학력 지표는 단기 성과와 장기 역량 사이의 균형이 관건이다. 마음건강 정책 또한 사업 확대만으로는 현장의 체감도를 담보하기 어렵다.
임 교육감이 강조한 ‘증거 기반 개선’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정책이 의도대로 작동하는지, 학생과 교사가 실제로 변화를 느끼는지는 숫자 너머의 데이터를 통해 검증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경기교육의 이번 성과는 분명 의미 있는 이정표다. 그러나 교육 행정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실패가 아니라 성공 이후라는 점을, 교육감 스스로가 공개적으로 환기했다는 점에서 이번 메시지는 주목할 만하다.
이코노미세계 / 김나경 기자 bmk8899@naver.com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