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공원은 도시의 장식이 아니라 시민의 일상이다. 정장선 평택시장이 2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밝힌 이 한 문장은, 지난 몇 년간 평택시가 추진해온 도시정책의 방향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산업·교통 중심지로 빠르게 성장해 온 평택이 이제 ‘사람의 생활 반경’을 정책의 중심에 놓기 시작했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평택시는 올해에만 지산초록공원, 노을생태문화공원, 석정근린공원 등 3곳의 공원을 새롭게 시민에게 개방했다. 여기에 오랜 시간 표류해 온 장기미집행공원까지 단계적으로 되살리며, 도시 곳곳에 녹색 쉼터를 촘촘히 연결하고 있다
도시정책에서 공원은 종종 부수적 시설로 취급돼 왔다. 도로·주택·산업단지에 밀려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공원은 도시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재평가되고 있다. 단순한 녹지 공간을 넘어, 삶의 질과 정주 만족도를 가늠하는 지표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평택시의 최근 행보는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올해 3월 문을 연 지산초록공원은 인근 주거지 주민들에게 ‘도보 생활권 공원’이라는 새로운 일상을 제공했다. 6월 개장한 노을생태문화공원은 생태·문화 기능을 결합해 가족 단위 이용객의 발길을 끌고 있으며, 7월 시민 품으로 돌아온 석정근린공원 역시 생활권 녹지의 공백을 메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 공원의 공통점은 ‘대규모 상징성’보다 ‘일상의 접근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점이다. 멀리 이동하지 않아도 집 근처에서 쉬고 걷고 머물 수 있는 공간, 그것이 평택시가 설정한 공원 정책의 핵심이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장기미집행공원 문제 해결이다. 장기미집행공원은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됐으나 재정·행정 여건 등의 이유로 수십 년간 조성되지 못한 땅을 말한다. 토지 소유자에게는 재산권 제약을, 시민에게는 방치된 공간이라는 이중의 부담을 안겨왔다.
평택시는 총 15곳의 장기미집행공원을 지켜내는 방향을 택했다. 이 가운데 6곳은 이미 공사가 완료됐고, 모산공원과 은실공원은 내년 준공을 앞두고 있다. 단순한 ‘계획 해제’가 아니라,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되살리는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가 크다.
평택의 공원 정책은 개별 공간 조성에 그치지 않는다. 시는 청북하늘빛공원을 중심으로 도시 전반을 연결하는 ‘녹색축’ 구상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조성 중인 이 공원은, 단일 공원을 넘어 평택의 자연·생활·이동 동선을 잇는 거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산업단지와 주거지, 상업시설이 혼재된 평택의 도시 구조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녹색축은 단절된 공간을 연결하고, 시민의 이동 경험을 보다 쾌적하게 만드는 장치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일부 지자체의 공원 정책이 ‘행정 성과용 조경’에 머물렀다면, 평택시는 생활형 공원이라는 방향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 누구나 집 가까이에서 이용할 수 있고, 특정 계층이 아닌 전 세대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을 목표로 한다.
정장선 시장은 “앞으로도 시민 누구나 집 가까이에서 쉼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공원을 ‘특별한 날 가는 곳’이 아니라 ‘매일 스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다.
물론 과제도 남아 있다. 공원 조성 이후의 유지·관리 비용, 지역 간 녹지 격차 해소, 프로그램 운영의 지속성 등은 향후 정책 성패를 가를 변수다. 공원이 늘어날수록 관리의 질이 도시의 인상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택시의 공원 정책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도시 경쟁력은 더 많은 건물이 아니라, 더 나은 일상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콘크리트 사이에 스며든 녹색 공간이 시민의 삶을 바꾸고, 그 변화가 도시의 미래를 만든다.
평택이 선택한 ‘공원으로 완성하는 도시 전략’이 어떤 결실을 맺게 될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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