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미세계] 농업이 시민의 마음을 치유하고 도시의 삶을 회복시키는 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제도는 그 길을 막고 있다.
10월 21일 열린 제298회 고양시의회 임시회에서 신현철 의원이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치유농업’의 제도적 공백을 짚으며 시작됐다. 2026년부터 시행될 ‘우수 치유농업시설 인증제’가 농지법과의 충돌로 인해 다수의 농가가 시설 설치조차 어려운 현실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 의원은 “치유농업 현장의 농가들은 실내 공간 확보, 친환경 시설, 전문성 등 까다로운 요건에 법적 제약까지 겹쳐 발목이 잡혀 있다”며, 현장의 절박함을 외면한 제도 설계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리고 “제도 개선 없이는 농민의 노력도, 시민의 복지도 모두 무너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양시는 2021년부터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본격화했다. 농업 체험과 심리치유를 결합한 이 프로그램은 불과 몇 년 만에 참여 시민 3천여 명을 돌파했고, 만족도 조사와 산학연 협업 연구에서도 높은 효과가 입증됐다. 또,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이 참여한 공동 논문에서는 “농업활동이 시민의 정서 안정과 회복탄력성 향상에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는 결과도 나왔다.
신 의원은 이 같은 데이터를 근거로 “치유농업은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시민의 정서 복지와 사회적 회복을 이끄는 진짜 ‘치유의 현장’”이라고 강조했다. 즉, 농업이 단지 생산의 영역을 넘어, 도시민의 마음을 돌보는 복지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신 의원은 이날 구체적 개선책도 함께 내놨다. 현장 농가들이 실질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며 다음과 같은 ‘5대 조치 방안’을 제시했다.
내용에는 △교육공간 위생시설 설치 예외 규정 마련 현실적으로 농가 여건을 고려한 탄력적 적용 필요, △치유농업과 도시농업의 명확한 구분 정책 중복과 행정 혼선을 해소, △참여 농가 교육 및 점검 강화 프로그램 품질과 안전성 확보, △안전관리·보험 가입 의무화와 시민이 안심할 수 있는 운영환경 조성, △중앙정부에 법 개정 및 제도 개선 건의와 농지법 등 관련법 충돌 해소 등이다.
또한 “행정이 농가와 시민 사이의 ‘치유의 울타리’가 되어야 한다”며, 제도적 장치가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하면 치유농업의 가치도 희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 의원은 인구 구조 변화와 사회문제의 흐름 속에서 치유농업의 사회적 의미를 강조했다. 그리고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정신건강 악화는 더 이상 복지부서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치유농업은 농업이 시민의 정서와 건강을 돌보는 새로운 복지모델”이라고 정의했다.
치유농업은 단순한 텃밭체험이 아니다. 농사활동을 통해 자존감 회복·스트레스 완화·사회적 유대 강화 등의 효과가 입증된 ‘치유형 복지산업’이다. 이에 따라 고양시는 기존의 도시농업과 별도로, 심리상담·원예치유·환경디자인이 결합된 통합형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 의원은 “제도의 허점 때문에 성실한 농가가 피해를 보고, 행정의 사각지대가 시민 복지에 악영향을 주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 의원의 발언은 곧 ‘행정의 관성’에 대한 경고이자 복지정책 패러다임 전환의 요구로 읽혔다.
발언을 마무리하며 신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치유농업은 삶을 회복하는 치유의 과정이다. 고양시가 이 가치를 적극 반영해 시민 모두가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제안은 단순한 시의회 발언을 넘어, 지속가능한 도시복지 정책으로서의 ‘치유농업 모델’을 구축하자는 선언이었다. 고양시가 이를 실천할 경우, 지역 농가의 소득 기반은 물론 시민의 심리복지까지 아우르는 ‘도시형 농업 복지시스템’이 현실화될 수 있다.
신현철 의원의 제안은 단순히 농업정책을 고치는 수준이 아니다. 이는 “농업의 복지화”와 “복지의 지역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지방정부가 농업을 복지의 인프라로, 농촌을 치유의 공간으로 재해석할 때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돌봄 모델’이 가능해진다.
다만, 현실은 법적·행정적 장벽이 여전히 높다. 농지법, 식품위생법, 건축법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현장 농가들이 ‘무허가 위험’을 감수하거나 ‘편법 운영’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에 따라 고양시의회 발언이 중앙정부의 제도 개선 논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한편 치유농업은 농업의 본질을 회복하는 길이자, 도시 복지의 새로운 출발점이다. 이제 고양시는 ‘농업의 가치’를 시민의 ‘삶의 질’로 연결하는 실험대에 올랐다. 법과 제도가 현실을 따라잡을 때, 비로소 농업은 도시를 치유하는 힘이 될 것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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