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시민들의 일상이 위협받는 가운데 남양주시 주요 생활 거점에 무료 생수 자판기가 등장했다. 시민들이 자판기에 표시된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간단한 인증 절차를 거치면 시원한 생수 한 병을 받을 수 있다. 거창한 시설이나 복잡한 신청 절차 없이 시민의 이동 동선에서 곧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생활밀착형 폭염 대응책이다.
최현덕 시장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현덕의 남양주시장 일기 50:생수 1병, 무료로 나눠드려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무료 생수 자판기 운영 소식을 알렸다. “남양주에도 이날 오전 11시를 기해 폭염 경보가 발효됐다”며 “연일 기승을 부리는 폭염에 지친 시민들을 위해 시원한 생수를 무료로 나눠드린다”고 밝혔다.
무료 생수 자판기는 지난 7월 중순부터 운영되고 있다. 설치 장소는 마석역과 호평동 해피누리복지관, 별내역, 다산역 앞 등 모두 4곳이다. 시민들의 이용이 잦은 전철역과 복지시설을 중심으로 배치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운영 기간은 폭염이 이어지는 8월 말까지다.
무료 생수를 받는 방법도 비교적 간단하다. 자판기 전면에 안내된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이용자 인증을 마치면 생수 한 병이 나온다. 별도의 회원 가입이나 서류 작성, 애플리케이션 설치 과정은 없다. 더 많은 시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생수는 하루 한 병으로 제한했다.
최현덕은 “폭염에 지친 시민들이 생수 한 병을 받아 잠시 숨을 돌리고 목도 축이면서 재충전하기를 바란다”며 시민들을 응원했다.
이번 무료 생수 자판기 운영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설치 장소다. 마석역과 별내역, 다산역은 출퇴근과 통학을 위해 많은 시민이 오가는 대중교통 거점이다. 호평동 해피누리복지관 역시 다양한 연령대의 주민들이 이용하는 생활복지 공간이다.
폭염 대응시설은 시민들이 쉽게 찾고 이용할 수 있어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시설이 마련돼 있더라도 외진 곳에 있거나 이용 절차가 복잡하면 정작 필요한 순간에 활용하기 어렵다. 이번 생수 자판기는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오가는 장소에 설치해 접근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대중교통 이용자는 폭염에 직접 노출되기 쉽다. 역까지 걸어가거나 버스와 전철을 갈아타는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을 외부에서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늘이 부족한 보행로를 지나야 하는 경우 체감온도는 더 높아진다. 이동 중 갈증을 느낀 시민에게 생수 한 병은 단순한 음료를 넘어 잠시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복지관에 자판기를 설치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복지시설은 고령층과 취약계층의 이용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공간이다. 무더위에 취약한 시민이 자주 찾는 장소에 생수를 비치하면 폭염 대응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무료 생수 자판기가 폭염에 따른 건강 피해를 근본적으로 막아주는 것은 아니다. 충분한 수분 섭취와 함께 한낮 야외활동을 줄이고, 그늘이나 냉방시설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수 자판기는 폭염 대응시설과 건강관리 수칙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활용돼야 한다.
이용 방식에도 생활밀착형 정책의 성격이 드러난다. 시민은 자판기에 적힌 전화번호로 직접 전화를 걸어 인증하면 된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거나 개인정보를 여러 단계에 걸쳐 입력할 필요가 없다.
무료로 물품을 제공하는 사업에서는 중복 이용을 막는 동시에 시민의 이용 편의를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증 절차가 지나치게 까다로우면 이용률이 떨어지고, 아무런 제한이 없으면 일부 이용자가 물품을 여러 개 가져가 다른 시민의 이용 기회를 줄일 수 있다.
하루 한 병이라는 제한은 이런 두 가지 문제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한 장치로 볼 수 있다. 최소한의 전화 인증을 통해 중복 이용을 줄이고, 확보된 생수를 보다 많은 시민에게 고르게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운영 과정에서는 고령자와 어린이 등 전화 인증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를 위한 안내도 필요하다. 자판기에 인증 방법을 큰 글씨와 그림으로 표시하고, 기기 사용이 어려운 시민을 도울 수 있는 연락 창구를 안내한다면 접근성을 더 높일 수 있다.
전화 연결 상태나 자판기 고장, 생수 소진 등에 대한 신속한 대응 체계도 중요하다. 폭염이 절정에 이르는 시간대에 생수가 떨어지거나 인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시민의 불편이 커질 수 있다. 설치 자체에 그치지 않고 생수 보충 주기와 기기 점검, 주변 청결 관리까지 세밀하게 챙겨야 정책 효과가 유지된다.
기후변화로 여름철 폭염이 장기화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무더위쉼터나 그늘막처럼 고정된 시설을 확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생활형 대책이 함께 요구되고 있다.
무료 생수 자판기는 비교적 단순한 방식이지만 시민이 정책의 효과를 즉시 체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폭염 속에서 목이 마른 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복잡한 설명보다 당장 마실 수 있는 물 한 병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예산을 투입한 시설만이 시민 안전을 지키는 것은 아니다. 시민의 이동 경로와 생활 습관을 세심하게 살핀 뒤 필요한 장소에 필요한 서비스를 배치하는 것도 행정의 중요한 역할이다. 역과 복지관 앞에 설치된 생수 자판기는 폭염 대응이 시민의 일상 가까이까지 들어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무료 생수 제공을 일회성 행사나 홍보성 사업에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 어느 장소에서 이용자가 많았는지, 어느 시간대에 생수가 빨리 소진됐는지, 시민들이 이용 과정에서 어떤 불편을 겪었는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운영 자료가 축적되면 향후 설치 장소와 운영 시간, 공급 물량을 보다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폭염에 취약한 지역이나 보행 인구가 많은 곳을 추가로 발굴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
생수 한 병의 가격만 놓고 보면 무료 자판기 사업은 크지 않은 정책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폭염 속에서 시민이 느끼는 가치는 가격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땡볕 아래에서 역까지 걸어온 시민이나 외부 활동을 마친 고령자에게 차가운 물 한 병은 잠시 몸을 식히고 다음 이동을 준비하게 하는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사업은 공공서비스가 시민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도 보여준다. 행정이 시민의 불편을 먼저 발견하고, 시민이 자주 찾는 곳에서,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이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이 생활행정의 핵심이다.
앞으로는 생수 제공과 함께 폭염 행동 요령과 가까운 무더위쉼터 위치, 온열질환 발생 때의 신고 방법 등을 자판기 주변에 안내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생수 자판기를 단순한 음료 제공 시설이 아니라 종합적인 폭염 안전 안내 거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다회용품이나 페트병 회수함을 함께 설치해 빈 병이 주변에 방치되지 않도록 하는 환경 관리도 필요하다. 시민 편의를 높이는 정책이 쓰레기 증가나 주변 환경 훼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운영 단계에서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폭염 대응은 특정 시설 하나로 완성되지 않는다. 무더위쉼터와 그늘막, 냉방시설, 취약계층 안부 확인, 야외근로자 보호대책 등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무료 생수 자판기도 이러한 안전망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로 자리 잡아야 한다.
남양주 주요 생활 거점에 놓인 생수 자판기는 시민에게 잠시 쉬어가라는 작은 신호다. 전화 한 통을 걸면 나오는 물 한 병이 폭염을 끝낼 수는 없지만, 더위에 지친 시민의 하루를 조금이나마 견딜 수 있게 해주는 ‘도심 속 작은 쉼표’가 될 수 있다.
기록적인 더위가 일상이 되는 시대에는 거대한 구호보다 시민 곁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대책이 중요하다. 무료 생수 자판기가 8월 말까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현장에서 확인된 이용자 반응과 개선점을 다음 폭염 대책에 반영할 수 있을지가 생활밀착형 행정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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