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지방의회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시민의 삶과 밀접한 조례와 예산을 다루지만, 회의장에서 어떤 논의가 오가는지 일상에서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회의록과 의안 자료가 공개돼도 전문적인 행정·법률 용어가 많아 시민들이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양주시의회가 이런 정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소통망을 넓힌다. 기존 블로그와 페이스북, 유튜브에 이어 인스타그램을 새롭게 개설하고, 사진과 카드뉴스·짧은 영상 등을 활용해 시민에게 의정활동을 보다 쉽고 빠르게 전달한다는 구상이다.
핵심은 단순한 홍보 채널 하나를 추가하는 데 있지 않다. 의회가 생산한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시민이 관심을 보이고 의견을 남길 수 있는 ‘양방향 의정 소통’으로 전환하겠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모바일과 영상 콘텐츠에 익숙한 젊은 세대까지 의정 참여의 폭을 넓힐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양주시의회는 3일 인스타그램 공식 채널을 개설하고 30만 양주시민과의 소통 강화에 나섰다. 시의회가 SNS를 활용한 의정 홍보에 뛰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시의회는 2014년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한 뒤 블로그와 유튜브 등으로 온라인 홍보 채널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각 매체의 특성에 맞춰 의정활동 사진과 영상, 주요 기사 등을 게시하고 시의원들의 활동과 의회의 성과를 시민에게 알려 왔다.
현재 양주시의회가 운영하는 블로그 구독자는 8370명이다. 페이스북은 3433명, 유튜브는 7746명으로, 세 채널의 구독자를 합하면 약 2만 명에 이른다. 지방의회 활동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낮다는 통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다만 기존 채널만으로는 세대와 이용 성향에 따른 정보 접근 격차를 충분히 해소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블로그는 비교적 자세한 내용을 전달하는 데 유리하고, 유튜브는 긴 영상과 회의 중계 등에 적합하다. 페이스북은 정보 공유 기능이 강하지만, 젊은 세대의 이용 비중과 콘텐츠 소비 방식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새로 개설한 인스타그램은 사진과 짧은 영상, 카드뉴스를 중심으로 콘텐츠가 유통된다. 복잡한 의정 정보를 짧고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 기존 SNS와는 다른 구독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양주시의회의 인스타그램 개설은 이러한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시민이 의회 홈페이지를 직접 찾아오기를 기다리기보다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공간으로 의회가 먼저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지방의회의 주요 업무는 조례 제정과 개정, 예산안 심의, 행정사무감사, 지역 현안에 대한 건의안·결의안 채택 등이다. 어느 하나 시민 생활과 무관한 것이 없지만, 의회에서 사용하는 용어와 절차는 일반 시민에게 낯설다.
조례안의 경우 제안 이유와 주요 내용, 관계 법령 등이 문서에 담기지만 시민이 원문을 찾아 읽고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건의안 역시 무엇을 요구하는지, 왜 필요한지, 시민 생활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곧바로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양주시의회는 인스타그램에서 조례안과 건의안의 핵심 내용을 알기 쉽게 풀어낸 카드뉴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긴 문서를 여러 장의 이미지로 압축해 정책의 배경과 주요 내용, 기대 효과 등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생활 지원 조례가 발의됐다면 조례의 정식 명칭만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지원 대상과 신청 조건, 시민이 받을 수 있는 혜택 등을 문답식으로 정리할 수 있다. 지역 현안과 관련한 건의안도 추진 배경과 요구 사항, 향후 절차를 단계별로 제시하면 시민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이는 의정 정보의 ‘번역’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행정과 법률 중심의 표현을 시민의 언어로 바꾸고, 정책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카드뉴스가 충실하게 제작된다면 시민들이 시의회 활동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데 필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다만 내용을 지나치게 압축하거나 성과만 강조할 경우 조례와 정책의 쟁점이 가려질 수 있다. 카드뉴스에는 정책의 취지뿐 아니라 적용 대상, 시행 시기, 예산 소요 여부 등 시민이 실제로 궁금해할 정보를 균형 있게 담을 필요가 있다.
양주시의회는 시의원들의 주요 의정활동 사진과 함께 짧은 영상 형식의 홍보 콘텐츠도 집중적으로 제작할 방침이다. 긴 영상보다 짧고 빠른 콘텐츠를 선호하는 이용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지방의회는 정례회와 임시회뿐 아니라 상임위원회 심사, 현장 방문, 정책 간담회, 연구단체 활동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시민이 의회의 일정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이상 이 같은 활동을 접하기는 쉽지 않다.
짧은 영상은 회의 핵심 장면이나 현장 방문 결과, 의원의 정책 제안 등을 간결하게 보여줄 수 있다. 수십 분 또는 수 시간 분량의 회의 영상을 핵심 내용 위주로 정리한다면 시민들이 지역 현안을 파악하는 데 드는 시간도 줄어든다.
특히 인스타그램은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확대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청년 일자리와 주거, 교통, 문화시설, 교육환경 등은 청소년과 청년층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만, 이들의 지방의회 관심과 참여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의회가 청년층이 익숙하게 사용하는 콘텐츠 형식으로 관련 정책을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다면 의정 참여의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 지역의 청년 정책이나 교육·문화사업을 다룬 조례가 발의됐을 때 대상 시민의 의견을 댓글이나 설문을 통해 수렴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한상민 양주시의회 의장은 “제10대 의회 개원 이후 젊은 층까지 포용할 수 있는 SNS 홍보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인스타그램 개설을 통해 모든 시민과 친근하게 소통하면서 알차고 유익한 의회 소식을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시의회는 인스타그램 개설을 알리고 초기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이달 말까지 시민 참여 이벤트를 진행한다. 팔로우 신청 등 시민들이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공식 계정을 알리고 의회 소식에 대한 관심을 높일 계획이다.
신규 SNS 채널은 개설 자체보다 안정적인 구독층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유익한 콘텐츠를 게시해도 시민에게 노출되지 않으면 소통 효과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초기 이벤트는 인스타그램 계정의 인지도를 높이고 시민이 의정 정보를 접하도록 유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행사 기간에 일시적으로 팔로워를 늘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시민이 계속 계정을 찾아오도록 하려면 정기적이고 신뢰할 만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시의회 회기 일정과 의안 처리 결과, 의원별 의정활동, 시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조례 등을 일정한 주기로 안내하는 운영 체계가 필요하다.
의정 홍보가 특정 행사나 의원의 동정을 나열하는 방식에 머물 경우 시민의 관심은 오래가기 어렵다. 시민에게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정책이 언제부터 시행되는지, 의견을 어디에 전달할 수 있는지 등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지속적인 구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스타그램 개설의 성패는 팔로워 숫자보다 실제 소통의 수준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양주시의회가 운영하는 기존 세 개 SNS 채널의 구독자가 약 2만 명에 이르지만, 구독자 규모가 곧 시민 참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게시물 조회 수와 댓글, 공유 횟수 등 시민 반응을 살피고 이를 콘텐츠 제작에 반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시민이 댓글이나 메시지로 질문했을 때 담당 부서가 신속하게 답변하거나 적절한 민원 창구로 안내하는 대응 체계도 갖춰야 한다.
SNS에서 제기된 시민 의견을 의정활동과 연결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민원이나 정책 제안은 관련 상임위원회와 의원들에게 전달하고, 처리 과정과 결과를 다시 시민에게 알리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 SNS가 단순한 홍보 게시판이 아니라 시민 참여 창구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정보 접근이 어려운 시민을 위한 배려도 요구된다. 이미지 중심의 카드뉴스에는 읽기 쉬운 글자 크기와 명확한 색상 대비를 적용하고, 영상에는 자막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온라인 이용이 익숙하지 않은 시민을 위해 홈페이지와 오프라인 의정 소식지 등 기존 전달 수단도 병행해야 한다.
댓글 관리 원칙과 개인정보 보호 기준 역시 필요하다. 자유로운 의견 개진은 보장하되 욕설이나 비방, 허위정보, 개인정보 노출 등에 대해서는 명확하고 일관된 운영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공공기관 SNS인 만큼 게시물의 정확성과 정치적 중립성도 확보돼야 한다.
지방자치의 출발점은 시민의 관심과 참여다. 시민이 의회에서 어떤 조례가 논의되고 예산이 어디에 사용되는지 알아야 집행부와 의회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 의회도 시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지역 현실에 맞는 정책을 만들 수 있다.
양주시의회의 인스타그램 개설은 의정 정보의 문턱을 낮추는 새로운 시도다. 블로그와 페이스북, 유튜브에 인스타그램이 더해지면서 긴 글부터 사진과 영상, 카드뉴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에게 정보를 전달할 기반이 마련됐다.
앞으로의 관건은 콘텐츠의 지속성과 실효성이다. 화려한 화면보다 정확한 정보, 일방적인 성과 홍보보다 시민이 궁금해하는 설명, 팔로워 숫자보다 성실한 답변이 중요하다. 시민 의견이 실제 의정활동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를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
양주시의회가 이번 인스타그램 개설을 계기로 ‘알리는 의회’를 넘어 시민의 질문에 ‘답하는 의회’로 나아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시민과 의회의 거리를 줄이는 일은 계정 개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소통에서 비로소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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