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수원특례시의회 임시회 회의장에 평소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을 비롯한 집행부와 시의원들이 전통 복식인 ‘쾌자’를 함께 입고 회의에 참석한 것이다. 행정과 의정 활동의 중심 공간인 의회가 이날만큼은 수원의 전통과 문화를 알리는 홍보 무대로 바뀌었다.
단순히 옷을 맞춰 입은 행사가 아니었다. 수원이 보유한 역사·문화 자산을 세계인이 즐기는 관광 콘텐츠로 발전시키고, ‘수원 방문의 해’를 의회와 집행부가 함께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이재준 시장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임시회에서는 조금 색다른 풍경이 펼쳐졌다”며 “의원들과 집행부가 모두 함께 쾌자를 입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쾌자를 함께 입은 것은 수원의 자랑스러운 유산과 문화를 세계인이 즐기는 K-컬처 대표 브랜드로 키워가겠다는 마음을 담은 작은 약속”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지방의회 임시회는 조례안과 예산안, 각종 지역 현안을 다루는 엄숙한 자리다. 그런 회의장에서 시장과 시의원, 집행부 공직자들이 전통 의상을 함께 입었다는 점은 문화와 관광을 시정의 부수적인 분야가 아니라 도시의 미래를 이끌 핵심 전략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시장이 주목한 것은 최근 세계 무대에서 나타나는 전통문화의 변화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선보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 공연을 언급하며 한복과 판소리 같은 한국 전통문화가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해석돼 세계인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통문화가 박물관이나 유적지 안에 머무르는 시대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복은 공연과 영상, 패션을 통해 새로운 감각으로 변주되고 있으며, 판소리를 비롯한 전통음악 역시 대중음악·뮤지컬·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하고 있다. 오랫동안 ‘지켜야 할 문화유산’으로 인식돼 온 전통이 이제는 세계인이 소비하고 즐기는 문화 콘텐츠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수원에도 적지 않은 가능성을 던져준다. 수원은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을 중심으로 성곽과 행궁, 정조대왕의 개혁정신과 효 사상 등 독자적인 역사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전통공연과 무예, 축제, 야간 경관 등 문화·관광 콘텐츠로 확장할 수 있는 소재도 다양하다.
문제는 문화유산을 단순히 보존하고 관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의 관광객이 직접 경험하고 공유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꾸는 일이다. 같은 유산이라도 어떻게 보여주고 어떤 이야기를 입히느냐에 따라 관광객이 체감하는 가치는 달라진다.
이 시장이 “우리의 전통은 지켜야 할 문화유산을 넘어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콘텐츠가 됐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변화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수원의 역사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접목해 새로운 관광 수요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수원 방문의 해’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수원화성이라는 대표 유산에만 기대는 관광에서 벗어나 수원의 문화와 일상, 공간과 사람을 하나의 도시 브랜드로 묶어내겠다는 취지다.
이 시장은 “수원의 자랑스러운 유산과 문화를 세계인이 즐기는 K-컬처 대표 브랜드로 키워가기 위해 수원 방문의 해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수원 방문의 해를 단순히 관광객 수를 늘리기 위한 한시적 행사로 보기보다 수원의 문화적 가치를 국내외에 다시 알리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미다.
관광도시 경쟁력은 유명한 문화유산 하나만으로 완성되기 어렵다. 방문객이 머무를 만한 프로그램과 지역 특색을 담은 먹거리, 편리한 교통과 안내 체계, 숙박시설, 야간 콘텐츠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여기에 시민의 참여와 친절한 도시 이미지가 더해질 때 관광은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특히 최근 관광산업은 ‘보는 관광’에서 ‘경험하는 관광’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관광객이 전통 복식을 직접 입고 성곽길을 걷거나, 역사 속 인물을 소재로 한 공연을 관람하고, 지역 음식과 상권을 함께 체험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방문객이 사진과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면 도시 홍보 효과도 자연스럽게 확산된다.
이번 임시회에서 선보인 쾌자 역시 이런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전통 복식은 수원의 역사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시민과 관광객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문화 요소다. 행정기관이 먼저 전통 의상을 입고 도시의 문화적 가치를 알리는 모습은 수원 방문의 해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는 상징적 홍보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시의회와 집행부가 함께 참여했다는 점이다. 관광정책은 행정부의 사업 추진만으로 성과를 내기 어렵다. 관련 조례와 예산, 교통·도시계획, 지역 상권 지원 등 여러 정책이 맞물려야 하기 때문에 의회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집행부가 관광 프로그램을 기획하더라도 의회와 정책 방향을 공유하지 못하면 사업의 연속성과 확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반대로 의회와 집행부가 공동 목표를 세우고 역할을 나눈다면 문화행사를 숙박과 음식, 전통시장, 골목상권 등 지역경제 전반으로 연결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함께 쾌자를 입은 모습은 수원 방문의 해를 둘러싼 ‘문화관광 협치’의 출발을 알린 장면으로 읽힌다. 복장이라는 작은 실천을 통해 수원의 문화와 관광을 알리는 데 의회와 행정이 따로일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다.
이 시장도 “의회와 행정부, 그리고 시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수원의 문화와 관광의 매력을 함께 알리는 주인공이 돼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책의 주체를 행정기관에 한정하지 않고 의회와 시민까지 넓혀야 한다는 뜻이다.
수원 방문의 해가 성과를 거두려면 시민 참여가 뒷받침돼야 한다. 관광객이 가장 오래 기억하는 것은 유명 관광지만이 아니라 도시에서 만난 사람과 분위기인 경우가 많다. 시민이 자신이 사는 도시의 역사와 문화에 자부심을 갖고 수원의 매력을 알릴 때 도시 브랜드도 힘을 얻는다.
지역의 예술인과 청년 기획자, 소상공인, 전통시장 상인 등이 관광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행정이 모든 프로그램을 직접 만드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구성원의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사업화한다면 수원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다.
과제도 적지 않다. 방문의 해가 선포식과 축제, 홍보행사 중심으로 운영되면 단기적인 관심을 끌 수는 있지만 지속적인 관광 수요를 만들기는 어렵다. 행사 기간에 늘어난 방문객이 실제 숙박과 소비로 이어졌는지, 지역 상권에 어떤 효과를 냈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의 인지도에 비해 관광객의 체류 시간이 짧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주요 관광지와 상권을 연결하는 동선, 다국어 안내, 대중교통 접근성, 야간에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을 방문객의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전통문화의 현대화 역시 겉모습만 바꾸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역사적 의미와 지역 고유의 이야기를 충실하게 담으면서도 젊은 세대와 외국인이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표현 방식을 찾아야 한다. 수원화성과 정조대왕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공연, 영상, 전시, 음식, 체험 상품 등으로 다양하게 확장하는 기획력이 요구된다.
관광객 수와 행사 횟수뿐만 아니라 체류 시간, 재방문율, 지역 내 소비액, 시민 만족도 등 구체적인 성과를 관리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관광정책의 효과가 일부 관광지에 머물지 않고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숙박업계와 문화예술계로 퍼져나가야 방문의 해가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이번 수원시의회 임시회의 쾌자 차림은 작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수원의 전통은 과거에 머무는 유산이 아니라 오늘의 시민이 향유하고 세계인과 나눌 수 있는 미래 자산이라는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상징을 정책의 성과로 연결하는 일이다. 의회와 집행부가 함께 입은 쾌자가 일회성 장면을 넘어 관광 콘텐츠 확충과 시민 참여, 지역 상권 활성화로 이어질 때 수원 방문의 해도 실질적인 의미를 얻게 된다.
수원화성을 보기 위해 잠시 들르는 도시에서, 수원의 역사와 문화, 일상을 경험하기 위해 머무는 도시로 바뀔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전통 복식으로 한마음을 확인한 수원시와 시의회가 앞으로 어떤 콘텐츠와 정책으로 세계인의 발길을 끌어들일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okna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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