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생활 기반시설은 평소에는 존재감이 크지 않다. 하지만 한 번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주민들의 일상은 순식간에 흔들린다. 특히 오수처리시설은 주거환경과 위생에 직결되는 대표적인 생활 인프라다.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의 일부 주민들이 겪고 있는 오수 배수 문제가 그렇다. 하수도시설 확충 사업을 통해 기존 정화조를 없애고 오수관로를 설치했지만, 정작 핵심 시설인 맨홀펌프장이 설치되지 못하면서 당초 계획대로 오수를 처리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오수받이 내부로 토사가 유입되고 막힘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주민 불편과 위생 문제가 불거졌다. 특히 고온다습한 여름철 오수 역류 가능성은 단순한 시설 불편을 넘어 생활환경과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 오현정 의원이 6일 매향리 오수처리시설 현장을 직접 찾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 의원은 현장에서 화성시 관계 공무원과 주민들을 만나 문제 발생 원인과 처리 상황을 점검하고, 정비가 끝날 때까지 임시펌프 관리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문제의 핵심은 하수처리시설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당초 계획했던 시설 일부가 설치되지 못했다는 데 있다.
현황 보고에 따르면 해당 지역은 화성시 하수도시설 확충 민간투자사업을 통해 압송, 즉 펌프 방식으로 오수를 배출하도록 계획됐다. 이에 따라 기존 정화조를 사용하던 5가구의 정화조를 폐쇄하고 새로운 오수관로를 설치했다.
문제는 오수를 실제로 압송하는 데 필요한 맨홀펌프장이 설치되지 못하면서 시작됐다. 맨홀펌프장 예정 부지의 토지주가 설치에 반대하면서 펌프장 조성이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오수 배출에 차질이 발생해 왔다는 것이 현장 보고 내용이다.
하수처리 방식은 바뀌었는데 이를 완성할 핵심 시설이 빠지면서 결과적으로 주민들이 불편을 떠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생활 인프라 사업에서 시설 하나의 미설치는 단순히 공정 하나가 늦어지는 것과 의미가 다르다. 상·하수도와 같은 기반시설은 각각의 시설이 연결돼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관로가 설치됐더라도 오수를 안정적으로 이동시키는 시설이 정상적으로 갖춰지지 않으면 전체 처리 과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매향리의 사례는 생활 인프라 사업이 계획 단계뿐 아니라 부지 확보, 주민 협의, 시설 설치, 사후 운영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현장에서 확인된 문제는 주민들의 일상과 맞닿아 있다. 해당 지역에서는 오수받이 내부로 토사가 유입되고 막힘 현상이 나타나면서 배수가 원활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주민 불편은 물론 위생 문제까지 제기됐다.
오 의원의 현장 방문도 관련 민원이 접수되면서 이뤄졌다. 지난 6일 현장에는 화성시 하수과 하수운영팀 관계 공무원과 지역 주민들이 참석해 원인을 살펴보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여름철이라는 계절적 특성도 문제의 심각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기온이 높은 시기에 오수가 제대로 배출되지 않거나 역류·막힘 현상이 발생할 경우 주민들이 체감하는 불편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악취와 위생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는 이유다.
오 의원도 현장에서 이 부분을 강조했다. “여름철 오수 역류 및 막힘 현상은 주민들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심각한 생활 불편”이라며 최종적인 시설 정비가 끝나기 전까지 임시펌프 설치와 가동 상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단 한 건의 역류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설의 근본적인 정비까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그 기간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임시 대책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는 취지다.
화성시는 현재 민간투자사업자와 협의해 기존 정화조를 원상복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압송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폐쇄했던 정화조를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복구해 오수 배출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주민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절차가 남아 있다. 자료에 따르면 정화조 원상복구 대상 5가구 가운데 4가구는 복구에 찬성하고 있지만 1가구는 반대하고 있다. 해당 가구는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 현재 사용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행정기관과 민간사업자 사이의 협의뿐 아니라 주민 간 의견 조정도 문제 해결을 위해 넘어야 할 과제가 된 셈이다. 오 의원은 주민 간 의견 차이와 사업자·행정기관 간 협의 지연이 주민 피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주민 간 의견 차이와 민간투자사업자 및 행정기관 간 협의 지연으로 도민들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며 반대 가구에 대한 설득과 동의 절차를 서둘러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정화조 원상복구 사업이 8월 중 신속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경기도와 화성시가 적극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이번 매향리 사례는 지방자치단체의 생활 인프라 사업에서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를 되짚게 한다.
도로와 철도처럼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이 지역 발전의 뼈대라면 하수관로와 오수처리시설은 주민 생활을 떠받치는 기초 인프라다. 사업 규모나 예산의 크기와 관계없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주민들이 느끼는 불편은 즉각적이다.
특히 하수도 사업은 관로 설치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수가 실제로 정상 배출되는지, 펌프 등 관련 시설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 예상하지 못한 장애 요인이 발생했을 때 대체 방안은 마련돼 있는지까지 점검해야 비로소 사업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매향리의 경우에도 기존 정화조를 폐쇄하고 관로를 설치하는 과정까지는 진행됐지만 펌프장 예정 부지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당초 계획했던 처리 체계가 완성되지 못했다.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핵심 시설 부지를 충분히 확보했는지, 토지주와의 협의 가능성을 얼마나 면밀하게 검토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주민 동의와 이해관계 조정 역시 중요하다. 생활 인프라는 주민의 재산과 생활공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아 사업 초기부터 주민과 충분히 소통하지 않으면 공사가 진행된 이후 더 복잡한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행정의 성패는 시설을 설치했느냐에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상태까지 만들어냈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현장 점검은 생활 민원이 행정과 의회의 현장 대응으로 연결됐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오 의원은 민원을 접수한 뒤 직접 현장을 방문해 시설 상태를 확인하고 화성시 관계자와 주민들을 만나 해결책을 점검했다.
서류와 보고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생활 민원의 경우 현장에서 시설 상태와 주민 불편을 직접 확인하는 과정은 중요하다. 특히 행정기관과 사업자, 주민 등 이해관계자가 얽힌 사안에서는 현장을 중심으로 문제의 원인을 구체화하는 것이 해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다만 현장 방문 자체가 문제 해결의 끝은 아니다. 정화조 원상복구 계획이 실제로 예정대로 추진되는지, 그때까지 임시펌프가 정상 작동하는지, 추가적인 오수 역류나 막힘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오 의원도 앞으로 매향리 오수처리시설 정비 사업의 추진 상황을 계속 확인하고 지역 생활불편 민원 해결을 위한 현장 의정활동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제 관건은 속도와 실행이다. 화성시는 민간투자사업자와 정화조 원상복구를 추진하고 있고, 주민 5가구 가운데 4가구가 찬성한 상태다. 남은 주민과의 협의를 어떻게 마무리하느냐가 사업 진행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 피해를 막는 것이다. 근본적인 조치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임시펌프 등 현재 가동 중인 대책을 면밀하게 관리해 추가적인 배수 장애나 역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이번 사례를 단순히 특정 지역의 민원 해결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과제도 남는다. 하수도시설 확충 사업 과정에서 부지 확보와 주민 협의가 충분했는지, 계획했던 시설이 설치되지 못했을 경우 대체 처리 방안은 적절했는지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생활 인프라는 주민에게 ‘설치된 시설’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시설’이어야 한다. 매향리 오수 문제 역시 결국 이 원칙으로 귀결된다. 행정기관과 민간사업자, 주민 사이의 협의를 얼마나 신속하게 마무리하고 정상적인 오수처리 체계를 복원하느냐가 중요하다.
한여름 주민들의 불편에서 시작된 현장 민원이 실제 시설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8월 중 추진되는 정화조 원상복구 조치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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