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지난 4월부터 안성시 청소년참여위원회는 약 8개월간 지역 청소년들이 겪는 문제를 스스로 조사하고 해결 방안을 고민해 왔다. 조사 과정에는 직접 설문을 만들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생활 기반 탐구 방식’이 동원됐다. 이들이 도출한 5개의 정책은 단순한 아이디어 수준이 아니라, 현장의 불편과 제도적 허점을 정확히 짚어낸 구체적 제안이었다.
최근 열린 제안 발표회에서 김보라 안성시장은 청소년들과 한 자리에 앉아 그들의 제안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살폈다. 김 시장은 “정책의 방향과 구조가 매우 현실적이고 훌륭했다”며 “이제부터는 행정의 몫이 남았다. 필요한 법적 절차, 예산 편성, 관계 기관 협조를 면밀히 검토해 실제 사업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또, “청소년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며 “그 노력을 헛되게 하지 않는 행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정책 제안은 단순한 행사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방정부가 미래세대와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새로운 모델이라는 평가가 지역 교육계와 시민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청소년참여위원회가 내놓은 제안은 생활 밀착형·제도 개선형·안전 분야를 아우르며, ‘청소년의 눈’으로 본 도시 정책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위원들은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어른들이 대신 정해주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스스로 문제를 찾고 분석했다. 교통·교육·심리건강·지역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토론을 거치며 ‘왜 이 정책이 필요한가’를 논리적으로 담아냈다.
한 위원은 “우리가 겪는 불편을 행정이 잘 모를 때가 많다. 그래서 우리가 목소리를 냈다”며 “정책은 결국 시민의 삶을 바꾸는 것이니, 청소년도 시민으로서 제안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김보라 시장은 발표 현장에서 “아이들의 제안이 현실화되려면 행정 내부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직접 언급했다. 실제 지방정부가 청소년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제도적 장애물이 존재한다.
그리고 관련 조례·규정 정비 필요, 예산 반영 문제, 관계 기관 협력, 교육청·학교·경찰·지역 커뮤니티 등 외부 기관과의 조율도 필수다.
김 시장은 “법과 예산 문제는 시민이 보지 않는 ‘행정의 뒷면’이지만, 이 과정을 꼼꼼하게 챙겨야 진짜 정책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청소년 정책은 장기적으로 도시의 미래 경쟁력을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하며 공직사회에 “전향적인 검토”를 주문했다.
정책 제안 행사 직후, 김보라 시장은 자신의 일상 이야기를 시민들과 공유했다.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며 서로의 ‘올해 가장 행복했던 순간’과 ‘내년에 하고 싶은 일’을 손글씨로 적어 트리에 걸었다는 내용이다.
이번 제안 발표의 핵심은 ‘청소년이 무엇을 제안했는가’가 아니라, 도시가 그 제안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이다. 김보라 시장은 발표를 마친 청소년들에게 “여러분의 노력이 행정을 움직일 것”이라며 “시청은 책임 있게 검토하고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책 제안 마지막 문장에는 청소년들의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우리는 미래가 아니라, 지금 이 도시의 시민이다.” 그리고 행정이 이 목소리에 어떻게 응답하느냐에 따라 안성의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정책은 결국 일상의 행복과 연결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물음이었다.
한편, 안성에서 시작된 이번 청소년 정책 실험이 행정의 실행력을 얻는다면, 그 답은 더 많은 가정과 아이들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날 것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나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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