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 남부의 산업도시로 성장해온 평택이 ‘문화도시’라는 새로운 좌표를 찍었다. 1318석 규모의 대공연장과 305석의 소공연장을 갖춘 평택아트센터가 문을 열면서다. 단순한 공연장 준공을 넘어, 도시의 일상과 감각을 바꾸는 문화 인프라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평택아트센터의 가장 큰 경쟁력은 ‘소리’다. 모든 좌석에 음악과 말소리가 또렷하게 전달되도록 잔향시간 2초의 이상적인 구조를 구현했다. 여기에 장르에 따라 잔향시간·소리 퍼짐·명료도를 조절할 수 있는 가변 음향 시스템을 구축해 클래식, 뮤지컬, 오페라, 연극 등 각기 다른 공연을 최적의 조건에서 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공연장의 본질을 ‘무대’가 아니라 ‘관객의 귀’에서부터 재정의한 셈이다.
개관 무대는 국악관현악단 공연으로 열렸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레퍼토리로 관객의 호응을 얻었고, 이후 수준 높은 공연들이 순차적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이는 지역 문화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세계적 기준의 공연 환경을 갖추겠다는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좋은 공연을 보기 위해 서울로 간다’는 공식이 서서히 깨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공연장 하나의 개관은 도시의 소비·관광·일상 리듬에 연쇄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주말과 야간 유동 인구가 늘고, 인근 상권의 체류 시간이 길어진다. 무엇보다 시민의 여가 선택지가 확장되며 ‘삶의 질’이 체감된다. 평택아트센터는 대규모 산업·물류 중심 도시의 이미지를 넘어, 가족·청년·중장년이 함께 향유하는 문화 거점으로 기능할 가능성을 품고 있다.
다만 진짜 성패는 개관 이후에 달려 있다. 안정적인 기획 라인업, 지역 예술인과의 협업, 교육·체험 프로그램의 확장, 합리적인 티켓 정책이 함께 가야 ‘일회성 랜드마크’를 넘어선다. 시는 “건물 조성에 그치지 않고 지역 문화·예술의 격을 높이겠다”고 밝힌 만큼, 중장기 운영 전략과 시민 접근성 강화가 중요하다.
공연장은 도시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다. 좋은 음향은 단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을 존중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평택아트센터가 일상의 감동을 쌓아 올리는 무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그 울림은 이제 시작됐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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