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재개발·재건축과 대규모 공공주택지구 조성으로 경기 의왕시의 도시 지형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인구는 이미 16만 명을 넘어섰고, 2030년대 중반이면 25만 명 규모의 중견도시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도시의 외형적 성장과 달리 교육행정 체계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왕의 교육행정은 현재 군포시와 통합 운영되고 있어, 급증하는 교육 수요를 제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왕은 더 이상 ‘소도시’로 분류하기 어려운 곳이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신축 아파트 단지가 잇따라 들어서고 있고, 공공주택지구와 기업임대주택, 의왕·군포·안산을 잇는 3기 신도시 계획까지 더해지며 인구 유입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그만큼 초·중·고교 신설과 학급 증설, 돌봄과 특수교육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담당하는 교육행정 체계다. 현재 의왕은 군포와 하나의 교육지원청 체제로 묶여 있다. 행정 효율성을 고려한 과거의 구조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도시 여건이 급변하면서 ‘공동 행정’의 한계가 분명해지고 있다는 게 지역사회의 공통된 인식이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공동 교육지원청 체제가 현장 대응 속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학교 신설이나 학군 조정, 교육복지 사업처럼 지역 특성이 중요한 사안일수록 행정 판단이 늦어지고, 의왕의 현실이 군포 중심의 기준에 가려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의왕시는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교육지원센터를 운영해 왔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가깝다. 현재의 조직 규모로는 급격히 늘어나는 학생 수와 교육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대규모 주거단지가 동시에 조성되는 상황에서는 장기적 관점의 교육 인프라 계획이 필수적이지만, 독립적인 교육행정 조직이 없는 구조에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제도적 계기가 마련됐다.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으로, 경기도교육감 권한으로도 교육지원청을 분리·신설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긴 것이다. 기존에는 중앙정부 차원의 승인 절차가 까다로워 현실적인 장벽이 높았지만, 이제는 도교육청 차원에서 지역 여건을 반영한 결정이 가능해졌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의왕시는 교육지원청 독립 신설을 공식 의제로 끌어올리고 있다. 시는 인구 구조 변화와 학교 수 증가, 향후 도시 개발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설명하며, 더 이상 의왕을 군포와 동일 선상에서 관리하는 방식으로는 미래 교육 수요에 대응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교육지원청 독립 신설의 핵심 논리는 ‘지역 맞춤형 교육행정’이다. 도시 규모와 학령인구, 주거 형태, 개발 속도는 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에 교육 정책 역시 각 도시의 특성을 반영해 설계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왕의 경우 신도시형 주거지와 기존 원도심이 혼재돼 있어 학군 재편과 학교 배치 전략이 복잡하다. 여기에 기업임대주택과 공공주택이 동시에 조성되면서 학생 구성 역시 빠르게 다변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독립된 교육지원청은 학교 신설, 학급 증설, 교육복지 정책을 보다 신속하고 유연하게 추진할 수 있다는 게 시의 판단이다.
물론 교육지원청 독립 신설이 모든 문제의 해법은 아니다. 조직 신설에 따른 행정 비용과 인력 확보, 도교육청과의 역할 분담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그러나 도시 성장 속도를 고려할 때,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반론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의왕의 교육행정 체계 개편 논의는 단순한 행정구역 분리를 넘어, 급성장 도시가 교육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도시가 커진 만큼 교육도 그에 걸맞게 진화해야 한다는 요구다.
교육지원청 독립 신설 여부는 결국 정책 판단의 문제다. 하지만 그 판단의 무게를 키우는 것은 시민들의 관심과 공론화다. 교육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분야인 만큼, 지금의 선택이 10년, 20년 뒤 도시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
한편, 의왕이 ‘베드타운’에서 벗어나 자족형 중견도시로 도약하려면, 교육행정 역시 그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야 한다.
이코노미세계 / 김나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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