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관광’ 넘어 걷고 체험하는 도시여행으로 확장
[이코노미세계] 낮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수원화성의 성곽길을 걸으며 ‘왕의 도시’를 만나고, 저녁에는 야구장에서 프로스포츠의 열기를 즐긴다. 궁중다과와 국궁 등 전통문화 체험 사이에는 확장현실(XR)과 미디어아트가 자리한다. 서로 다른 영역으로 여겨졌던 역사·문화·첨단기술·스포츠를 하루 일정으로 연결한 수원특례시의 ‘스포츠 로얄투어’다.
스포츠 로얄투어는 수원이 보유한 관광자원을 개별적으로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의 이야기로 엮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관광객이 유적지를 둘러본 뒤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통상적인 관광상품과 달리, 조선의 역사에서 출발해 현대의 프로야구장에 이르는 시간의 흐름을 하나의 여정으로 구성했다.
관광객은 궁중문화를 맛보고, 첨단기술을 통해 수원화성의 이야기를 접한 뒤 직접 활시위를 당긴다. 성곽길을 걸으며 역사도시의 정취를 느끼고 미디어아트를 감상한 다음, 관중의 함성이 가득한 야구장에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수원의 과거와 현재를 압축적으로 경험하는 ‘도시 체험형 관광’인 셈이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낮에는 고즈넉한 성곽길을 걸으며 왕의 도시를 만나고, 저녁에는 프로야구의 짜릿함을 즐기는 특별한 하루”라며 스포츠 로얄투어를 소개했다. 이어 “K-콘텐츠 메카이자 4대 프로스포츠 도시, 수원이기에 가능한 특별한 여행”이라며 시민과 관광객의 참여를 권했다.
투어의 출발점은 수원전통문화관이다. 참가자들은 이곳에서 궁중다과를 체험하며 조선 왕실의 음식문화와 예법을 접한다. 단순히 전통음식을 맛보는 것을 넘어 왕실 문화가 지닌 의미와 분위기를 오감으로 경험하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첫 일정에 궁중다과 체험을 배치한 것은 투어 전체의 성격을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수원화성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으로만 전달하기보다 음식과 공간을 통해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한다. 관광객은 차와 다과를 즐기며 일상적인 시간에서 벗어나 ‘왕의 도시’로 들어가는 첫 관문을 통과한다.
이어 참가자들은 XR버스에 오른다. XR은 현실 공간에 가상의 시각 정보와 이야기를 결합해 몰입감을 높이는 기술이다. 참가자들은 이동하는 동안 수원화성에 담긴 이야기를 접하며 다음 방문지인 연무대로 향한다.
관광 일정에서 이동 시간은 흔히 비어 있는 시간으로 취급된다. 그러나 스포츠 로얄투어는 이동 과정에도 콘텐츠를 넣었다. 관광버스가 단순한 교통수단에 머물지 않고 수원의 역사와 장소를 해설하는 체험 공간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 같은 구성은 관광객이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해당 장소의 의미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눈앞의 성곽을 그저 오래된 건축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축적된 시간과 이야기를 떠올리며 관람하게 한다. 전통문화와 첨단기술의 결합이 관광의 몰입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XR버스를 타고 도착한 연무대에서는 국궁 체험이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설명을 듣고 활을 쏘며 조선시대 무예문화를 몸으로 경험한다. 전시물을 눈으로 보는 정적인 관람에서 벗어나 관광객이 직접 참여하는 일정이다.
국궁 체험에 이어서는 수원화성 성곽길을 걷는다. 고즈넉한 성곽과 주변 풍경을 천천히 둘러보며 ‘왕의 도시’ 수원이 지닌 역사적 깊이와 정취를 느끼는 구간이다. 궁중다과와 XR 콘텐츠, 국궁 체험을 거쳐 성곽길에 들어선 참가자들은 앞선 일정에서 접한 이야기를 실제 공간과 연결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스포츠 로얄투어의 기획 의도가 한층 선명해진다. 각각의 체험이 서로 단절되지 않고 다음 일정에 대한 이해를 넓히도록 구성됐기 때문이다. 궁중다과는 왕실문화로 들어가는 입구가 되고, XR버스는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며, 국궁 체험은 당시의 무예를 몸으로 느끼게 한다. 성곽길은 이들 경험을 하나의 공간 안에서 되새기게 하는 무대가 된다.
관광산업의 경쟁력은 유명한 명소를 얼마나 많이 보유했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이미 알려진 자원을 어떤 순서로 보여주고, 관광객에게 어떤 기억을 남길 것인지도 중요하다. 스포츠 로얄투어는 수원의 대표 자원을 ‘왕의 도시를 만나는 하루’라는 이야기로 묶어 도시의 이미지를 더욱 선명하게 전달하려는 시도다.
성곽길을 걸은 참가자들이 향하는 다음 장소는 수원미디어센터다. 이곳에서는 화려한 미디어아트를 감상한다. 전통적인 건축물과 자연스러운 성곽 풍경을 경험한 뒤 빛과 영상으로 구현한 현대적 콘텐츠를 만나는 일정이다.
수원화성의 고전적인 풍경과 미디어아트의 첨단 영상은 얼핏 상반된 요소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스포츠 로얄투어에서는 이런 대비가 수원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장점으로 활용된다. 조선의 역사와 현대의 기술을 한쪽이 다른 한쪽을 대신하는 관계가 아니라, 하나의 도시 안에 공존하는 자산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는 전통문화 활용 방식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관람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기술과 결합해 오늘의 관광객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전달하려는 것이다. 특히 영상과 디지털 콘텐츠에 친숙한 젊은 세대와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는 역사문화에 접근하는 문턱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수원은 스포츠 로얄투어를 통해 문화유산 도시라는 기존 이미지에 현대적인 콘텐츠 도시의 면모를 더한다. 역사도시는 정적이고, 스포츠 도시는 역동적이라는 구분도 허문다. 성곽의 고요함과 미디어아트의 화려함, 프로야구의 함성이 한 여행 안에 공존한다.
투어의 마지막은 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경기 관람이다. 낮 동안 차분하게 역사와 문화를 체험했다면, 저녁에는 관중과 함께 경기를 지켜보며 프로스포츠의 박진감을 즐긴다.
프로야구 관람을 마지막에 배치한 것은 투어의 분위기를 극적으로 전환한다. 고즈넉한 성곽길에서 출발한 하루가 응원과 함성이 가득한 야구장에서 절정에 이른다. 관광객은 객석에서 경기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연고 구단을 응원하는 시민들과 호흡하며 수원의 일상적인 문화를 경험한다.
프로스포츠는 경기 자체뿐 아니라 경기 전후의 식사와 쇼핑, 교통 이용 등 여러 소비 활동을 동반한다. 역사문화 관광과 야구 관람을 결합하면 관광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도심 곳곳으로 발길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저녁 시간대 프로야구 관람은 낮 일정이 끝나면 관광객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단기 관광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경기를 마친 관광객이 지역에서 식사하거나 숙박한다면 관광의 경제적 효과가 주변 상권과 숙박업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를 지속 가능한 체류형 관광상품으로 발전시키려면 경기 종료 이후의 교통 편의, 주변 상권과의 연계, 숙박상품 개발 등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관광객이 편리하게 이동하고 머물 수 있는 환경까지 갖춰야 하루짜리 프로그램이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 로얄투어에서 주목할 부분은 수원의 여러 자원을 단순히 한데 모은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궁중다과, 수원화성, 국궁, 미디어아트, 프로야구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야기의 시작은 왕실문화이고, 중간에는 역사와 첨단기술이 교차하며, 마지막은 현대 시민의 여가문화인 프로스포츠가 장식한다. 한 도시가 지닌 과거와 현재를 관광객의 동선 안에 담아낸 구성이다.
관광객의 역할도 일정이 진행될수록 달라진다. 궁중다과를 맛보고 XR 콘텐츠를 접하며, 활을 쏘고 성곽길을 걷는다. 미디어아트를 감상한 뒤에는 야구장에서 직접 응원에 참여한다. 보는 관광에서 맛보고 걷고 체험하고 응원하는 관광으로 확장되는 셈이다.
최근 지역 관광은 유명 명소 한두 곳에 의존하기보다 도시만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관광객이 오래 머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같은 장소라도 어떤 경험과 결합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 스포츠 로얄투어는 수원이 이미 보유한 자원을 새롭게 배열해 차별화된 하루를 만든 사례로 볼 수 있다.
스포츠 로얄투어의 성패는 프로그램의 흥미를 넘어 실제 체류시간과 재방문을 얼마나 끌어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 한 번의 체험으로 끝나지 않고 수원의 다른 명소와 음식점, 전통시장, 숙박시설까지 관광 동선을 확장해야 지역경제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계절과 경기 일정에 따른 탄력적인 운영도 필요하다. 폭염과 우천 등 기상 상황은 성곽길 걷기와 야외 체험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프로야구 경기 시간이나 취소 여부도 전체 일정과 직결된다. 대체 프로그램과 안전관리 방안을 세밀하게 마련해야 관광객의 만족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참가 대상에 따른 프로그램 세분화도 과제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에게는 교육과 체험을 강화하고, 젊은 관광객에게는 미디어아트와 촬영 요소를 확대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다국어 해설과 예약 안내가 갖춰진다면 수원화성과 K-스포츠를 함께 경험하는 관광상품으로 확장할 여지도 있다.
지역 상권과의 연계 역시 중요하다. 관광객이 정해진 장소만 빠르게 이동하는 구조에서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일정 중간에 지역 음식과 상품을 접할 기회를 마련하고, 경기 전후 주변 상권을 이용하도록 안내한다면 관광객의 소비가 지역에 머물 가능성이 커진다.
수원시는 앞으로 참가자의 만족도와 이동 편의, 체류시간, 재방문 의향 등을 면밀히 살펴 프로그램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어떤 체험의 반응이 좋았는지, 이동 과정에서 불편은 없었는지, 야구 관람 이후 관광객의 동선이 어디로 이어졌는지를 분석해야 스포츠 로얄투어가 일회성 행사에 머물지 않을 수 있다.
스포츠 로얄투어는 수원화성이라는 대표 문화유산과 프로스포츠라는 현대적 자산을 연결한다. 그 사이를 궁중다과와 국궁, XR버스와 미디어아트가 채운다. 전통과 첨단, 문화와 스포츠라는 서로 다른 요소가 ‘수원에서 보내는 특별한 하루’라는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된다.
이재준 시장은 “올여름 수원에서 전통과 첨단, 문화와 스포츠가 어우러진 색다른 하루를 만나보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자세한 일정과 신청 방법은 별도로 안내할 예정이다.
관광객을 부르는 도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오래 머물고 기억하게 하는 도시가 되려면, 지역의 자원을 새로운 관점으로 연결하는 기획이 필요하다. 수원 성곽의 고요함과 야구장의 함성을 하루에 담아낸 스포츠 로얄투어가 수원만의 체류형 관광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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