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호텔 유치 좌절… “문화는 산업이 될 수 있을까”
[이코노미세계] 고양시가 다시 한 번 문턱 앞에서 멈춰 섰다. 대형 공연과 국제 행사가 끊이지 않는 도시, 그러나 사람과 소비는 머무르지 않는 도시. ‘공연도시 고양’이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가 또다시 확인됐다.
고양시는 현재 전국에서 가장 많은 대형 공연을 유치하는 도시 중 하나다. 글로벌 아티스트의 콘서트와 대규모 전시, 국제 박람회가 연중 이어진다. 관객의 절반 가까이가 외국인이라는 점은 고양이 이미 세계 문화·공연 시장과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문화 경쟁력만 놓고 보면 수도권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공연이 끝난 뒤의 풍경은 늘 비슷하다. 관객과 관계자, 소비와 기회는 고양에 머무르지 못하고 인근 도시로 빠져나간다. 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이 최근 SNS를 통해 밝힌 문제의식도 이 지점에 닿아 있다. 이 시장은 “대한민국 최고의 마이스(MICE) 인프라인 킨텍스를 갖고 있으면서도 국제행사를 치르기에는 숙소가 늘 부족했다”고 토로했다.
고양의 고민은 단순한 숙박 부족을 넘어선다. 대형 공연과 국제 행사를 안정적으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공연장·전시장뿐 아니라 숙박, 교통, 소비 거점이 함께 맞물려야 한다. 그러나 현재 고양의 숙박 인프라는 대규모 외국인 수요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그 결과 관람객은 서울이나 인천으로 이동해 숙박과 소비를 해결하고, 고양은 ‘무대만 제공하는 도시’로 남는다.
민선 8기 고양시가 ‘글로벌 호텔 유치’를 핵심 과제로 설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공연·문화·마이스 산업을 고양의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연결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이었다. 하지만 여러 현실적 장벽 앞에서 이번 시도 역시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동환 시장은 “아쉽고 시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호텔 유치 실패를 두고 ‘행정력의 한계’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구조적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고양은 이미 문화 수요와 콘텐츠를 확보한 도시다. 문제는 이를 담아낼 그릇, 즉 산업적 기반과 장기적 투자 환경이다.
고양시 내부에서도 이번 결과를 ‘종착점’이 아닌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실제로 공연과 전시, 국제 행사는 줄지 않고 있다. 고양의 문화 경쟁력이 이미 증명됐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그 경쟁력이 도시의 일자리와 세수, 산업 성장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동환 시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겠다.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고양의 문화가 고양의 산업이 되고, 고양의 무대가 고양의 미래가 되도록 다른 길이라도 끝까지 찾겠다는 의지다.
그리고 도시는 멈추지 않는다. 고양 역시 전진하고 있다. 다만 그 속도와 방향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공연은 성공했고, 문화 경쟁력도 입증됐다. 이제 질문은 하나다.
‘고양은 언제쯤, 세계가 찾는 도시에서 세계가 머무는 도시로 바뀔 수 있을까. ’이번 글로벌 호텔 유치 좌절은 아쉬운 결과이지만, 동시에 고양의 도시 전략을 다시 점검하게 만든 계기이기도 하다. 문은 닫혔지만, 길은 아직 남아 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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