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평택호 현충탑 일대가 단순한 추모 공간을 넘어, 역사와 시민의 일상이 공존하는 ‘기억의 랜드마크’로 다시 태어난다.
정장선 평택시장은 2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현충탑과 주변 공간을 시민이 찾아오는 품격 있는 역사문화공간으로 조성하겠다”며 기본구상 최종안을 직접 공개했다. 이번 변화는 고착화된 기념 시설의 한계를 넘어, 추모·교육·체험·휴식이라는 새로운 기능을 결합한 복합형 공공공간 모델로 평가된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현충탑 전면부 광장의 확장과 지하 전시공간 신설이다. 지금까지 이 공간은 주로 기념일·행사 중심으로 운영돼 시민의 일상적 이용률이 낮다는 지적이 있었다. 평택시는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현충탑 전면을 열린 광장 구조로 재설계하고, 그 아래에 상설 실내 전시관을 배치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새 전시관에서는 전쟁·호국·지역 독립운동사를 주제로 한 상설전, VR 기반 체험형 교육 콘텐츠, 시민유품 기증 아카이브 시스템 등이 도입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는 기존 정적인 기념시설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시민 참여형 기억 보존 시스템으로 확대한 개념이다.
정 시장은 “교육·문화·추모가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설계해 모든 세대가 역사를 체감하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택의 독립운동 정신을 상징해 온 3·1 선양공간 역시 보존과 재배치를 중심 정책으로 확정됐다. 기존 기념시설은 훼손 없이 유지하되, 추모탑은 주변 공간으로 이전해 역사 서사를 고려한 공간 전환을 설계했다.
이 조치는 ‘추모 시설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시민공간과 충돌하지 않는 배치 전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동시에 향후 전시·교육 콘텐츠와의 연계를 강화해, 단순 기념지 기능에서 스토리 기반 역사체험 구역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개발 구상의 또 하나의 상징은 대규모 잔디마당이다. 지역축제·야외음악회·추모행사·청년문화행사 등을 담아낼 수 있는 시민 참여형 개방 공간으로 설계됐다.
특히 잔디마당 진입부에는 지형 단차와 건축적 요소를 활용한 연출형 입구가 조성된다. 이는 시민이 공간에 진입하는 순간 자연스럽게 ‘경건함과 역사성’을 체감하도록 구성된 의도적 동선 설계다. 정 시장은 이를 두고 “잔디마당은 단순 휴식 공간을 넘어 이곳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구상에는 시민 친화형 정원 공간 조성안도 포함됐다. 이는 고즈넉한 추모 공간에 머물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산책·휴식·촬영·독서·관람 등 생활형 이용 패턴을 수용하기 위한 조치다.
도시공원 전문가들은 이 부분을 두고, 국내 기념시설이 흔히 겪는 ‘기억은 있으나 이용은 없는 공간’ 문제를 해결할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
평택호 현충 공간 재편은 단순한 도시경관 정비 사업이 아니다. 이는 “도시는 기억을 어떻게 보존하고 시민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라는 커다란 질문에 대한 실험적인 답변에 가깝다. 다만 향후 운영 체계, 시민 참여 모델, 콘텐츠 유지·관리 체계, 행사 시즌별 활용 전략 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정장선 시장은 “이번 기본구상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모든 시민이 기억을 나누고 역사를 함께 이어가는 공간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평택호 현충 공간 조성 사업은 앞으로 세부 설계, 예산 확보, 시민 공론화 과정을 거치며 본격 가시화될 전망이다. 이곳이 단순히 과거를 기념하는 장소를 넘어 미래 세대에 질문을 던지는 공공적 기억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이코노미세계 / 김나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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