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부터 기업 성장까지 선순환 구조 구축 추진
첨단 의료산업으로 도시 경쟁력 강화 본격화
[이코노미세계] 고양특례시가 의료·바이오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세계적 수준의 암 연구 역량과 의료 인프라를 보유한 국립암센터를 중심으로 연구기관과 기업, 전문 인재가 함께 성장하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고양시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의료·바이오 혁신도시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민경선 고양특례시장은 7일 국립암센터를 방문한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립암센터가 보유한 세계적 연구 역량과 의료 인프라를 바탕으로 고양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의료·바이오 혁신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민 시장은 특히 연구와 기업, 인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의료·바이오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의료기관의 진료 기능에 머무르지 않고 연구 성과를 산업으로 연결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의 지속 가능한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의 바이오산업 육성 정책은 대규모 연구시설이나 기업 유치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의료·바이오 산업은 연구기관 하나나 기업 한 곳을 유치한다고 완성되는 산업이 아니다. 기초연구와 임상시험, 기술사업화, 창업, 투자, 전문인력 양성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국립암센터가 위치한 고양시는 의료·바이오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도시로 평가된다. 국립암센터는 암 진료뿐 아니라 연구와 예방, 교육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 의료기관이다. 고양시가 이러한 연구·의료 역량을 지역의 산업정책과 효과적으로 연결한다면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차별화된 의료·바이오 성장모델을 마련할 수 있다.
고양시가 추진해야 할 핵심 과제는 국립암센터를 중심으로 한 의료·바이오 생태계 구축이다. 의료기관과 연구기관이 보유한 기술과 지식이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로 이어지고, 기업의 성장이 다시 연구개발 투자와 일자리 확대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 성과를 사업화할 수 있는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우수한 연구 결과가 논문이나 특허에 머물지 않고 실제 환자 치료와 의료서비스 개선, 신약과 의료기기 개발로 이어지려면 연구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전문 조직과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초기 창업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공간과 자금 지원도 요구된다. 의료·바이오 분야는 일반 제조업이나 정보기술 기업보다 연구개발 기간이 길고, 제품의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하는 과정도 복잡하다. 지방정부가 단기적인 기업 유치 실적에만 집중하기보다 창업 초기부터 성장 단계까지 기업을 장기간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인력 확보도 중요한 과제다. 의료·바이오 산업은 의사와 연구자뿐 아니라 데이터 분석가, 임상시험 전문가, 의료기기 개발자, 인허가 담당자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가 필요하다. 고양시가 대학과 연구기관, 의료기관, 기업이 참여하는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한다면 청년들이 지역에서 배우고 취업하며 정착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할 수 있다.
민 시장이 강조한 ‘연구와 기업, 인재가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는 이런 요소들이 서로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지역 산업망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구상으로 볼 수 있다.
의료·바이오 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점에서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크다. 연구개발과 의료서비스, 제조업, 정보통신기술 등이 결합해 다양한 분야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양시는 서울과 인접해 있고 교통과 생활 기반이 비교적 잘 갖춰진 도시다. 그러나 상당수 시민이 서울 등 외부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주거 중심 도시의 성격도 강하다. 지역 내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충분히 만들지 못하면 도시의 경제적 자립도와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의료·바이오 산업 육성은 이러한 도시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연구기관과 기업이 집적되면 전문인력의 유입이 늘어나고, 주거와 교육, 상업, 문화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함께 증가한다. 이는 주변 상권 활성화와 세수 확대, 도시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의료·바이오 분야의 일자리는 연구개발과 전문서비스를 중심으로 형성된다는 점에서 청년과 고급인력의 지역 이탈을 막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고양에서 교육받은 청년이 지역 기업에 취업하고, 외부의 전문인력이 고양에 정착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산업 육성과 인구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다만 일자리 창출이 시민들의 실질적인 고용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정책적 장치가 필요하다. 외부 기업과 인력을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대학과 교육기관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도록 해야 한다. 기업과 시민이 함께 성장할 수 있어야 의료·바이오 산업 육성에 대한 지역사회의 공감대도 넓어질 수 있다.
고양시가 의료·바이오 혁신도시로 도약하려면 단순히 관련 기업의 숫자를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연구와 진료, 산업, 교육, 주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국립암센터를 비롯한 의료·연구기관과 고양시의 협력체계를 구체화해야 한다. 정기적인 협의기구를 구성해 필요한 정책과 규제 개선사항을 발굴하고, 연구자와 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을 마련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연구·산업 공간과 교통망, 정주 여건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의료·바이오 기업은 연구기관과 병원에 대한 접근성뿐 아니라 우수 인력이 거주할 수 있는 주거와 교육, 문화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지를 결정한다.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정부와 경기도의 정책적 지원을 확보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의료·바이오 산업은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와 국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분야다. 고양시가 독자적으로 추진하기보다 중앙정부와 경기도, 국립암센터, 대학,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협력 구조를 만들어야 사업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높일 수 있다.
산업 육성 과정에서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의료·바이오 혁신도시가 일부 기업과 연구기관을 위한 사업으로 인식된다면 시민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 개선과 건강관리 프로그램, 지역인재 채용, 상권 활성화 방안 등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민경선 시장은 “고양의 미래는 의료·바이오도 한몫을 할 것”이라며 “시민과 함께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의료·바이오 산업을 단순한 지역 개발사업이 아니라 시민과 함께 만들어 가는 미래 전략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의료·바이오 혁신도시 구상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뒤따라야 한다. 어느 지역을 중심으로 관련 시설을 조성할 것인지, 국립암센터와 어떤 방식으로 협력할 것인지, 기업과 연구소를 어떻게 유치할 것인지에 대한 단계별 로드맵이 필요하다.
단체장의 방문이나 정책 선언만으로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는 것은 아니다. 예산과 조직, 기업 지원제도, 인재 양성, 규제 개선 등 복합적인 정책이 장기간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 임기 내 단기 성과에 집중하기보다 앞으로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도시 전략이 요구된다.
의료·바이오 산업은 세계 각국과 국내 여러 도시가 경쟁적으로 육성하는 분야다. 후발주자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고양시만의 차별화된 강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국립암센터의 암 연구 역량과 의료 인프라를 중심으로 예방과 진단, 치료, 돌봄까지 연결하는 특화 전략을 마련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고양시가 국립암센터라는 국가적 의료자산을 지역 산업과 시민의 삶에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따라 도시의 미래 경쟁력이 달라질 수 있다. 연구 성과가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기업의 성장이 청년 일자리와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민경선 시장의 국립암센터 방문은 고양시가 의료·바이오 산업을 새로운 미래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출발점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선언보다 실행이다. 구체적인 정책과 지속적인 투자, 시민과의 소통을 통해 의료·바이오 혁신도시의 청사진을 현실로 바꿔야 할 때다.
이코노미세계 / 김은주 기자 sweetmom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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