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 북부 접경지역이라는 지정학적 특수성 속에서 오랜 기간 군사도시로 기능해온 파주시가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미군 기지 이전으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반환공여구역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단순한 개발을 넘어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 ‘공간 재창조’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파주시의회 윤희정 의원은 25일 열린 제262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반환공여구역의 활용 방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도시의 정체성과 미래를 동시에 설계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이날 발언에서 반환공여구역을 둘러싼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권력이 떠난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라는 물음을 제시하며, 단순한 개발 논리로는 이 공간의 의미를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파주는 군사시설 보호구역, 개발 제한 등 각종 규제를 감내해 온 대표적인 접경지역 도시다. 이 과정에서 지역 발전은 일정 부분 제약을 받아왔지만, 동시에 군사적 긴장과 분단의 역사라는 특수한 기억을 축적해 왔다. 윤 의원은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배제한 채 반환공여구역을 단순한 부지 개발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경계했다.
그러면서 “이제 반환공여구역은 단순히 비어 있는 땅이 아니라, 파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교차하는 상징적 공간”이라며 “어떤 가치로 채우느냐에 따라 도시의 방향성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의원이 제시한 해답은 ‘문화’였다. 그리고 파주가 이미 헤이리 예술마을과 출판도시를 중심으로 문화적 기반을 갖춘 도시라는 점에 주목했다. 기존 문화자산과 반환공여구역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경우, 단순한 개발을 넘어 도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반환공여구역을 문화 콘텐츠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뤄지는 플랫폼으로 조성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관광지 조성을 넘어, 지역의 정체성과 이야기를 담아내는 ‘문화 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윤 의원은 “파주는 이미 문화적 잠재력을 갖춘 도시”라며 “기존 자산과 반환공여구역을 연결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발언에서 특히 강조된 부분은 반환공여구역을 개별 사업 단위로 분절적으로 개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윤 의원은 캠프그리브스와 캠프하우즈를 사례로 들며, 각각의 공간이 독립적으로 개발될 경우 도시 전체의 정체성을 형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반환공여구역을 하나의 방향성과 이야기로 엮어내는 ‘서사적 접근’을 제안했다. 이는 공간을 단순히 물리적으로 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역사와 기억, 평화와 변화의 메시지를 담아내는 콘텐츠로 확장하는 개념이다.
윤 의원은 “반환공여구역은 분단과 군사, 그리고 평화로 이어지는 시대적 변화를 담고 있는 상징적 공간”이라며 “이를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할 때 비로소 국제적 가치로 확장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파주의 반환공여구역은 단순한 지역 개발을 넘어 국제적 의미를 지닐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접경지역이라는 특수성, 군사시설이 남긴 흔적, 그리고 평화로의 전환이라는 상징성은 세계적으로도 주목받을 수 있는 요소다.
윤 의원은 이 같은 점을 고려해 반환공여구역을 평화와 시대 변화를 담은 문화 콘텐츠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지역 관광 자원을 넘어, 국제적 교류와 협력의 거점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최근 글로벌 도시들이 산업시설이나 군사시설을 문화공간으로 재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파주 역시 이러한 흐름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윤 의원은 발언 말미에서 반환공여구역 개발의 본질을 다시 한 번 짚었다. “중요한 것은 시설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길 내용과 가치”라며 물리적 개발 중심의 접근을 경계했다.
이는 단순히 건물을 짓고 공간을 조성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문화정책을 통해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의미다. 문화 콘텐츠의 지속적 생산과 시민 참여, 지역 정체성 반영 등이 함께 이뤄질 때 비로소 반환공여구역이 살아있는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윤 의원은 “지속 가능한 문화정책이 뒷받침될 때 공간은 단순한 장소를 넘어 도시의 미래를 이끄는 동력이 된다”고 강조하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이번 5분 발언은 반환공여구역을 둘러싼 개발 방향에 있어 기존의 패러다임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던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반환공여구역은 경제적 활용과 개발 효율성 중심으로 논의돼 왔지만, 이제는 도시 정체성과 역사적 의미까지 고려한 통합적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파주가 문화도시로서 이미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반환공여구역을 어떻게 연결하고 확장하느냐에 따라 도시 경쟁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군사도시에서 문화도시로의 전환. 반환공여구역이라는 거대한 공간을 앞에 둔 파주시의 선택이 주목된다. 단순한 개발을 넘어 ‘기억과 가치’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그 해답이 곧 도시의 미래를 결정짓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세계 / 조금석 기자 press1@economyworl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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