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11월 27일, 경기도는 대한민국 지방정부 최초로 기후정책 방향을 시민들이 직접 결정하는 ‘기후도민총회’ 결과물을 공식 수령했다.
이 총회는 전문가나 공무원이 아닌, 무작위로 선발된 120명의 시민이 5개월간 숙의·토론·검증 과정을 거쳐 20개의 정책권고문을 작성한 점에서 주목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시민의회는 오랜 꿈이었다”며, “전문가가 아닌 시민이 집단지성을 발휘해 정책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경기도가 현실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의견 수렴이 아니라, 정책 형성과정에 시민을 제도적으로 참여시키는 실험적 거버넌스 전환으로 평가된다. 이번 기후도민총회에서 나온 제안들은 기존 행정이 놓치기 쉬운 생활형·실행가능형 정책이 다수 포함됐다.
대표 권고안을 본다면 △경기도형 탄소포인트 기부·나눔제 도입 △재활용 분리배출 기준 표준화 △생활권 기반 자원순환 플랫폼 구축 △기후행동 참여 인센티브 체계 마련 등이다. 김 지사는 이를 두고 “책상에서 나오기 어려운 정교한 제안”이라 평가했다.
환경 행정 전문가들은 이번 권고안을 두고 “지역 특성, 시민 행동 패턴, 실행 비용을 고려한 구조적 제안”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이는 기후문제가 추상적 의제에서 생활 기반 정책으로 전환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경기도 기후도민총회는 기존 주민설명회나 공청회 수준을 넘어서, 무작위 대표선출·중립 운영·전문가 검증·집단토론·최종표결 등의 절차를 택했다. 이는 유럽 주요국들이 실행하고 있는 ‘기후시민의회(Climate Citizens’ Assembly)’ 모델과 유사하다.
기후정책 전문가 A씨는 “이번 도민총회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한국형 기후시민 참여모델을 설계한 첫 사례다. 향후 제도화될 경우 정책효과뿐 아니라 시민 공감대를 통한 사회적 합의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영국·프랑스·아일랜드 등 여러 국가에서 시민의회는 기후세, 자원순환, 탄소배출 규제 등 정치적 충돌 가능성이 높은 정책을 사회적 합의 방식으로 조율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이번 총회 구성원은 세대·직업·지역을 고려해 통계적 대표성(Random Sampling) 방식으로 선발됐다. 참여자 중 다수는 기후정책 참여 경험이 전무했으며, 일부는 회의 초기 “왜 내가 기후정책을 논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고 한다.
그러나 과정이 거듭될수록 ‘정책 수혜자에서 정책 생산자’로의 인식 전환이 나타났다. 총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결론 발표 후 다음과 같은 소회를 남겼다. 기후정책은 환경단체나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니라 시민의 삶 그 자체였다. 또, 논의가 끝났다고 역할이 끝난 게 아니다. 이제는 ‘실행을 지켜보는 시민’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지사 역시 여러분은 영원한 ‘기후도민대사’라며 참여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번 권고안은 행정에 바로 반영되는 법적 효과는 없다. 정책 반영률과 실행 지속성을 둘러싼 비판과 우려도 제기된다.
학계와 시민사회는 향후 3가지 보완 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내용에는 △정책 이행 공개 방식 도입(Policy Dashboard) △권고안-예산 연결 구조 확립 △연례 시민 검증회의 제도화 등이다.
정치권에서도 관심이 크다. 한 지방의원은 “시민총회 결과가 선언 수준에 머물지 않도록 도의회 차원에서 제도적 장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지방정부 차원에서 기후정책을 시민 숙의 방식으로 만든 사례는 거의 없다. 그만큼 이번 시도는 행정 절차 혁신이자 민주주의 방식의 확장으로 평가받는다. 여론·정책학계에서는 경기도 모델이 향후 ‘전국 단위 기후국민총회’ 로 발전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김 지사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기후위기는 정답을 가진 권력이 해결하는 문제가 아니라, 해답을 함께 만들어가는 시민의 시대적 과제이다.”
한편, 경기도 기후도민총회가 남긴 메시지는 단순하다. “기후정책은 이제 전문가가 만드는 정책이 아니라, 시민이 만드는 공론의 영역”이라는 선언이다. 또, 이 실험이 일회성 행사로 남을지, 한국형 시민민주주의의 기준점이 될지는 앞으로의 실행과 제도화 과정이 가를 것이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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