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안심하고 일하려면 방과 후 지역이 함께 책임져야”
현장 목소리 정책으로 연결하는 의정활동 예고
[이코노미세계] 아이들의 하루는 학교 수업이 끝났다고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맞벌이 가정이나 돌봄이 필요한 가정에는 하교 이후부터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된다. 부모가 직장에서 돌아오기까지 아이를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돌볼 것인가는 한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다. 저출생과 맞벌이 가구 증가, 지역 공동체의 변화 속에서 ‘방과 후 돌봄’은 지방정부가 풀어야 할 생활밀착형 정책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안양시의회가 이 같은 초등 돌봄 문제를 현장에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안양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는 9월 7일 안양시의회 1층 시민토론방에서 안양시다함께돌봄센터연합회와 만나 초등 돌봄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센터 운영 전반을 살폈다. 이날 논의에서는 종사자 처우를 비롯해 프로그램 운영과 시설 안전관리 등 돌봄 현장에서 체감하는 다양한 문제와 향후 발전 방향이 다뤄졌다.
이번 만남이 주목되는 이유는 초등 돌봄 정책을 단순히 ‘아이를 맡아주는 공간’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서비스의 질과 운영 여건까지 함께 살펴보려 했다는 점이다.
다함께돌봄센터는 돌봄이 필요한 만 6~12세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방과 후 돌봄을 비롯해 숙제·학습지도와 특별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시설이다. 지역사회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초등 돌봄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것이 주요 역할이다.
초등 돌봄 정책의 핵심은 결국 ‘시간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에 있다. 학교 수업이 끝나는 시간과 부모의 퇴근 시간 사이에는 적지 않은 간극이 생길 수 있다. 이 시간 동안 안정적인 돌봄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부담은 고스란히 개별 가정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안양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가 이번 간담회에서 ‘촘촘한 돌봄체계’를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로 읽힌다. 위원들은 관련 부서와 함께 돌봄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개선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기로 뜻을 모았다.
특히 김보영 복지환경위원장은 돌봄 문제를 지역사회 공동의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부모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으려면 학교가 끝난 뒤의 시간을 지역이 함께 책임져야 한다”며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초등 돌봄의 빈틈을 메우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는 향후 안양시 초등 돌봄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가 압축돼 있다. 돌봄을 가정 내부의 문제에만 맡기지 않고 지방정부와 지역사회가 함께 부담하는 사회적 기반으로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다함께돌봄센터 정책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단순히 돌봄 공간을 마련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 현장에서 아이들과 만나는 종사자들이 어떤 환경에서 근무하는지, 프로그램은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영되는지, 시설 안전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이번 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들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센터장들과 복지환경위원들은 종사자 처우와 프로그램 운영, 시설 안전관리 등 센터 운영 전반에 대한 개선 의견을 나눴다. 현장에서 제기된 의견을 실제 정책과 운영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폭넓게 논의했다. 이는 초등 돌봄 정책의 평가 기준이 양적인 공급뿐 아니라 질적인 운영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아이들이 일정 시간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과 그 공간에서 안정적이고 질 높은 돌봄을 받는 것은 다른 문제다. 돌봄서비스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장 종사자의 역할과 근무 여건, 프로그램의 지속성, 안전한 시설 운영 등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특히 종사자 처우 문제는 돌봄서비스의 안정성과도 연결될 수 있는 사안이다. 돌봄은 사람이 사람을 상대하는 서비스인 만큼 현장 인력의 안정적인 근무 환경은 서비스의 지속성과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이번 간담회에서 종사자 처우가 주요 논의 대상으로 오른 것은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돌봄센터의 역할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 다함께돌봄센터는 단순 보호 기능에 머무르지 않고 숙제와 학습지도, 특별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아이들에게는 방과 후 시간을 보내는 생활공간인 동시에 또래와 어울리고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는 장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과제는 ‘돌봄 공간이 있느냐’에서 ‘어떤 돌봄을 제공하느냐’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지역과 시설의 특성을 고려한 프로그램 운영, 아이들의 연령과 수요를 반영한 활동, 학부모가 신뢰할 수 있는 운영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안양시의회가 이번 간담회에서 프로그램 운영을 별도의 논의 대상으로 다룬 것도 돌봄서비스의 질적 개선과 맞닿아 있다.
시설 안전관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초등학생들이 일정 시간 생활하는 공간인 만큼 안전은 모든 프로그램과 운영에 앞서는 기본 조건이다. 시설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과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더라도 부모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결국 종사자 처우와 프로그램, 안전관리는 각각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안정적인 인력이 아이들을 돌보고, 적절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안전한 공간을 유지하는 구조가 함께 작동해야 돌봄서비스의 질도 높아질 수 있다.
이번 간담회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현장에서 나온 의견이 실제 의정활동에 얼마나 반영되느냐다. 현장 간담회는 지방의회가 정책 수요를 파악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간담회에서 의견을 듣는 것만으로 정책 변화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 제기된 문제를 정리하고 담당 부서와 협의해 개선 가능한 사안을 찾아내는 후속 과정이 중요하다.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조례와 정책으로 검토하고, 재정적 지원이 필요한 사안은 예산 심의 과정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안양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역시 앞으로 다함께돌봄센터 등 초등 돌봄 현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현장에서 나온 의견을 의정활동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따라서 이번 간담회의 성과는 앞으로의 후속 조치에서 보다 분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제기된 종사자 처우 문제 가운데 무엇을 개선할 수 있는지,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시설 안전관리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점검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돌봄 현장의 요구와 행정의 현실 사이에서 지방의회가 어떤 조정 역할을 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그리고 초등 돌봄은 표면적으로는 아동복지 정책이지만 그 파급 효과는 가족과 지역사회 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부모가 안심하고 경제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자녀의 돌봄 문제가 안정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돌봄의 공백이 커질수록 가정이 부담해야 하는 시간과 비용도 커질 수 있다.
김보영 위원장이 “부모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으려면”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도 돌봄 정책이 부모의 일상 및 경제활동과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초등 돌봄을 단순 복지사업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생활 인프라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또 도로와 교통시설이 시민의 이동을 지원하는 기반시설이라면 돌봄시설은 부모가 경제·사회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생활 인프라라고 볼 수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도시, 방과 후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은 장기적으로 지역의 정주 여건과도 맞닿아 있다.
이번 현장 간담회가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결국 하나다. ‘아이들의 방과 후 시간을 지역사회가 얼마나 책임질 수 있는가’다. 다함께돌봄센터는 지역 내 초등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시설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돌봄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서비스를 실제로 제공하는 종사자의 여건, 아이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의 질, 시설의 안전성, 학부모의 신뢰, 행정과 의회의 지원 체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안양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와 안양시다함께돌봄센터연합회의 이번 만남은 ‘현장 확인’의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현장의 목소리를 구체적인 정책으로 옮기는 일이다. 센터장들이 제시한 개선 의견 가운데 즉시 반영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중장기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안은 무엇인지, 행정과 의회가 각각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세밀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현장과 정책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 지방의회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초등 돌봄은 거창한 구호보다 매일 반복되는 시민의 일상과 맞닿아 있다. 부모에게는 출근과 퇴근 사이의 걱정을 덜어주는 문제이고, 아이들에게는 학교가 끝난 뒤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의 문제다.
안양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는 앞으로도 초등 돌봄 현장과 소통을 이어가고 현장의 의견을 의정활동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간담회에서 확인한 현장의 요구가 실제 정책과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안양시가 ‘학교가 끝난 뒤의 시간까지 지역이 함께 책임지는 도시’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과제다.
이코노미세계 / 이주은 기자 pin82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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