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주차 공간 부족과 생활체육 시설의 불균형은 중소도시가 공통으로 겪는 고질적 난제다. 새로운 시설을 짓자니 재정 부담이 크고, 기존 시설은 특정 시간대에만 활용돼 효율성이 떨어진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이권재가 꺼내 든 해법은 ‘학교’였다.
이 시장은 1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오산시와 화성오산교육지원청, 지역 학교들이 함께 학교시설 개방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주차장과 체육시설을 지역 주민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개방하는 것이 핵심이다. 참여 학교는 초·중·고교 24곳에 달한다.
학교시설 개방 논의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역사회와 학교가 자원을 공유하자는 공감대는 오래전부터 형성돼 있었다. 그러나 실제 실행 단계에서는 늘 벽에 부딪혔다. 시설 관리 책임, 안전 문제,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추가 인력 부담 등이 학교 현장의 우려로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이번 협약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오산시와 교육지원청, 학교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책임을 분담하는 구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다. 단순한 ‘개방 선언’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운영을 전제로 한 협력 모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협약에 참여한 학교는 가수초, 대호초, 세담초, 삼미초, 대원초, 원당초 등 주차시설을 개방하는 학교와, 오산초·성호중·세마중·오산중·성호고·오산고·매홀고·세마고·운천고 등 체육시설을 개방하는 학교 등으로 구성됐다. 일부 학교는 주차장과 체육시설을 동시에 개방한다.
이는 단순히 시설 몇 곳을 추가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도심 곳곳에 이미 존재하지만 활용되지 않던 공공 자산을 생활권 중심의 인프라로 전환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시장은 “학교시설 개방이 아이들에게는 안전한 배움의 공간으로, 지역에는 주차난 완화의 해법으로, 주민들에게는 더 가까운 생활체육 공간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학교가 수업 시간 외에는 ‘닫힌 공간’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호흡하는 공공 자산으로 기능하길 바란다는 의미다.
특히 야간이나 주말 시간대 활용이 가능한 체육시설은 주민 체력 증진과 공동체 활성화 측면에서도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체육시설 부족으로 인근 도시까지 이동해야 했던 주민들의 불편도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이번 정책은 재정 효율성 측면에서도 눈길을 끈다. 신규 공영주차장이나 체육시설 건립에는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학교시설 개방은 기존 인프라를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비교적 빠른 효과를 낼 수 있다.
도시 정책의 방향이 ‘확장’에서 ‘공유’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공공시설을 얼마나 많이 짓느냐보다, 이미 있는 자원을 얼마나 지혜롭게 나누느냐가 도시 경쟁력의 척도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물론 과제도 적지 않다. 시설 훼손에 대한 관리 체계, 이용 시간과 범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 사고 발생 시 책임 구조 등은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할 부분이다. 제도가 안착하지 못할 경우 학교 현장의 부담이 다시 커질 수 있다.
오산시는 교육지원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학교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시민 체감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행정의 뒷받침과 시민들의 성숙한 이용 문화가 함께할 때, 이번 실험은 일회성 정책이 아닌 도시 공유 모델의 선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닫혀 있던 학교의 문이 열리면서, 도시는 조금 다른 얼굴을 갖게 된다. 주차난과 체육시설 부족이라는 생활 밀착형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학교와 지역사회가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오산의 이번 선택은 묻고 있다. “도시는 과연 무엇을 더 지어야 하는가, 아니면 무엇을 함께 써야 하는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 지금 학교 운동장과 주차장에서 시작되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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