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미세계] 경기도 의왕시 부곡동의 대표 전통시장 ‘도깨비시장’이 대대적인 변신을 앞두고 있다. 우천과 폭염에 취약했던 노후 시설에 길이 190m, 폭 5.0~5.5m, 높이 7.8m 규모의 대형 아케이드가 설치되면서, 전통시장이 단순한 장터를 넘어 지역 경제와 공동체의 중심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의왕 도깨비시장은 128개 점포와 174명의 종업원이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는 서민 경제의 현장이다. 그러나 비·눈·무더위에 노출된 채 운영되면서 시민들의 발길이 줄고, 상인들은 매출 감소와 안전 문제를 동시에 안고 살아왔다.
전통시장이 지역 공동체의 심장이자 ‘생활 경제 허브’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시설 보수를 넘어 환경 개선과 현대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김성제 의왕시장이 직접 “상인과 시민 모두의 오랜 바람이 결실을 맺게 됐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배경과 무관치 않다.
이번 아케이드 설치 사업에는 총 43억 원이 투입된다. 올해 10월 본격 착공에 들어가 2026년 3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단순히 비가림 시설을 덧붙이는 차원을 넘어, 사계절 쾌적하고 안전한 전통시장 환경을 구현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아케이드는 빗물·폭염 차단은 물론 환기와 조명을 고려한 설계가 적용돼, 고객 체류 시간을 늘리고 상권 활성화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시민들이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우산 없는 장보기”다. 악천후에도 장을 보러 갈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이 조성되면서 소비자 발길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년층과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고객의 시장 이용률이 높아질 전망이다.
의왕시민 박모(63) 씨는 “비가 오면 장바구니 들고 다니기가 너무 힘들었는데, 아케이드가 설치되면 편하게 다닐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상인들에게는 고객 유입 확대와 영업 안정성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기회다. 전통시장은 현대 대형마트·온라인 쇼핑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날씨 변수는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줘 왔다.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여름 폭염이나 겨울 폭설만 오면 손님이 절반 이상 줄었는데, 이제는 연중 꾸준히 영업할 수 있게 돼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도깨비시장 아케이드 설치는 단순한 시설 공사가 아니다. 지역 내 건설·시공업체 참여로 직접적인 일자리 창출이 이뤄지고, 공사 이후 상권 활성화에 따른 간접 고용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의왕시는 이번 사업을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상권 확장으로 소비가 늘고, 이는 세수 증가와 지역 내 투자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업이 단순히 의왕시만의 이슈가 아니라 전국 전통시장 현대화 정책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한 경기연구원 관계자는 “지방 중소도시 전통시장은 고령화·소비패턴 변화로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의왕 도깨비시장 사례는 ‘작지만 강한 지역형 모델’로서 다른 지자체에도 파급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와 지자체들은 수년째 전통시장 활성화에 예산을 투입해 왔지만, 효과는 지역마다 달랐다. 일부 지역은 아케이드 설치 후 유동 인구와 매출이 늘었지만, 또 다른 곳은 관리 부실로 흉물화된 사례도 있다.
따라서 이번 의왕 도깨비시장 아케이드 사업은 “투자 대비 성과를 어떻게 거두느냐”가 관건이다. 시설 완공 이후 체계적인 관리, 상인 교육, 디지털 전환(온라인 판매 병행) 등이 함께 추진돼야 진정한 의미의 ‘르네상스’로 이어질 수 있다.
도깨비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다. 김성제 시장이 밝힌 것처럼 “우리 삶의 추억과 정이 담긴 지역 공동체의 심장”이다.
아케이드 설치로 물리적 환경은 개선되지만, 궁극적으로는 시민의 발길과 상인의 웃음이 돌아와야 시장의 재탄생이 완성된다.
의왕시는 앞으로도 도깨비시장에 문화공연, 청년 창업 부스, 지역 농산물 직거래 장터 등 ‘콘텐츠형 전통시장’을 결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2026년 3월, 새롭게 문을 열 도깨비시장이 단순한 비가림 시설을 넘어, 전국 전통시장 활성화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나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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