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노래연습실, 댄스실, PC방처럼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간이 학교 안에 있다면 어떨까? 이재준의 이 한마디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수원시가 추진하는 교육 브랜드 ‘청개구리 스펙’이 지향하는 방향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선언에 가깝다. 기존 교과 중심·성적 위주의 교육 틀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활동을 배움으로 확장하겠다는 시도의 출발점이다.
20일 열린 ‘청개구리 스펙 페스티벌’ 현장은 이러한 교육 실험의 현재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아이들은 직접 취재한 내용을 기사로 써 전시했고, 학부모 강사들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수업을 이끌었다. 교실 안에서만 이뤄지던 배움은 전시, 체험, 무대 공연으로 확장됐다. 한 해 동안 쌓아온 배움의 과정이 결과물로 재현된 자리였다
청개구리 스펙은 2024년 첫발을 뗀 이후 ‘온 마을이 학교’라는 개념을 실험해 왔다.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에 갇히지 않고, 지역사회 전체를 학습의 장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학부모지원단의 참여다. 학부모는 단순한 보조자가 아니라, 수업을 기획하고 아이들과 소통하는 또 하나의 교육 주체로 자리 잡았다.
이는 공교육이 안고 있던 한계를 보완하는 시도로 평가된다. 교사 1인이 다수의 학생을 관리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아이 한 명 한 명의 관심사와 재능을 세밀하게 살피는 ‘맞춤형 배움’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스스로 기획하고, 취재하고, 발표하며 ‘경험 기반 학습’을 체득한다.
청개구리 스펙이 제시하는 ‘스펙’은 기존 입시용 이력과 다르다. 점수와 등급이 아닌, 아이가 어떤 경험을 했고 무엇을 느끼며 성장했는지가 중심이 된다. 춤을 추고, 글을 쓰고, 무대에 서는 과정 자체가 배움의 기록이 된다.
이 시장은 “모든 아이를 내 아이처럼 보듬어 준 학부모지원단 덕분에 아이들이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며 “배움은 교실에서 끝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는 교육을 개인 경쟁의 수단이 아닌, 공동체 성장의 과정으로 재정의하려는 메시지로 읽힌다.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수업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며 “학교 이야기를 집에서 먼저 꺼내는 변화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교사들 역시 학생들의 참여도와 자기표현 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고 평가한다.
이는 최근 교육계에서 강조되는 ‘정서·사회성 교육’과도 맞닿아 있다. 협업, 소통, 발표 경험은 교과 성취도와 별개로 아이들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다만 과제도 남아 있다. 현재 청개구리 스펙은 행정과 시민 참여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다. 학부모지원단의 헌신과 지역사회의 호응이 약화될 경우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프로그램의 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한 체계적인 교육 지원과 제도화 논의도 필요하다.
교육 전문가들은 “청개구리 스펙은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교육 혁신 모델로서 의미가 크다”면서도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과의 연계, 장기 로드맵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시장은 “청개구리 스펙, 내년에 더 신나게 달려보겠다”며 사업 확대 의지를 분명히 했다.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을 넘어, 도시 전체의 교육 철학을 바꾸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입시 중심 교육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는 가운데, 수원시의 이 실험은 ‘배움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다시 던진다.
이코노미세계 / 김나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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