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도의 핵심 도시재생 사업으로 추진돼 온 일산 도시재생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면서 지역사회와 정치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업 지연을 넘어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재정 손실, 정책 신뢰 하락, 도시 경쟁력 약화 등 복합적 문제가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
경기도의회는 최근 행정사무감사에서 해당 사업의 정상화 방안과 함께 도시재생 정책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특히 사업 주체 변경, 운영 부실, 부동산 정책 대응, 노후 주거 인프라 문제까지 연결되며 경기도 도시정책의 전면적인 재설계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 오준환 의원은 경기도 도시주택실을 대상으로 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일산 도시재생 사업의 장기 지연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이 사업은 2018년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선정된 이후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동 일원에 약 180억 원을 투입해 행복주택과 보건소, 복합커뮤니티센터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2021년 12월 착공됐지만 이후 3년 이상 사실상 방치된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사업이 무산될 경우 국비·도비 반납, 이자 비용, 매몰 비용 등을 포함해 약 200억 원 이상의 재정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 의원은 “현재 땅만 파 놓은 채 사업이 멈춰 있다”며 “당초 완공 시점도 지났는데 도 차원의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는 당초 사업을 맡았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참여를 포기하면서 사업 구조 변경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행복주택 건설 계획을 제외하고 사업을 재구성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이는 사업 목적 자체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안의 핵심 쟁점은 사업 주체 문제다. LH가 사업에서 이탈하면서 사업 공백이 발생했고, 이를 경기도 산하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승계할 수 있는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오 의원은 “GH가 기존 LH 물량을 승계해 직접 추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산 사례는 단순한 사업 지연을 넘어 도시재생 정책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 의원은 “여러 지역에서 도시재생사업이 완료됐지만 운영·관리 부실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고 지적했다.
대표 사례로 성사 혁신지구는 준공 이후 공실률이 70%를 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도시재생 사업이 물리적 시설 조성에 집중된 나머지, 실제 이용 수요와 운영 계획이 부족한 상태에서 추진된 결과로 분석된다. 즉, ‘건설 중심’ 접근이 ‘지역 활성화’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신규 사업 발굴 중심의 정책에서 기존 사업의 운영 개선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도시재생 문제는 부동산 정책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오 의원은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과 수도권 토지거래허가제에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했다. 또,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되면 단기적으로 수요가 줄어드는 효과는 있지만, 규제 해제 이후 억눌린 수요가 한꺼번에 분출되면서 시장 불안이 재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경기도는 2020년 외국인·법인을 대상으로 토지거래허가제를 시행했다가 2022년 해제한 바 있으며, 이후 억제됐던 수요가 다시 시장으로 유입된 경험이 있다.
이 같은 정책 반복은 시장 왜곡과 가격 급등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1기 신도시 재건축 지연 가능성과 맞물릴 경우 전·월세 시장 불안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도 도시정책의 또 다른 문제는 노후 주거 인프라다. 경기도 내 7,296개 아파트 단지 중 15년 이상 노후 단지는 68.8%에 달하며, 이 중 30년 이상 노후 단지도 1,922개에 이른다.
특히 노후 변압기로 인한 정전 사고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현재 한국전력이 변압기 교체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고 선정 기준도 까다로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도 차원에서 시·군 및 한전과 협력해 종합적인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드러난 문제는 단일 사업의 실패를 넘어 경기도 도시정책 전반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사업 주체 불명확 ▲운영·관리 부실 ▲단기 규제 중심 부동산 정책 ▲노후 인프라 대응 부족 등 이 네 가지 문제가 동시에 얽히면서 도시정책 전반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도시재생 사업의 경우 “건설 이후 10년까지 책임지는 관리 체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유사한 실패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일산 도시재생 사업의 표류는 단순한 행정 지연이 아니다. 이는 공공개발 구조, 정책 설계, 시장 대응 전략, 인프라 관리 체계까지 전반적인 시스템 점검을 요구하는 신호다.
경기도가 이번 문제를 계기로 도시정책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재설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실패를 반복할 것인지, 구조를 바꿀 것인지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코노미세계 / 조금석 기자 press1@economyworl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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