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가운데, 지역사회에서 의료·요양·주거·돌봄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지역 통합돌봄’ 체계 구축이 지방자치단체의 핵심 정책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고양특례시가 ‘고양형 통합돌봄’ 모델 구축을 위한 논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고양특례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는 11일 의회 4층 영상회의실에서 ‘지속가능한 돌봄체계 구축을 위한 고양특례시 통합돌봄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2026년 3월 시행 예정인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에 대비해 고양시의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통합돌봄 정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기조 발제를 맡은 강정모 시민교육콘텐츠연구소 소장은 통합돌봄을 단순한 복지 서비스 확대가 아닌 사회 구조 변화와 인권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소장은 ‘통합돌봄, 복지 시스템의 확장을 넘어 민주주의의 심화로’라는 주제 발표에서 “내년 3월 법 시행은 아프거나 늙었다는 이유로 낯선 시설로 보내지는 것이 아니라, 정든 집과 지역사회 속에서 삶의 마지막까지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Aging in Place(살던 곳에서의 노후)’ 개념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기반 돌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강 소장은 고양시 통합돌봄 정책의 성공을 위한 5대 핵심 전략을 제안했다.
첫째, 민·관·주(住)가 결합된 실질적인 통합 컨트롤타워 구축이다. 둘째, 데이터 기반의 위기 가구 선제 발굴 시스템 마련이다. 셋째, ‘케어안심주택’ 등 돌봄 친화형 주거 서비스 확대다. 넷째, 틈새 돌봄을 담당할 사회적협동조합 육성이다. 다섯째, 현장 중심의 ‘고양형 케어매니저’ 양성이다.
이 같은 전략은 행정과 의료, 복지뿐 아니라 지역 주민과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통합형 돌봄 모델 구축을 핵심 목표로 한다.
토론회에서는 고양시가 기존에 구축해 온 지역 복지 네트워크를 통합돌봄 체계와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만수 고양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민간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고양시에는 이미 44개 읍면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중심으로 지역 주민을 살피고 복지 자원을 연결하는 민간 협력망이 구축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롭게 도입될 통합돌봄 체계가 기존 협의체의 역량을 흡수하고 유기적으로 결합한다면 지역 복지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고양시는 인구 105만 명이 넘는 대도시인 만큼 노인, 장애인, 만성질환자 등 돌봄이 필요한 시민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합돌봄 정책이 단순 복지 확대가 아니라 도시 복지 시스템 전체를 재구성하는 정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김미수 고양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이 좌장을 맡고, 여미경 고양시민회 공동대표가 사회를 맡아 진행됐다.
토론에는 행정과 의료, 시민사회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성윤진 고양시청 복지정책과장, 황철 고양시 재가장기요양기관협회 명예회장, 신동권 고양시 한의사회 회장, 홍유경 고양시 약사회 부회장, 최승규 국민건강보험공단 덕양지사장, 김재룡 경기장애인인권포럼 대표 등이 참석해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자들의 집중 내용은 방문진료 인프라 확대를 위한 의료기관 인센티브 마련, 부서 간 칸막이를 없앤 통합지원 창구 운영, 민관 협력 거버넌스 ‘통합지원협의체’의 실효성 확보 등이다. 이는 통합돌봄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로 꼽힌다.
이번 토론회는 단순 정책 논의를 넘어 제도화 단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토론회를 주관한 김미수 문화복지위원장은 지난해 '고양시 지역 돌봄 통합지원에 관한 조례'를 대표 발의해 시의회를 통과시킨 바 있다. 이는 향후 고양형 통합돌봄 정책의 법적 기반이 되는 조례다.
김 위원장은 “고양시는 이미 조례 제정을 통해 통합돌봄의 선제적인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며 “이번 토론회에서 제안된 민관 협력 방안과 시민 역량 강화 과제를 적극 검토해 고양시가 대한민국 통합돌봄 정책의 모범적인 표준이 될 수 있도록 의회 차원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이 지방자치단체 복지 정책의 패러다임을 크게 바꿀 것으로 전망한다. 기존에는 의료·요양·복지 서비스가 서로 다른 기관과 제도로 분절돼 제공됐다면, 통합돌봄 체계에서는 이를 지역사회 단위에서 통합 관리하게 된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통합돌봄 정책의 핵심은 “시설 중심 돌봄에서 지역사회 중심 돌봄으로의 전환”이다.
이 같은 변화가 실제 정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행정과 의료기관, 시민사회, 지역 공동체가 함께 참여하는 협력 구조가 필수적이다. 이번 토론회는 고양시가 이러한 정책 전환의 방향을 모색하는 첫 단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코노미세계 / 조금석 기자 press1@economyworl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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