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미세계] 수도권의 바다도 이제 ‘치유의 바다’로 거듭날 수 있을까. 안산시가 내년도 해양수산부의 ‘해양치유지구 지정’ 공모에 대비해 구봉도 지역을 핵심 거점으로 한 ‘해양치유지구 지정 및 조성계획 수립 용역’에 본격 착수했다.
안산시는 이번 용역을 통해 수도권 최초의 도심형 해양치유공간 조성을 꾀하며, 치유·관광·산업·문화가 어우러진 해양치유 복합단지를 조성한다는 야심찬 구상을 내놨다.
구봉도는 경기 서남권을 대표하는 해안 생태자원이 집약된 지역이다. 안산시는 이 지역이 해양치유지구 지정 요건인 ‘우수한 해양치유 자원’과 ‘복합기능 융합 가능성’을 두루 갖춘 최적의 입지라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근접성과 접근성, 다양한 관광 인프라와의 연계성 측면에서도 강점을 갖고 있어 해양치유지구로서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해양치유지구는 '해양치유자원법'에 근거해 해양수산부장관이 지정하는 공간이다.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바다의 자연 자원을 활용해 휴식과 재활, 건강 증진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기획된다. 산소 음이온, 해풍, 해수, 해조류, 갯벌, 일광 등 다양한 해양 자원을 활용해 신체적·정신적 치유를 유도하는 국내형 웰니스(Wellness) 산업의 일환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해양치유가 의학적 효용성을 갖춘 대체요법으로 정착되어 있다. 독일, 프랑스 등지의 해양치유센터는 보험 적용을 받을 정도로 공공적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으며, 관광과 의료, 복지산업을 동시에 아우르는 국가 전략 산업으로 성장 중이다.
안산시가 수립 중인 용역은 단순한 구상 수준을 넘는다. 해양치유지구 공모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요건들을 촘촘히 반영한 종합 계획 수립이 골자다.
용역의 주요 내용에는 ▲ 해양치유 여건 분석, ▲ 기본 구상안 마련, ▲ 도입시설 배치안 및 인허가 사항 검토, ▲ 운영방안 제시 등이다.
이와 함께 도입시설로는 해양치유센터, 해수욕장 연계형 가족치유 프로그램, 도심 근로자 대상 주말 재충전 서비스, 어촌체험과 해양레저를 결합한 복합형 인프라 등이 검토되고 있다. 안산시는 이러한 계획이 실현될 경우 구봉도가 ‘수도권 일일 힐링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민근 안산시장은 이번 해양치유지구 조성계획이 단순한 지역개발을 넘어, 미래형 신산업 창출의 초석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시장은 “이번 용역을 통해 안산시 해양치유산업을 미래 신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고, 해양치유지구 지정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산시를 수도권 대표 해양치유 거점 도시로 성장시키기 위한 용역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8월 중 착수보고회를 개최하고, 연말까지 용역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후 해양수산부 공모 절차에 맞춰 사업시행자 지정, 조성계획 수립(타당성 조사 포함), 실시계획 승인, 해양치유센터 조성 공사 등의 절차를 차례로 밟게 된다.
전문가들은 구봉도 일대의 입지 조건과 안산시의 추진 의지를 고려할 때, 수도권 최초 해양치유지구 지정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국해양치유산업연구원 A 박사는 “구봉도는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해양성과 생태, 문화가 공존하는 지역으로, 시민 접근성이 뛰어나고 치유산업과 관광산업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치유산업은 단순한 인프라 투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운영모델과 의료·웰니스 전문인력 확보, 지역주민과의 소통이 필수”라며 “사업 초기 단계부터 체계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안산시의 구상이 성공하기 위해선 해양치유지구 지정 이후의 ‘지속가능성’이 핵심 과제로 떠오른다. 행정 주도의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민간이 활발히 연계하는 자립형 모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민 B씨(42, 안산 단원구)는 “도심에서도 편하게 치유받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면 환영이지만, 보여주기식 개발로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며 “치유서비스에 대해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콘텐츠가 들어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산시의 해양치유지구 조성 계획은 단순한 지역개발을 넘어, 미래형 산업 육성과 시민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노리는 복합 프로젝트다. 구봉도가 수도권에서 첫 번째 해양치유지구로 지정될 수 있을지, 그리고 이 공간이 진정한 ‘치유의 바다’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그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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