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시민의 일상적인 이동을 위해 개통한 도로에 지방자치단체가 매년 국유재산 사용료를 내야 하는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의정부에서 커지고 있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수십 년 동안 각종 개발 제한과 생활 불편을 감내한 지역에 또다시 재정 부담을 지우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의정부시의회는 7월 31일 열린 제346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의정부시 캠프 레드클라우드(CRC) 통과도로 국유재산 무상사용 전환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결의안은 빈미선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시의원 전원이 공동 발의했다. 여야와 개별 의원의 이해관계를 떠나 의정부시가 오랫동안 부담해 온 미군 공여지 문제를 지역 공동의 현안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시의회가 문제를 제기한 대상은 캠프 레드클라우드 통과도로인 ‘시민품으로’다. 이 도로는 2023년 7월 개통한 이후 의정부 서부권역의 교통망을 연결하고 주변 주거지역의 접근성을 높이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도로가 조성된 토지는 국유재산으로 분류돼 있다. 의정부시는 해당 도로를 시민에게 개방해 운영하기 위해 사용 허가를 받아야 하며, 매년 국유재산 사용료도 부담하고 있다. 시민의 보편적인 통행권을 보장하기 위한 공공도로인데도 지방재정으로 국가 소유 재산의 사용료를 내는 구조다.
이번 결의안은 단순한 도로 사용료 감면 요구를 넘어, 국가안보 정책으로 장기간 희생해 온 경기북부 지역에 국가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의정부시와 경기북부 주민들이 국가안보를 위해 감당한 특별한 희생에 걸맞은 지원과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캠프 레드클라우드는 의정부를 상징하는 미군기지 가운데 하나였다. 미군기지가 자리 잡은 기간 주변 지역은 군사시설과 공여구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도시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도로를 비롯한 기반시설 확충과 도시개발에도 제약이 뒤따랐다.
기지가 지역경제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도 있었지만, 도시의 장기적인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도심 한가운데 또는 주요 생활권에 자리 잡은 군사시설은 지역 간 단절을 초래했고, 주민들은 생활권과 재산권 제약을 감내해야 했다.
CRC 통과도로 개통은 이렇게 단절됐던 도시 공간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상징적인 조치로 평가됐다. 막혀 있던 공간에 길을 내고 서부권역 교통망을 연결함으로써 시민의 이동 편의를 높였기 때문이다.
도로 이름인 ‘시민품으로’에도 군사시설로 사용되던 공간을 시민의 품으로 되돌린다는 의미가 담겼다. 시민에게는 단순한 도로 이상의 의미를 지닌 셈이다.
하지만 개통 이후에도 지방자치단체가 국유재산 사용료를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남았다. 국가안보 정책으로 발생한 도시 단절을 해소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도로를 개설하고, 이를 주민에게 개방한 뒤 다시 국가에 사용료까지 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해당 도로는 특정 사업자나 일부 주민의 이익을 위한 시설이 아니다. 시민 누구나 이용하는 공공 기반시설이다. 통행료를 받거나 영리 목적으로 운영하는 도로도 아니다. 이러한 시설에 국유재산 사용료를 부과하는 것이 합리적인지를 놓고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시의회는 국가가 소유권을 근거로 사용료를 부과하는 형식적인 논리보다 도로의 공공성과 조성 배경을 살펴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률과 행정 절차에 따른 부과라고 하더라도 반환공여구역의 역사적 특수성과 주민들이 감내한 희생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유재산 사용료 문제는 의정부시의 예산 부담과 직결된다. 도로를 계속 시민에게 개방하려면 매년 사용료를 지방재정에서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용료 부담이 장기화하면 시민 생활과 지역 발전을 위해 사용해야 할 예산이 국가 소유 토지의 사용 대가로 투입될 수밖에 없다.
시의회는 이를 단순한 회계상의 부담으로 보지 않고 있다. 국가안보를 위한 희생은 지역이 감당했지만, 그에 따른 기반시설 조성과 유지·관리 비용까지 지방자치단체가 떠안는 구조 자체가 불합리하다고 판단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지방정부는 한정된 재원으로 복지와 교통, 안전, 환경, 도시개발 등 다양한 행정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 해마다 반복되는 국유재산 사용료는 개별 항목으로는 하나의 비용이지만, 장기간 누적되면 지역 재정에 지속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
더구나 CRC 통과도로는 국가안보 정책으로 단절된 지역을 연결하는 공공도로다. 국가 정책으로 생긴 도시 구조상의 문제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지방정부가 비용을 부담한다는 점에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시의회가 요구한 핵심도 여기에 있다. 현행 제도와 행정 관행만을 적용해 사용료를 계속 부과할 것이 아니라, 반환공여구역에 설치된 공공시설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정부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미군 공여구역과 반환공여구역을 보유한 지방자치단체는 개발 지연과 기반시설 부족, 토양오염 정화, 재정 부담 등 복합적인 과제를 안고 있다. 반환된 부지를 지역 발전의 거점으로 조성하려 해도 막대한 비용과 복잡한 행정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따라서 CRC 통과도로의 무상사용 전환 여부는 다른 반환공여구역 소재 지방자치단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공 목적으로 사용하는 국유재산에 대한 비용 부담 원칙을 어떻게 정립하느냐에 따라 유사한 지역 현안의 해결 방향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의정부시의회는 결의안을 통해 정부와 국방부에 세 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첫째, CRC 통과도로에 대한 국유재산 사용료 부과를 중단하고 무상사용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행정 조치를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일회성 감면이나 한시적 유예가 아니라 공공도로의 성격에 맞는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하라는 요구다.
둘째, 국회에 계류 중인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 이른바 미군공여구역법 개정안이 조속히 심의·통과될 수 있도록 정부와 관계기관이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을 요청했다.
법률 개정은 개별 행정기관의 판단에만 의존하지 않고 반환공여구역 내 공공시설의 사용과 지원에 관한 원칙을 제도적으로 정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법적 근거가 분명해지면 지방자치단체가 동일한 문제를 반복적으로 제기해야 하는 행정적 소모도 줄일 수 있다.
셋째, 반환공여구역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을 완화할 실효성 있는 지원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반환공여지는 지역 발전을 위한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개발과 기반시설 조성에 필요한 비용을 지방정부가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국가 차원의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시의회의 요구가 실제 정책 변화로 이어지려면 정부와 국방부, 국회,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협의가 필요하다. 국유재산 관리 원칙과 공공시설의 무상사용 필요성, 반환공여구역 지원정책을 함께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국유재산의 적정 관리와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특정 지역에 무상사용을 허용할 경우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이나 유사 요구가 제기될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
다만 의정부의 사례는 일반적인 국유재산 사용과 구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시의회의 입장이다. 국가안보 정책에 따라 장기간 미군기지로 사용된 공간이고, 해당 도로가 영리시설이 아닌 시민의 통행권을 위한 공공시설이라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의안은 의정부시의회의 공식 입장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정치적·정책적 수단이다. 그러나 결의안 자체로 국유재산 사용료가 곧바로 면제되거나 무상사용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변화를 위해서는 관계기관의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시의회와 의정부시는 우선 해당 도로의 공공성, 개통 이후 교통 여건 개선 효과, 지방재정 부담 등을 구체적인 자료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국방부를 설득하려면 지역의 역사적 희생뿐만 아니라 현행 사용료 부과 방식이 시민과 지방재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률 개정안의 처리 과정도 중요한 변수다. 반환공여구역에 있는 국유재산을 지방자치단체가 도로 등 공공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무상사용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된다면, 의정부시의 부담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다.
경기북부의 다른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 정치권과의 공동 대응도 요구된다. 미군 공여지와 반환공여지 문제는 의정부 한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개별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정부를 상대로 해결을 요구하기보다 공통된 제도 개선 과제로 만들 때 정책 변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무상사용 전환 이후의 과제도 있다. 도로의 안전한 유지·관리와 시민 편의 향상은 지방자치단체가 계속 책임져야 한다. 국유재산 사용료가 면제되면 절감한 재원을 도로 정비와 안전시설 확충 등 시민을 위한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빈미선 의원은 “캠프 레드클라우드 통과도로의 국유재산 무상사용 전환은 국가안보를 위해 오랜 희생을 감내해 온 우리 시와 경기북부 지역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실질적으로 이행하는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민의 교통권이 온전히 보장되고, 특별한 희생에 대한 특별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계기관에 강력히 촉구하고 의회 차원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결의안이 강조하는 ‘특별한 희생에 대한 특별한 보상’은 경기북부 지역이 지속해서 제기해 온 핵심 요구다. 국가안보가 국가 전체를 위한 것이라면 그 과정에서 발생한 부담도 특정 지역에만 남겨둬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CRC 통과도로 무상사용 문제는 액수만으로 평가할 사안이 아니다. 누가 국가정책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지, 반환공여지를 시민에게 돌려주는 과정에서 국가와 지방정부의 책임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관한 문제다.
시민에게 열린 공공도로에 사용료를 부과하는 현행 구조를 유지할 것인지, 지역의 역사적 희생과 도로의 공공성을 인정해 국가가 책임 있는 해법을 내놓을 것인지가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의정부시의회의 만장일치 결의는 정부와 국회에 공을 넘겼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선언을 넘어선 제도 개선과 실질적인 행정 조치다. ‘시민품으로’라는 도로의 이름처럼, 오랫동안 닫혀 있던 공간이 비용 부담 없이 온전히 시민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은주 기자 sweetmom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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