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도 북부 신도시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운정신도시 중심에 새로운 문화 거점이 들어설 전망이다. 파주시는 지난 20일 ‘운정중앙역 문화공연 콤플렉스 조성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 최종보고회를 열고 사업 추진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이번 보고회는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급속히 성장한 신도시의 정체성과 향후 도시 경쟁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보고회에는 김경일 파주시장을 비롯해 관련 분야 전문가, 파주문화재단 관계자 등 15여 명이 참석해 그동안 진행된 연구 성과와 사업 타당성 분석 결과, 향후 추진 전략을 공유했다. 특히 문화시설 확충이라는 외형적 목표를 넘어, 도시 구조와 생활 방식의 변화를 이끌 핵심 인프라로서의 역할이 강조됐다.
운정중앙역 문화공연 콤플렉스 조성 사업은 급격히 증가한 인구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지역 문화 기반시설 문제에서 출발했다. 운정신도시는 대규모 주거 단지와 교통망 확충을 통해 빠르게 성장했지만, 문화·예술 인프라는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생활 편의시설과 상업시설은 늘었지만,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문화 활동을 누릴 공간은 제한적이었다는 것이다.
이번 용역의 핵심 과제는 지역 문화환경과 수요 분석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운정신도시와 인근 지역은 젊은 세대와 가족 단위 인구 비중이 높아 공연, 전시, 문화교육에 대한 잠재 수요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 활동 참여 의지는 높지만, 공간 접근성과 시설 다양성 부족이 주요 제약 요인으로 분석됐다.
기본계획안에 담긴 시설 구성은 이러한 수요 구조를 반영하고 있다. 대·소규모 공연이 가능한 공연장을 중심으로 전시공간, 문화교육실 등이 결합된 복합문화공간이 핵심 골자다. 이는 단일 기능 시설이 아닌, 다양한 문화 활동이 동시에 이뤄지는 플랫폼 형태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경제적 타당성 역시 주요 논의 대상이었다. 문화시설은 공공성이 강한 만큼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다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재원 조달 방식과 운영 모델이 사업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보고회에서는 건립 비용뿐 아니라 운영 단계에서의 재정 부담 완화 방안이 집중적으로 검토됐다. 민관 협력 모델, 단계별 시설 운영 전략, 프로그램 수익 구조 다각화 등이 주요 대안으로 제시됐다. 문화시설의 성패가 단순한 건축 완공이 아닌 ‘운영의 질’에 달려 있다는 점이 강조된 것이다.
도시 정책 측면에서도 이번 사업은 의미를 갖는다. 신도시 개발이 주거 중심에서 생활·문화 중심으로 전환되는 흐름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과거 도시 개발이 주택 공급과 교통 인프라 확충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삶의 질과 도시 매력도가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운정중앙역이라는 입지 역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철도역은 교통 거점이자 유동 인구가 집중되는 공간이다. 문화시설이 역세권과 결합할 경우 접근성, 가시성, 상징성이 동시에 확보된다. 이는 시설 이용률뿐 아니라 도시 이미지 형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태훈 문화교육국장은 보고회에서 “이번 최종보고회를 통해 제시된 타당성 분석 결과와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사업의 실행력을 더욱 높여 나가겠다”라며 “운정중앙역 문화공연 콤플렉스가 파주시를 상징하는 대표 건물이자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핵심 기반 시설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대와 함께 현실적 과제도 적지 않다. 문화시설은 건립 이후 지역사회와 얼마나 긴밀히 연결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대형 시설이 들어섰지만 활용도가 낮아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한 사례는 전국적으로 반복돼 왔다.
전문가들은 시설 규모 못지않게 콘텐츠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역 특성과 주민 수요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 지속적인 문화 기획 역량 확보, 지역 예술인 참여 구조 마련 등이 필수 조건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관건은 재정 부담이다. 지방정부 재정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문화시설 건립은 항상 논란의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타당성 조사와 지방재정투자심사 등 후속 행정 절차에서 치열한 검증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파주시는 이번 최종보고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반영해 기본계획을 보완한 뒤, 타당성 조사 및 지방재정투자심사 등 관련 행정 절차를 단계적으로 이행할 계획이다. 행정적 승인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사업은 본격적인 실행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도시의 문화 인프라는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는 정책 영역이 아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도시 정체성과 생활 구조를 형성하는 기반 요소에 가깝다. 운정중앙역 문화공연 콤플렉스 역시 단순한 건축 프로젝트가 아니라, 도시의 미래 방향을 가늠하는 상징적 사업으로 읽힌다.
급속히 성장한 신도시가 ‘사는 도시’를 넘어 ‘머무르고 즐기는 도시’로 진화할 수 있을지, 이번 문화공연 콤플렉스 사업이 그 시험대에 올랐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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