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미세계] 경기도 시흥시 배곧동에서 ‘(가칭)시흥배곧서울대학교병원’이 마침내 첫 삽을 떴다. 단순한 지역 의료 인프라 확충을 넘어, 5,872억 원 규모의 초대형 투자 프로젝트로서 국가 바이오 경제 생태계에 미칠 파급 효과가 주목받고 있다.
서울대 시흥캠퍼스 내 6만7천㎡ 부지에 들어설 이 병원은 지상 12층, 지하 1층 규모로 800병상, 27개 진료과, 6개 전문센터가 들어선다. 단순한 의료 수요 충족을 넘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착공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조달청 입찰이 네 차례 유찰된 배경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사비 부담이 있었다. 이는 국내 대형 프로젝트 전반에 드리운 구조적 리스크를 보여준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계약이 체결되며 사업은 급물살을 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두고 “대형 사회 인프라 사업에서 공공 발주와 민간 참여 간 리스크 조정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시흥배곧서울대병원은 단순한 의료기관이 아니라, 의료·연구·산업 융합 거점이다. 병원 내 디지털 트윈, AI 진료시스템, 의료기기 실증 환경이 구축되면, 시흥 바이오 특화단지 내 기업과 연계해 신약·의료기기 상용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산·학·연·병’ 융합 모델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요인이다. 해외 바이오 클러스터 사례를 보면, 매출·고용뿐 아니라 벤처 생태계 활성화로 이어지며 지역 GDP의 핵심 성장동력이 된다. 시흥 역시 장기적으로는 ‘세계 1위 바이오 메가 클러스터’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시흥 배곧동의 한 상인은 이렇게 말했다. “병원과 연구단지가 들어서면 상권이 커지고, 지역 부동산 가치도 오를 거다. 하지만 인근 교통 혼잡이나 생활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할까 걱정도 된다.”
이와 관련해 이재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의료 R&D 거점화는 분명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지만, 고비용 구조와 초기 투자 회수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숙제라고 했다.”
2029년 개원까지 남은 과제는 ▲의료·연구 통합 운영비 확보 ▲전문 인재 양성과 유치 ▲글로벌 투자 연계 등이다. 특히 AI 진료 시스템, 디지털 트윈 연구소 등은 막대한 운영비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 지원, 민간 자본 유치, 해외 협력 네트워크가 병행돼야 ‘의료 혁신’이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흥배곧서울대병원의 착공은 수도권 서남부 경제 지형을 뒤흔들 메가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성공적으로 완공·운영된다면, 단순한 병원이 아닌 바이오 산업화 거점으로 자리매김해 국가 경제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2029년 문을 열게 될 이 병원은 “환자 중심의 미래형 병원”을 넘어, 한국 경제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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