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비 100% 의존 구조에 재정 상황 따라 사업 흔들
“내년 본예산부터 중장년·기업 실제 수요 제대로 반영해야”
[이코노미세계] 경기도 경제와 고용의 ‘허리’를 담당하는 중장년층이 대규모 은퇴와 경력전환의 갈림길에 들어섰다. 2차 베이비부머의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되면서 퇴직 이후 소득 공백과 재취업 문제가 새로운 사회·경제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경기도의 주요 중장년 일자리 사업은 예산 감액과 사업 조정이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중장년층이 경기도 노동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2025년 경기도 중장년 통계에 따르면 도내 40~64세 중장년 취업자는 433만명에 달한다. 고용률은 76.3%로 경기도 전체 고용률 63.8%보다 12.5%포인트 높다. 단순한 복지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경기도 산업과 노동시장을 지탱하는 핵심 경제활동 인구라는 의미다.
그러나 이들이 대규모 은퇴 시기에 접어들면서 기존의 ‘취업 지원’ 중심 정책만으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1964~1974년생 2차 베이비부머 약 954만명의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되면서 중장년 정책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오랫동안 산업 현장을 지켜온 숙련 인력이 퇴직한 뒤 어디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것인지, 경력을 어떻게 전환할 것인지, 퇴직과 연금 수령 사이 발생할 수 있는 소득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가 정책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 송연섭 의원이 경기도 중장년 일자리 정책의 ‘지속가능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송 의원은 9일 열린 사회혁신경제국 2026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 중장년 일자리 사업의 잇단 감액을 지적하며 경기도가 중장년 정책의 중요도와 우선순위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장년 정책을 바라보는 관점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이번 문제 제기의 출발점이다. 중장년층은 청년과 노인 사이에 놓여 있다는 이유로 정책적 관심에서 상대적으로 밀리기 쉽지만 경제적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경기도의 40~64세 취업자가 433만명이고 고용률이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돈다는 점은 이들이 지역경제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지를 보여준다.
더욱이 앞으로는 ‘현재 얼마나 많이 고용돼 있는가’보다 ‘이들의 은퇴 이후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가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오랜 기간 쌓은 경력과 숙련도를 새로운 일자리와 연결하지 못하면 개인에게는 소득 감소와 경력 단절이 발생하고, 정책적으로는 재취업과 생애전환 지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중장년 일자리 정책이 단순한 취약계층 지원 사업이 아니라 지역경제와 노동시장 정책의 한 축으로 다뤄져야 하는 이유다.
정책 환경도 변하고 있다. 지난 8월 21일 국회에서는 ‘중장년기본법안’이 발의됐다. 중장년 정책의 영역을 단순 재취업 지원에서 고용, 생애전환, 노후 준비 등으로 넓혀 바라보려는 움직임이다.
그동안 관련 정책을 선도적으로 추진해 온 경기도 역시 기존 사업을 단순히 유지하거나 예산 상황에 따라 조정하는 수준을 넘어 중장년 정책 전반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주요 사업들의 예산이 줄어들고 있다. 송 의원은 이번 추경 심사에서 ‘라이트잡’을 비롯해 중장년 일자리캠퍼스, 5070 재취업 지원사업 등 주요 중장년 일자리 사업이 큰 폭으로 감액된 점을 집중적으로 짚었다.
특히 올해 새롭게 추진한 사업까지 20~30% 안팎으로 줄어든 점에 주목했다. 정책적으로 일자리를 중요하게 강조하면서 실제 예산 편성에서는 관련 사업이 잇따라 줄어드는 상황이라면 사업별 원인과 정책 효과를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송 의원은 “일자리를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면 왜 관련 사업들이 잇따라 감액됐는지 사업별로 정확한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산 감액 자체만 문제 삼기보다 ‘왜 줄었는가’를 분석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사업 참여자가 예상보다 적었다면 대상 설정이 적절했는지, 기업과 구직자의 수요를 제대로 파악했는지, 사업 홍보와 전달 체계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살펴야 다음 사업에서도 같은 시행착오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측 설명에서는 중장년 일자리 사업이 안고 있는 또 다른 구조적 문제가 드러났다. 사회혁신경제국은 중장년 일자리 사업 대부분이 국비 지원 없이 도비 100%로 운영되는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이라고 밝혔다.
예산 규모가 큰 만큼 경기도의 재정 여건에 따라 사업량을 조정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송 의원은 바로 이 같은 구조가 중장년 정책의 안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봤다.
중장년 일자리 정책의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도 매년 재정 여건에 따라 사업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면 장기적인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사업이 만들어졌다가 사라지고, 통폐합된 이후 비슷한 사업이 다시 만들어지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도 문제로 꼽았다.
중장년 사업이 매년 새롭게 등장했다가 일몰되고, 이후 유사한 형태의 사업이 다시 신설된다면 정책 수요자인 중장년층은 물론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정책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핵심은 예산 규모만이 아니다. 중장년층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일자리와 기업이 원하는 인력을 얼마나 정확하게 연결하느냐가 관건이다.
송 의원이 특히 강조한 대목도 ‘수요 분석’이다. “사업계획과 일몰이 반복된다는 것은 결국 우리가 중장년이 어떤 일자리를 원하고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라이트잡 사업과 관련해서도 모집이 어려웠다면 단순히 참여자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애초 사업 대상과 수요를 어떻게 설정했는지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중장년 정책을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행정기관이 사업을 먼저 만들고 참여자를 모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중장년 구직자가 원하는 근로 형태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 직무, 근로시간 등을 먼저 분석한 뒤 사업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장년층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조건에 놓여 있는 것도 아니다. 40대와 50대, 60대 초반은 경력과 소득 수준, 재취업 목적 등이 서로 다를 수 있다. 기존 직장에서 퇴직한 전문·숙련 인력과 장기간 구직 상태에 있는 사람 역시 필요한 정책이 같을 수 없다.
결국 ‘중장년’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묶어 사업을 만드는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정책 대상과 수요를 세밀하게 설정하는 것이 사업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송 의원은 중장년 정책의 제도적 기반에도 주목했다. “중장년은 경기도 경제와 고용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청년이나 노인에 비해 제도적 지원 기반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은퇴와 경력전환이 본격화되는 시기에 중장년 정책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중장년층은 기존 노동시장에서는 핵심 경제활동 인구지만 퇴직하는 순간 고용 안정성이 급격하게 낮아질 수 있는 세대다.
청년층에는 취업과 주거,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정책이 있고 고령층에는 노인 일자리와 복지 정책이 마련돼 있지만 그 사이에 위치한 중장년층은 재취업과 경력전환, 노후 준비라는 복합적인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더구나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되면 중장년 정책 대상 역시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의 중장년 일자리 정책은 단기 일자리 숫자를 얼마나 만들었는지만으로 평가하기보다 퇴직자의 경력을 지역 기업과 어떻게 연결하고, 새로운 직무로의 전환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까지 포함해 설계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결국 경기도 중장년 일자리 정책의 다음 시험대는 내년도 본예산이 될 전망이다. 송 의원은 기존 사업을 관행적으로 되풀이하기보다 중장년 일자리의 실제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다시 진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본예산을 편성할 때는 기존 사업을 그대로 반복하기보다 중장년 일자리에서 실제 문제가 무엇인지, 경기도가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것인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년과 기업의 수요를 제대로 파악해 사업의 신설·감액·일몰이 반복되지 않는 안정적인 일자리 정책체계를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중장년 일자리 정책의 성패는 결국 ‘얼마의 예산을 편성했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정책 대상자가 실제 원하는 일자리를 찾아내고, 기업의 인력 수요와 연결하며, 성과가 확인된 사업은 지속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반대로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사업이라면 단순 감액이나 폐지에 앞서 대상 설정과 사업 설계 단계부터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
경기도의 40~64세 취업자는 433만명에 달한다. 전체 고용률보다 12.5%포인트 높은 76.3%의 고용률을 기록하고 있는 세대다. 이 거대한 노동 인구가 은퇴와 경력전환의 시기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장년 문제는 특정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경기도 경제의 지속가능성과 맞닿아 있다.
2차 베이비부머 약 954만명의 은퇴가 시작된 지금, 경기도가 필요한 것은 매년 새로운 사업 이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중장년의 경력과 기업의 수요를 지속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정책 기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추경에서 드러난 중장년 일자리 사업의 잇단 감액이 단순한 재정 조정으로 끝날지, 아니면 경기도가 중장년 고용정책의 방향과 우선순위를 다시 설계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조금석 기자 press1@economyworl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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