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서 출근길부터 퇴근길까지 더위와 싸워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태아를 품은 채 일터를 지키는 임산부에게 한여름의 출퇴근과 업무는 평소보다 몇 배 더 힘겨울 수밖에 없다.
남양주시청에도 무더위를 견디며 근무하는 임산부 공직자들이 있다. 최현덕 남양주시장은 최근 이들에게 작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거창한 행사를 연 것도,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자리를 마련한 것도 아니었다. 응원의 글을 적은 카드를 만들고 직접 서명한 뒤 비서관을 통해 각 부서를 돌며 임산부 공직자들에게 전달하도록 했다.
최 시장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며 임산부 공직자 30여 명에게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고 밝혔다.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될 정도로 유례없는 무더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태아와 함께 하루를 보내야 하는 직원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는 취지였다.
최 시장은 “메시지만 전달하는 게 별것 아니겠지만, 이렇게라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짧은 말이지만 그 속에는 행정 조직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이 담겨 있다. 공무원을 정책을 집행하는 ‘행정 인력’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더위와 피로를 느끼고 가족을 돌보며 새로운 생명을 기다리는 한 사람의 구성원으로 바라보겠다는 것이다.
한여름 폭염은 누구에게나 힘들다. 청사 안에서 근무한다고 해도 출퇴근 과정에서 더위를 피하기 어렵고, 외부 업무나 현장 일정이 있다면 체력적인 부담은 더 커진다. 민원인을 상대하고 각종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오는 긴장과 피로도 무시하기 어렵다.
임산부라면 상황은 더욱 특별하다. 최 시장 역시 이 점을 언급했다. “이 엄청난 폭염 속에서 홀몸으로도 만사 귀찮고 금세 땀이 배어나와 힘든데, 태아를 품고 있는 임산부는 얼마나 덥고 불편할까요?”
시장의 메시지는 여기에서 출발했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여름 출근길이 임산부에게는 훨씬 힘겨운 하루의 시작일 수 있다는 것이다. 조직이 구성원의 상황을 세심하게 살피는 일은 바로 이런 차이를 알아차리는 데서 시작된다.
특히 임신 기간은 개인적인 영역인 동시에 조직이 함께 배려해야 할 시간이기도 하다. 임산부 공직자가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개인 한 명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조직 전체의 근무문화를 보여주는 척도가 될 수 있다.
최 시장이 택한 방법은 단순했다. 카드를 만들고, 응원의 말을 적고, 서명했다. 그리고 비서관이 직접 각 부서를 찾아가 전달하도록 했다. 비용이나 행사의 규모로 따지면 작은 일이다. 그러나 조직문화는 때때로 이런 작은 행동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제도만큼 중요한 것이 조직 구성원에게 “당신의 어려움을 알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시민을 위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그 서비스를 실제로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복지정책도, 교통정책도, 도시개발도, 민원서비스도 공직자의 손을 거쳐 시민에게 전달된다.
공직자가 안정적인 환경에서 일할 수 있어야 행정서비스의 품질 역시 높아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조직 구성원의 근무환경을 살피는 것은 단순한 내부 복지에 머물지 않는다.
특히 임신과 출산을 바라보는 조직의 태도는 중요하다. 출산을 장려한다고 말하면서 정작 조직 내부에서 임신한 직원이 불편함이나 눈치를 감수해야 한다면 정책과 현실 사이에는 간극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반대로 임신과 출산이 축하받고, 업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배려받는 조직이라면 구성원들이 체감하는 직장의 모습도 달라진다.이번 응원카드 전달이 눈길을 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별한 제도를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단체장이 직접 임산부 직원의 어려움을 언급하고 공개적으로 응원했다는 점에서 조직 구성원들에게 전달되는 상징적 메시지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이 임산부 공직자의 어려움을 알고 있다는 것, 그들의 근무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조직 내부에서는 하나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 간부와 동료의 작은 배려가 이어진다면 그 효과는 한 장의 카드를 넘어설 수도 있다. 다만 따뜻한 메시지만으로 임산부가 일터에서 겪는 모든 어려움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응원은 출발점이고, 그다음은 조직문화다. 임신한 직원이 필요한 순간에 충분한 배려를 받을 수 있는 분위기,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업무에서 불필요한 부담이나 심리적 압박을 느끼지 않는 환경, 동료들도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문화가 함께 자리 잡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조직’을 만드는 일이다. 좋은 제도가 있어도 사용하는 사람이 주변의 시선을 의식한다면 제도의 효과는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조직의 책임자가 먼저 배려의 필요성을 강조하면 구성원들의 인식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 최 시장의 메시지는 단순한 격려를 넘어 남양주시 공직사회가 어떤 조직문화를 만들어 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시장이 직접 “임산부 공직자 여러분을 응원합니다”라고 밝힌 만큼 앞으로 현장에서 그 메시지가 어떻게 이어질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배려는 구호보다 일상에서 확인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어 임신과 출산을 둘러싼 사회적 고민이 커지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지자체는 시민을 대상으로 각종 출산·육아 지원정책을 펼치는 동시에 하나의 고용 조직이기도 하다. 시민들에게 가족친화 정책을 권하면서 내부 직원에게도 그에 걸맞은 근무환경을 제공해야 하는 이중의 책임을 갖는 셈이다.
따라서 임산부 공직자를 대하는 지방정부의 모습은 그 자체로 정책의 신뢰성과 연결될 수 있다. 시민에게는 출산과 육아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조직 내부에서는 임신한 직원이 어려움을 혼자 감당하게 한다면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내부에서부터 임신과 출산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어 간다면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에도 진정성을 더할 수 있다.
그 시작은 거창하지 않을 수 있다. 임산부 직원의 상황을 한 번 더 살피고, 힘들지 않은지 묻고, 필요한 배려가 무엇인지 듣는 것에서 출발할 수 있다. 이번 남양주시의 응원카드 역시 그런 작은 행동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
최 시장은 메시지 마지막에 대상을 남양주시청 직원들에게만 한정하지 않았다. “임산부 공직자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이 땅의 모든 미래 어머니들을 응원합니다!” 폭염 속 임산부 공직자 30여 명에게 전달된 작은 카드는 그렇게 청사 밖을 향한 메시지로 이어졌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한 장의 카드에 담긴 배려가 일회성 격려로 끝나는지, 아니면 임신과 출산을 존중하는 조직문화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는지는 실제 행정과 직장문화에서 확인될 것이다.
좋은 조직은 거대한 정책 하나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직원의 어려움을 알아차리는 상사의 시선, 동료의 배려, 제도를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쌓여 조직의 문화를 만든다.
폭염이 도시 전체를 달구는 여름날, 남양주시청의 임산부 공직자들에게 도착한 작은 응원카드도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더위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일하는 사람에게 “당신의 수고를 알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 어쩌면 사람을 먼저 바라보는 행정은 바로 그 작은 관심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이코노미세계 / 김은주 기자 sweetmom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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