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시민·자원봉사자가 함께 만든 지역 공동체 축제
농업에서 관광·지역경제까지, ‘여주쌀의 확장’ 시험대
[이코노미세계] 경기도 여주시의 가을 들녘이 ‘쌀’을 매개로 한 새로운 지역축제의 무대가 됐다. 전국적인 인지도를 갖춘 ‘대왕님표 여주쌀’을 단순한 지역 농산물에 머물게 하지 않고, 농업과 먹거리·관광·지역 공동체를 연결하는 도시 브랜드로 키워가려는 움직임이다.
그 출발점 가운데 하나가 지난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열린 ‘제1회 황금들녘 쌀밥축제’다. 이충우 여주시장은 축제가 끝난 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시민과 방문객, 농업인과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여주쌀의 명성을 더욱 높여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번 축제에서 주목할 대목은 ‘제1회’라는 점이다. 오랫동안 여주를 대표해 온 쌀을 중심으로 새로운 축제 브랜드를 만들었다는 것은 지역 농산물 홍보를 넘어 농업의 가치를 시민과 방문객이 직접 경험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결실의 계절을 맞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개최된 ‘제1회 황금들녘 쌀밥축제’가 여러분의 뜨거운 성원과 참여 속에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이어 축제장을 찾은 시민과 방문객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시장이 이번 축제의 의미로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대왕님표 여주쌀’이었다.
그러면서 이번 행사가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품질을 자랑하는 대왕님표 여주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동시에, 한 해 동안 정성으로 농사를 지은 농업인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수확의 기쁨을 함께 나누기 위한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여주에서 쌀은 단순한 농산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도시의 역사와 농업, 먹거리 이미지가 ‘여주쌀’이라는 하나의 브랜드를 통해 연결된다. 그런 점에서 황금들녘 쌀밥축제는 쌀의 품질을 알리는 행사를 넘어 여주라는 도시가 가진 농업 정체성을 다시 보여주는 무대라는 의미를 갖는다.
특히 축제의 소재를 ‘쌀’에만 두지 않고 ‘쌀밥’으로 확장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소비자가 농산물 자체보다 실제 먹거리와 체험을 통해 지역 브랜드를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황금빛 들녘과 갓 지은 따뜻한 쌀밥이라는 이미지는 여주 농촌의 풍경과 먹거리를 하나의 관광 콘텐츠로 묶어낼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이 시장은 페이스북에서 “황금빛으로 물든 들녘에서 따뜻한 쌀밥 한 그릇에 담긴 정과 풍요로움을 함께 나눌 수 있어 더욱 감동적인 시간이었다”고 축제를 평가했다.
이 표현에는 이번 행사가 지향한 성격이 압축돼 있다. 쌀은 우리 국민의 가장 익숙한 주식이지만 농촌 현장에서는 한 해의 땀과 시간이 축적된 결과물이다. 모내기에서 수확까지 이어지는 과정 뒤에는 농업인의 노동과 지역 농업 공동체가 있다.
때문에 쌀 축제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단순히 쌀을 판매하고 시식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생산했는가’라는 이야기를 함께 전달할 필요가 있다.
여주가 가진 강점도 여기에 있다. ‘여주쌀’이라는 지역 브랜드가 이미 형성돼 있는 만큼 생산자와 농촌, 들녘, 음식, 체험을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할 수 있다. 황금들녘이라는 공간 자체도 도시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농촌의 가을 풍경을 보여주는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결국 쌀밥축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좋은 쌀을 알리는 축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여주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가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 농특산물 축제의 경쟁력은 행사 자체의 규모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축제를 통해 지역 농산물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방문객이 지역에서 소비하도록 유도하며, 다시 농산물 구매와 관광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여주쌀 역시 마찬가지다. 축제를 통해 소비자가 여주쌀의 맛과 품질을 직접 경험하고 그 경험이 이후 구매로 이어진다면 농업인에게는 판로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지역 음식점과 전통시장, 관광지 등이 연결될 경우 축제의 효과를 지역경제 전반으로 넓힐 여지도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축제를 관광객 유치와 지역상권 활성화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주시가 가진 ‘쌀’이라는 자산은 차별화 가능성이 크다. 어디에서나 개최할 수 있는 축제가 아니라 ‘여주이기 때문에 가능한 축제’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황금들녘과 여주쌀, 농업인, 쌀밥이라는 소재는 모두 여주의 지역성을 갖고 있다. 여기에 지역의 역사·문화·관광자원을 결합한다면 가을철 여주를 대표하는 축제로 성장할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이충우 시장은 이번 축제를 평가하면서 행정기관보다 시민과 현장 관계자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축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린 자원봉사자와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또 성숙한 시민 의식으로 안전하게 축제를 즐긴 시민들이 있었기에 첫 축제가 더욱 빛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첫 행사는 향후 축제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관람객의 동선부터 교통, 주차, 안전, 먹거리, 체험 프로그램, 지역 상권과의 연계까지 현장에서 축적된 경험은 향후 축제를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된다. 무엇보다 주민이 축제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느냐가 지속 가능성을 좌우한다.
지역축제가 외부 방문객을 위한 일회성 이벤트에 머물 경우 주민과의 거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반대로 농업인과 시민, 자원봉사자, 지역 상인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가 정착되면 축제 자체가 지역 공동체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다. 이 시장이 시민과 자원봉사자의 역할을 별도로 언급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읽힌다.
이충우 시장은 향후 여주시 농업정책의 방향도 짚었다. “앞으로도 우리 여주시는 농업인의 자부심을 지키고, 여주쌀의 명성을 더욱 높여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시민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더욱 풍요롭고 행복한 여주를 만들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기서 핵심은 ‘농업인의 자부심’과 ‘여주쌀의 명성’이다. 지역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생산자의 소득과 안정적인 판로가 중요하지만, 동시에 지역의 대표 농산물이 소비자로부터 지속적으로 선택받을 수 있도록 브랜드 가치를 유지해야 한다.
여주쌀이 오랫동안 쌓아온 명성 역시 결국 소비자의 신뢰와 직결된다. 따라서 향후 과제는 기존 브랜드 인지도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하는 소비환경에 맞춰 여주쌀의 가치를 어떻게 새롭게 전달할 것인가에 있다. 젊은 소비층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 개발과 온라인 홍보, 관광·체험과 연계한 브랜드 경험 확대 등도 장기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분야다.
이번 황금들녘 쌀밥축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쌀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기존 농업의 영역에서 벗어나 ‘쌀을 경험하는 공간’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황금빛 들녘을 바라보며 여주쌀로 지은 밥을 먹고 농업인의 이야기를 접하는 경험이 축적된다면 소비자에게 여주쌀은 단순히 마트에서 구입하는 상품과는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지역 브랜드의 경쟁력은 결국 ‘기억’에서 나온다. 소비자가 특정 지역을 떠올릴 때 자연스럽게 하나의 상품과 풍경, 음식이 함께 연상될 수 있다면 강력한 도시 브랜드가 된다.
여주는 이미 ‘쌀’이라는 분명한 자산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그 자산을 오늘의 소비자와 관광객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느냐다. 제1회 황금들녘 쌀밥축제는 그 가능성을 시험하는 첫 무대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제 관심은 두 번째, 세 번째 축제로 이어질 수 있느냐에 모인다. 첫 행사의 성과와 개선점을 면밀히 분석해 축제의 정체성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방문객이 여주쌀의 품질을 직접 경험하고 농업인을 만나며 지역의 다른 관광지와 상권까지 찾아갈 수 있도록 연결 구조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축제 기간에만 소비가 집중되는 방식에서 벗어나 축제를 계기로 여주쌀을 지속적으로 찾게 만드는 것도 과제다. 농업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지역 상권에도 온기가 퍼져야 축제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황금들녘 쌀밥축제의 성공 여부는 행사가 얼마나 크게 열렸느냐보다 ‘여주쌀의 가치를 얼마나 오래 남기느냐’에 달려 있다. 이충우 시장이 이번 축제 직후 여주쌀의 명성을 더욱 높이겠다고 강조한 것도 향후 정책 방향과 맞닿아 있다.
여주의 가을 들녘에서 시작된 첫 쌀밥축제는 막을 내렸다. 하지만 여주쌀을 농업인의 자부심이자 지역경제의 자산, 나아가 도시를 대표하는 관광·문화 콘텐츠로 키우기 위한 과제는 이제부터다.
‘대왕님표 여주쌀’이라는 오랜 브랜드와 황금빛 들녘이라는 공간, 그리고 농업인의 이야기가 어떻게 하나의 도시 브랜드로 연결될지 기대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은주 기자 sweetmom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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