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주간 앞두고 “가정에서 함께 돌보는 데서 평등 시작”
[이코노미세계] 아이의 첫걸음과 첫마디를 가장 먼저 지켜보는 사람은 누구일까. 아이가 처음 책 한 권을 끝까지 읽는 순간,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순간, 작은 손으로 부모의 손을 꼭 잡는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 시간을 엄마와 아빠가 함께 누릴 수 있다면 육아는 어느 한쪽이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성장하는 ‘경험’이 된다.
경기 안성에서 ‘아빠의 육아’를 바라보는 새로운 메시지가 나왔다. 핵심은 간단하다. 아빠의 육아 참여를 ‘엄마를 도와주는 일’로 규정하지 말자는 것이다. 아이를 돌보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부모 가운데 어느 한쪽의 의무를 다른 한쪽이 분담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 모두에게 주어진 권리이자 기쁨이라는 의미다.
김보라 안성시장은 최근 안성시여성비전센터에서 열린 ‘아빠와 함께하는 문화체험 및 골든벨’ 행사에 참석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같은 생각을 밝혔다. 행사에서는 아이와 아빠가 한 팀을 이뤄 웃고 이야기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김 시장은 이 모습을 두고 “참 보기 좋았다”고 했다.
단순한 가족행사로 지나칠 수도 있는 자리였지만 김 시장은 여기서 우리 사회의 육아와 양성평등에 대한 질문을 꺼냈다. ‘아빠가 육아를 돕는다’는 익숙한 표현 속에 여전히 육아의 기본 책임자가 엄마라는 인식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아빠에게도 아이와 함께 성장할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고 있는지를 돌아보자는 것이다.
김 시장의 메시지에는 자신의 육아 경험도 담겼다. 아이를 키우면서 힘든 순간이 많았지만 지나고 보니 아이뿐 아니라 자신도 함께 성장했다고 했다. 아이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됐고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기쁨과 행복도 경험했다는 것이다.
육아를 단순히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노동으로만 바라보면 부모에게는 부담의 측면이 먼저 부각된다. 그러나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보고 그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부모가 아니면 경험하기 어려운 시간이기도 하다.
특히 아빠의 육아를 둘러싼 사회적 시선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경제활동을 담당하는 아버지와 육아·가사를 담당하는 어머니라는 역할 구분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가족의 형태와 일하는 방식이 달라지면서 육아 역시 부모 공동의 책임과 경험이라는 인식이 중요해지고 있다.
김 시장도 아빠의 육아 참여를 단순히 ‘엄마를 돕는 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육아는 한쪽이 맡은 일을 다른 한쪽이 나눠 갖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함께 누려야 할 권리이자 기쁨이라는 것이다.
이 대목은 ‘육아 분담’이라는 표현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분담은 누군가에게 본래 주어진 책임을 나눈다는 의미가 강하다. 반면 공동육아는 처음부터 부모 모두가 돌봄의 주체라는 데서 출발한다.
아빠가 아이와 보내는 시간을 늘리는 것도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엄마에게 휴식시간을 주기 위한 차원을 넘어 아빠와 아이가 독립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아빠 자신도 부모로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김 시장은 아이의 첫걸음과 첫마디, 함께 읽은 책 한 권, 손을 잡고 걸었던 시간을 언급했다. 이런 순간은 부모 모두가 누려야 할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빠의 적극적인 참여만을 주문하지 않았다. 아빠가 조금 서툴더라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이와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배려 역시 필요하다고 했다.
공동육아를 위해서는 이 같은 인식 변화도 중요하다. 육아에는 하나의 정답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와 놀아주는 방식이나 밥을 먹이고 옷을 입히는 방법, 책을 읽어주는 방식까지 부모가 반드시 똑같을 필요는 없다.
한쪽의 방식을 기준으로 다른 쪽의 육아를 평가하면 참여하려던 부모가 오히려 위축될 수도 있다.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아빠와 아이가 자신들만의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다.
김 시장은 이를 “육아에는 엄마와 아빠의 방식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함께하는 시간이 있을 뿐”이라고 표현했다. 이 말은 공동육아의 핵심을 압축한다. 중요한 것은 누가 더 잘하느냐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아이의 성장 과정에 얼마나 함께 참여하느냐는 것이다.
아이에게도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은 중요하다. 엄마와 아빠가 각각 아이와 관계를 형성하면서 아이는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부모 역시 아이와 보내는 시간을 통해 서로가 몰랐던 모습을 발견하고 가족의 의미를 다시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아빠와 함께하는 문화체험 및 골든벨’ 같은 행사는 단순한 일회성 프로그램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아이와 아빠가 한 팀을 이루는 과정 자체가 함께 이야기하고 문제를 풀고 웃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가 던진 또 하나의 화두는 양성평등이다. 9월 1일부터 7일까지는 양성평등주간이다. 김 시장은 이를 앞두고 “양성평등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가정에서 아이를 함께 돌보고 함께 성장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밝혔다.
양성평등을 제도나 정책의 영역으로만 생각하면 시민의 일상과는 다소 멀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가정 안에서 누가 아이를 돌보고, 누가 집안일을 맡으며, 부모가 서로의 사회생활과 개인적인 시간을 어떻게 존중하느냐의 문제로 접근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결국 성평등은 일상에서 구현돼야 한다. 아빠가 아이와 보내는 시간을 특별한 ‘이벤트’로 여기지 않고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것, 엄마에게 육아 책임이 집중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부모 모두가 일과 돌봄을 병행할 수 있도록 사회가 뒷받침하는 것이 맞물려야 한다.
가정의 변화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하고 싶어도 장시간 노동이나 경직된 근무환경 등 현실적인 문제가 가로막는다면 공동육아는 쉽지 않다. 따라서 공동육아 문화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가정 내부의 인식 변화와 함께 부모가 실제로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다만 이번 행사와 김 시장의 메시지가 특히 주목되는 이유는 거대한 제도론보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빠가 아이와 책을 읽고, 손을 잡고 산책하며, 놀이에 참여하는 작은 변화가 결국 가족 내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아빠 육아’라는 표현 자체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엄마가 아이를 돌보는 것을 별도로 ‘엄마 육아’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아빠의 육아 역시 특별한 일이 아닌 자연스러운 부모 역할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공동육아가 지향해야 할 모습일 수 있다.
그동안 아빠가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모습 자체가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됐다면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아빠를 육아의 ‘보조자’가 아니라 처음부터 엄마와 동등한 돌봄의 주체로 바라보는 변화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강요보다 경험이다. 아이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보고, 함께 책을 읽고, 밥을 먹고, 놀이를 하면서 아빠도 자신의 육아 방식을 만들어갈 수 있다. 처음에는 서툴 수 있지만 그 시간이 쌓이면 아이와 아빠만의 관계가 형성된다.
아이의 성장 속도만큼 부모 역시 성장한다는 김 시장의 이야기도 이와 맞닿아 있다. 부모가 처음부터 완벽해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생활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부모가 돼 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동육아는 단순히 ‘일을 반으로 나누는 것’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기회와 추억, 부모로서 성장하는 경험까지 함께 나누는 것이기 때문이다.
행사에서는 아이와 아빠가 한 팀이 돼 골든벨 문제를 풀었다. 그러나 김 시장이 주목한 것은 문제의 정답 자체가 아니었다. 김 시장은 “오늘 골든벨의 정답보다 더 중요한 정답은 이것이었다”며 “아이를 함께 키우면, 부모도 함께 성장한다”라고 밝혔다.
짧은 문장이지만 공동육아가 지향하는 방향이 담겨 있다. 육아는 부모에게 시간과 노력을 요구한다. 때로는 힘들고 지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부모는 아이의 변화를 가장 가까이서 바라보고 자신의 삶 역시 새로운 시선으로 돌아보게 된다.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은 엄마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아이에게는 아빠와 관계를 쌓을 시간이 되고, 아빠에게는 아이의 성장을 함께 경험할 기회가 된다. 엄마에게는 육아를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부모가 함께 책임지고 함께 즐기는 가족관계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결국 공동육아의 목적은 ‘누가 얼마만큼 했는가’를 계산하는 데 있지 않다. 아이와 부모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가족의 시간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있다.
안성시가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도 이 지점에서 찾을 수 있다. 아빠와 아이가 자연스럽게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공간, 부모가 육아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일회성 행사에 머물지 않고 공동육아가 가족의 일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적 관심을 연결하는 것이다.
특히 저출생 문제가 우리 사회의 주요 과제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육아의 부담을 개인과 가정에만 맡기는 접근에는 한계가 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이 부모 가운데 한 사람의 희생을 전제로 하지 않도록 사회와 지역공동체가 돌봄 환경을 함께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지역의 가족정책 역시 시설이나 프로그램의 숫자를 늘리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시민의 삶을 실제로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빠가 아이와 함께할 기회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 부모가 육아를 부담만이 아니라 삶의 소중한 경험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김 시장은 “아이와 부모 모두가 행복한 육아를 누릴 수 있는 안성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수많은 답이 있을 수 있다. 어느 부모의 육아 방식이 더 옳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 방향은 분명해 보인다.
육아를 ‘누군가의 몫’으로 정해놓고 다른 사람이 돕는 시대에서 부모가 처음부터 함께 책임지고 함께 경험하는 시대로 나아가는 것이다. 안성에서 열린 작은 골든벨 행사가 던진 질문은 그래서 작지 않다.
아이의 첫걸음과 첫마디, 함께 읽은 책 한 권과 손을 잡고 걸었던 길. 그 소중한 순간을 누가 누릴 것인가. 그 답은 ‘엄마 또는 아빠’가 아니라 ‘부모가 함께’일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이 쌓일수록 아이뿐 아니라 부모도 함께 자란다. 안성이 말하는 양성평등과 공동육아의 출발점도 바로 그곳에 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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