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구리시의 교육행정을 전담할 단독 교육지원청 신설 논의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통합교육지원청을 분리·신설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기반은 마련됐지만, 신청사 부지와 재원, 인력 확보라는 현실적인 장벽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경기도교육청이 오는 9월 구리를 비롯한 6개 지역을 대상으로 타당성 평가를 실시해 신설 우선순위를 정할 예정이어서 향후 몇 달이 구리교육지원청 신설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 장승희 의원은 7월 29일 의원실에서 경기도교육청 기획조정실 행정관리담당관과 ‘구리교육지원청 신설·분리 추진 관련 현안보고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그동안의 추진 경과뿐 아니라 신청사 부지, 사업비, 조직과 인력 등 실제 개청에 필요한 조건들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구리·남양주교육지원청은 2005년 통합된 이후 20년 넘게 두 지역의 교육행정을 함께 담당하고 있다. 2026년 기준 관할 학교는 초·중·고교 174곳, 학생은 약 9만2000명에 이른다. 지역이 넓고 학교와 학생 수가 많은 만큼 하나의 교육지원청이 두 도시의 서로 다른 교육 수요를 세밀하게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구리 지역에만 초등학생 7079명, 중학생 4341명, 고등학생 4174명 등 약 1만5600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학교 현장의 민원과 교육환경 개선, 학교 설립 및 배치, 학생 지원, 지역 연계 교육 등 행정 수요도 적지 않다. 구리 지역 교육계와 정치권이 단독 교육지원청 신설을 요구하는 배경이다.
통합교육지원청 분리 논의는 지난해 법 개정을 계기로 전환점을 맞았다. 2025년 11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통합교육지원청을 지역별로 분리·신설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어 경기도의회는 지난 6월 24일 분리 절차와 주민 의견 수렴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경기도교육청 행정기구 설치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동안 단독 교육지원청 설치를 가로막았던 법적 제약이 상당 부분 해소된 셈이다. 그러나 법률과 조례 개정이 곧바로 신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지원청 한 곳을 새로 설치하려면 타당성 검토부터 신청사 부지 선정, 예산 편성, 설계와 공사, 정원 확보, 조직 구성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의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특히 6·3 지방선거 이후 교육감 교체와 경기도의 재정 여건 악화가 변수로 떠올랐다. 정책 우선순위가 달라지거나 사업비 확보가 늦어질 경우 통합교육지원청 분리 사업 전체가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구리만 단독으로 심사를 받는 것이 아니라 화성·하남·양주·과천·의왕 등 다른 지역과 함께 우선순위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날 간담회에서 교육지원청 신설 절차를 크게 5단계로 나눠 보고했다. 첫 단계는 공론화와 준비도 평가다. 이후 사전 행정절차를 거쳐 예산을 확보하고 신청사를 설계한 뒤 시설 공사와 개청으로 이어진다. 정상적으로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실제 개청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첫 관문은 오는 9월로 예정된 타당성 평가다. 도교육청은 화성·하남·구리·양주·과천·의왕 등 6개 지역을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한 뒤 신설 우선순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신청사 부지가 확보된 지역부터 순차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 도교육청의 방침이다.
이에 따라 평가 기준이 무엇인지, 구리가 다른 지역과 비교해 어느 정도의 준비도를 갖췄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학생 수와 학교 수, 행정 수요뿐 아니라 주민 의견, 지방자치단체의 협력 의지, 부지 확보 가능성, 재정 부담 능력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될 가능성이 크다.
장 의원은 이날 신청사 부지 확보를 구리교육지원청 신설의 가장 큰 관문으로 꼽았다. 도교육청이 부지를 확보한 지역부터 순차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원칙을 밝힌 만큼, 적정 부지를 얼마나 신속하게 마련하느냐가 신설 순위와 시기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지원청 신청사는 직원들의 업무 공간만 갖춘 일반 행정청사와는 성격이 다르다. 학교와 학부모의 접근성, 교통 여건, 교육 관련 시설과의 연계성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장기적인 학교·학생 수 변화와 행정 수요까지 감안하면 일정 규모 이상의 부지도 필요하다.
하지만 도심 개발이 상당 부분 진행된 구리에서 면적과 접근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공공용지를 찾기는 쉽지 않다. 민간 토지를 매입할 경우에는 사업비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이에 따라 택지개발지구 안에 교육지원청 용지를 확보하거나 구리시가 보유한 공공용지를 활용하는 방안 등이 검토될 수 있다.
장 의원은 간담회에서 택지개발지구 내 교육지원청 부지 확보 가능성과 구리시와의 협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점검했다. 구리교육지원청 신설은 교육청만의 사업이 아니라 지역 교육 기반을 확충하는 일인 만큼 경기도교육청과 구리시가 초기 단계부터 공동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취지다.
장 의원은 “신설되는 구리교육지원청 신청사 부지 확보가 가장 큰 관건”이라며 “도교육청이 적극행정을 통해 구리시와 협력하고 실행 가능한 부지 확보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청사 건축 기본계획이 지역사회와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장 의원은 “구리교육지원청 신축 기본계획안이 현재까지 경기도의회와 관할 지역구 도의원에게 보고되지 않았다”며 도교육청에 계획안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신축 기본계획에는 청사의 예상 규모와 필요 면적, 사업비, 추진 일정, 주요 시설 배치 등이 담겨야 한다. 기본계획이 공개돼야 구리시와 도의회, 주민들이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고 부지나 재원 마련을 위한 역할을 분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직을 운영할 인력을 확보하는 문제도 만만치 않다. 장 의원에 따르면 6개 지역에 교육지원청을 신설하려면 최소 480명의 인력이 필요하지만, 도교육청이 현재 확보한 증원 인력은 160명에 그친다. 단순 계산으로도 필요한 인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교육지원청이 개청하더라도 충분한 인력이 배치되지 않으면 학교 지원과 민원 처리, 교육행정 서비스 개선이라는 신설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 기존 조직에서 인력을 재배치하면 다른 지역이나 부서의 업무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신규 정원 확보가 필요하다.
구리교육지원청에 몇 명을 배치할 것인지, 인력을 어떤 기준으로 지역별로 나눌 것인지도 아직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 학교 수와 학생 수만을 기준으로 삼을지, 지역 개발과 학생 수 증가 전망까지 반영할지에 따라 구리에 배정되는 조직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장 의원은 도교육청이 확보한 160명의 구체적인 배치 계획과 추가 증원 방안을 점검하고, 구리교육지원청 몫의 인력이 실제로 확보될 수 있는지를 따져 물었다. 교육지원청 신설 계획이 청사 건립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며, 조직과 인력을 포함한 종합적인 실행계획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정 확보 역시 주요 변수다. 경기도의 전출금과 학교용지부담금이 줄어들 경우 도교육청의 가용 재원이 감소해 신청사 건립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 6개 지역의 교육지원청 신설을 동시에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각 지역의 우선순위와 연차별 투자계획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리교육지원청 신설에 필요한 전체 사업비와 연도별 투자 규모, 부지 매입비와 건축비 분담 방안이 제시되지 않으면 사업의 실현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구리시가 부지 제공이나 기반시설 조성에 참여할 수 있는지, 경기도와 도교육청이 어떤 방식으로 재원을 분담할지도 향후 협의해야 할 과제다.
개정된 조례는 통합교육지원청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주민 의견 수렴을 의무화했다. 설명회와 공청회, 설문조사 등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지역 주민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구리교육지원청 신설에 대한 지역사회의 공감대를 확인하는 과정인 동시에 신청사의 위치와 조직 규모, 제공해야 할 교육행정 서비스에 대한 요구를 구체화할 기회다. 주민 의견 수렴이 단순히 찬반을 묻는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지 않도록 조사 방식과 일정, 결과 활용 방안을 사전에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 의원은 도교육청에 선거 이후에도 신설 사업을 계속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와 목표 개청 시기가 언제인지를 명확히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오는 9월 타당성 평가의 세부 기준과 일정, 평가 대상 6개 지역 가운데 구리의 상대적인 위치도 공개할 것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부지·재원·인력 확보 계획과 조례에 규정된 주민 설명회, 공청회, 설문조사 등의 일정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 차원에서 사업 추진 상황을 지속해서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구리교육지원청 신설은 통합 이후 20년 넘게 이어진 교육행정 체계를 바꾸는 작업이다. 단독 교육지원청이 설치되면 구리 지역 학교와 학생, 학부모의 행정 접근성이 높아지고 지역 특성에 맞는 교육정책을 보다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이유만으로 신설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경쟁 지역보다 먼저 부지를 확보하고 인력과 재원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실행계획을 세워야 한다. 경기도교육청과 구리시, 경기도의회가 역할을 나누고 주민 공감대를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9월 타당성 평가는 구리의 준비 수준을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 평가에서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면 신청사 건립과 개청 일정도 장기간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부지 확보 방안과 지방자치단체의 협력 계획, 지역 교육 수요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면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다.
장 의원은 “구리·남양주교육지원청은 20년 넘게 하나로 묶여 있어 지역 특성에 맞는 교육행정을 펼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구리교육지원청 신설이 뒷전으로 밀리지 않도록 부지와 재원, 인력 확보 계획을 끝까지 챙기겠다”고 말했다. 이어 “구리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단독 교육지원청 신설을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구리교육지원청 신설의 성패는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구체적인 부지와 예산, 인력 계획을 얼마나 빨리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 법적 문은 열렸다. 이제 구리가 ‘신설이 필요한 지역’을 넘어 ‘신설할 준비가 된 지역’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할 때다.
이코노미세계 / 김은주 기자 sweetmom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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