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도 화성이 ‘미래차 산업의 심장’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가 세계적 기업인을 한자리에 모아 산업 전환의 단면을 보여준 데 이어, 며칠 뒤 화성에서 열린 기아 PBV(목적 기반 차량) 전용 공장 준공식은 그 흐름을 국내 산업 현장으로 끌어왔다.
현장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해 김민석 국무총리,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동연 경기도지사, 그리고 정명근 화성시장 등이 참석했다. 정 시장은 이날 행사 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경주 APEC 기간에 전 세계가 주목한 기업인이 계셨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그리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다.”
이 짧은 메시지는 단순한 행사 소회가 아니다. 화성이라는 도시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그리고 대한민국 산업 지형이 어디로 가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정의선 회장이 기아 PBV 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단순한 의례적 행사가 아니다. 이날 공장은 전통 자동차 공장이 아닌, 택배·로봇배송·의료 이동·물류 시스템 등 산업 간 경계를 허무는 모빌리티 플랫폼 생산기지로 정의됐다.
PBV 플랫폼은 앞으로 로봇 기술·자율주행·배터리 생태계가 통합되는 산업 허브다. 단순히 자동차를 찍어내는 공장이 아닌, 앞으로의 스마트 물류·미래 교통 혁신의 기초 설계소 역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 시장 역시 이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래차 산업은 대한민국 경제의 한 축을 넘어 국가 성장의 엔진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화성특례시가 있다고 했다.”
실제로 화성은 이미 현대차·기아차·삼성SDI·HMGICS(현대차그룹 통합 연구 시설) 등 글로벌 제조 네트워크가 밀집해 있다. 수도권 기반 생산도시 중에서도 기술·연구·물류·완성차 생산이 동시 존재하는 유일한 산업 도시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날 행사에서 가장 주목된 대목은 정 시장이 국무총리에게 직접 건의한 내용이다. “현재 국가관리무역항인 평택항이 점차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자동차 산업이 밀집된 화성 서부권을 중심으로 차세대 국가관리무역항 신설을 적극 검토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 이는 단순한 항만 유치가 아니다. 차세대 항만과 미래 모빌리티 산업 육성 핵심 인프라라는 논리가 숨겨져 있다.
이날 준공식이 던진 메시지는 명확하다. 대한민국 제조업 지도는 다시 재편되고 있고, 그 중심에는 화성이 자리한다. 이날 정 시장은 김민석 총리를 두고 “청와대 영빈관에서 뵙고 이틀 만에 다시 인사드리게 되어 반가웠다”고 적었다. 이는 단순한 인사 기록이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가 산업 미래를 두고 연속적 대화에 들어갔다는 신호다.
그러나 기회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화성의 과제는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된다. △항만·물류 인프라 구축 속도전, △배터리·로봇·자율주행 R&D 생태계 확장, △지역 산업 인력·교육 맞춤형 지원 체계 등이다.
이미 세계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 침체·AI 자율주행 가속·PBV 신시장 개척이라는 복합 전환기를 맞고 있다. 화성이 이 흐름에 앞서려면 산업 구조를 넘는 국가전략급 지원과 장기 인프라 구상이 필요하다.
정명근 시장은 글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앞으로도 화성특례시는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지이자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거점 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 문장은 다짐이지만 동시에 선언이다. PBV 공장 준공식은 하나의 행사가 아니라 새로운 산업 시대의 문을 여는 신호탄이었다.
이제 남은 질문은 단 하나다. “화성은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 수도가 될 것인가, 아니면 또 하나의 지나간 산업 거점으로 남을 것인가.” 정답은 시간이 아니라 결단과 실행이 말해줄 것이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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