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우리 학생들을 학교로 향하게 만든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6일 자신의 SNS에 남긴 글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날 전교생 49명 전원이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참여한 여주 창명여중 가을음악회를 찾았다.
공연은 오페라 ‘캉캉(Can Can)’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 영화 케데헌의 OST ‘Golden’, 로제의 ‘아파트’, 그리고 앵콜곡 ‘찐이야’, ‘I Will Follow Him’, ‘오 샹젤리제’까지 세대를 넘나드는 무대가 이어졌다. 음악회가 절정에 다다르자 객석을 가득 메운 지역 주민 400여 명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날 공연은 단순한 학교 행사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학생들의 눈빛이 서로를 향해 반짝였고, 지휘자의 손끝에 집중하는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에서 학교 공동체의 에너지와 신뢰가 느껴졌다.
창명여중은 한때 지역 내 작은 학교로 학생 수 감소와 정서적 단절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그러나 ‘음악으로 하나 되는 학교’라는 새로운 비전을 세우며 오케스트라 프로그램을 전교생이 참여하는 공동체 프로젝트로 발전시켰다.
“음악을 통해 서로의 호흡을 맞추고, 소리를 나누는 과정이 곧 배려와 존중을 배우는 수업이다.” 학교 관계자의 설명처럼, 이곳의 음악교육은 단순한 예술교육이 아니라 학교폭력 예방과 관계 중심의 회복 프로그램으로 작동하고 있다.
임태희 교육감 역시 SNS 글에서 “서로의 눈빛을 맞추며 동작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학생들에게 학교폭력은 설 자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처벌 중심’이 아닌 ‘관계 회복형 학교 문화’로 나아가려는 경기도교육청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창명여중의 오케스트라는 학교를 넘어 지역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문화적 매개체로 자리 잡았다. 여주의 주민들은 학교의 음악회가 열릴 때마다 자발적으로 공연장을 찾아 학생들의 연주를 응원한다.
이처럼 학교의 울림은 지역 전체로 확산되며, ‘학교 문화의 중심’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여주시는 최근 창명여중 사례를 기반으로 다른 중학교에도 문화예술 중심학교 모델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창명여중의 변화는 ‘좋아하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통해 학교를 사랑하게 되고, 선생님과 친구를 이해하게 된다. 이 ‘좋아함’은 결국 학업과 공동체 참여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이번 음악회는 단순한 예술행사가 아니라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입시’ 중심의 경쟁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이 직접 주체로 서는 무대가 곧 교육이라는 메시지다.
임 교육감은 공연을 마치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을 통해 배움이 일어나고, 그것이 곧 학교를 행복한 공간으로 만든다”고 말했다. 임 교육감의 말처럼, 여주 창명여중의 가을음악회는 ‘작은 학교의 큰 울림’을 넘어, 대한민국 교육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조용히 제시하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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